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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한국형 그린 성장’ 배우는 아프리카

에티오피아는 도시계획, 우간다는 물류…“한국은 살아 있는 교과서”

  • 이세형 동아일보 기자 turtle@donga.com

‘한국형 그린 성장’ 배우는 아프리카

‘한국형 그린 성장’ 배우는 아프리카

국제공항과 국제통화기금(IMF) 사무실 등이 들어선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의 중심가 볼레 지역. 도로에는 건널목이 부족하고 인근에는 공사가 중단된 건물들이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다. 에티오피아는 도심 교통 혼란을 줄이고 미관을 개선하고자 서울의 친환경 도시 관리 및 교통 시스템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동아일보]

아프리카에서 나이지리아 다음으로 많은 인구(9650만 명)를 자랑하는 에티오피아와 빅토리아 호수를 비롯한 자연경관으로 유명한 내륙국가 우간다는 최근 아프리카에서 경제성장이 돋보이는 나라들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에티오피아와 우간다가 각각 10.2%, 5%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과의 관계는 에티오피아가 6·25전쟁 때 참전한 유일한 아프리카 국가라는 것 외에는 특별히 알려진 게 없다. 하지만 아프리카 전문가와 국제기구들 사이에서 두 나라는 ‘한국의 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한국 따라 하기에 열심인 국가로 꼽힌다.

5월 14~21일 세계은행(World Bank) 한국녹색성장기금(KGGTF·그린펀드)팀과 두 나라를 방문했을 때도 이런 분위기가 강하게 느껴졌다. 한국 정부가 세계 녹색성장 지원을 위해 2013년부터 올해까지 4000만 달러(약 476억 원)를 기탁해 조성한 그린펀드는 세계은행을 통해 진행되는 한국의 대표적인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가운데 하나다. 한국을 비롯한 다양한 나라의 환경친화적 개발 노하우를 세계로 전수하는 게  목적으로, 현재까지 확정된 프로젝트만 80개(4100만 달러)에 이른다. 정부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800만 달러(약 571억2000만 원)를 추가 지원할 예정이다.

딩크네 테페라 세계은행 에티오피아사무소 컨설턴트는 “한국은 경제성장 과정에서 개발과 환경 보전을 효과적으로 달성한 몇 안 되는 나라로, 아프리카 국가들에게는 살아 있는 교과서나 다름없다”며 “그린펀드는 세계은행 내에서 ‘물고기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효과적인 ODA 사업 가운데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쓰레기 재활용 계획에 목마른 에티오피아

5월 17일 오후 2시(현지시각)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남서쪽으로 50km가량 떨어진 비쇼프투 시청 회의실. 이 자리에서 만난 비쇼프투 시 환경미화 관련 공무원들은 한국의 쓰레기 관리 노하우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전체 쓰레기의 84.4%를 재활용한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탄성을 질렀다.



이날 에티오피아 비쇼프투 시의 쓰레기 매립시설 현장을 방문하자 그들의 탄성이 이해가 갔다.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시설 전역에서 뿜어져 나오는 심한 악취를 견딜 수 없었기 때문. 플라스틱, 비닐, 캔, 유리 등 다양한 쓰레기가 분류되지 않은 채 뒤섞여 있었다. 매립시설을 관리하는 인력도 눈에 띄지 않았다. 새들만이 음식물 쓰레기나 도축된 뒤 버려진 소의 부산물을 먹으며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약 20만 명이 사는 비쇼프투 시 주변에는 9개의 아름다운 호수가 있고, 숲도 울창하다. 중앙정부와 시정부는 관광산업 육성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1200만 달러(약 142억8000만 원)를 들여 조성한 쓰레기 매립시설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관광도시’로 성장하는 데 발목을 잡고 있는 것. 케베데 곤파 비쇼프투 시 환경미화과장은 “쓰레기 매립시설을 만드는 데만 골몰한 나머지 이를 관리하는 방안은 마련하지 못했다”며 “지금부터라도 세계은행을 통해 한국의 노하우를 전수받고 싶다”고 말했다.

세계은행 그린펀드팀은 비쇼프투 시 관계자들에게 1990년대까지 한국의 대표적인 환경오염 지역이던 서울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이 생태공원으로 변신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또 한국이 2000년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를 설립해 쓰레기 재활용률과 신재생에너지 전환 기술을 향상시킨 사례도 자세히 설명했다.

세계은행을 통해 에티오피아에 전수되고 있는 한국의 녹색성장 경험은 5월 말이나 6월 초 발표될 예정인 수도 아디스아바바의 ‘장기 도시 개발 계획’에도 대거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아디스아바바는 인구가 310만 명에 달해 케냐 나이로비와 함께 동아프리카의 대표 도시로 꼽힌다. 하지만 도심지역에조차 신호등, 건널목, 인도 등이 체계적으로 마련돼 있지 않았다. 건물 주인이나 건설업체의 재무상태 등을 꼼꼼히 검증하지 않고 건설허가를 내줘 공사가 중단된 건물들이 흉물스럽게 서 있었다.

세계은행은 한국이 △간선급행버스(BRT) △버스전용차로 △대형버스 중심의 대중교통체계 △대중교통 요금 통합 시스템 등을 도입한 과정과 이를 통해 교통난을 해소한 성과를 소개했다. 마테오 바케레 아다스아바바 도시계획국장은 그린펀드팀에게 한국 연수 프로그램을 하루빨리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세계은행은 서울시와 서울시립대, SH공사, 한국교통연구원 등과 연계해 다양한 직급의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로 했다.



“세종시 통째로 베끼고 싶다”

‘한국형 그린 성장’ 배우는 아프리카

우간다의 대표 물류시설인 무코노 내륙컨테이너기지(ICD)를 우간다 건설교통부와 세계은행 관계자들이 둘러보고 있다. [동아일보]

에티오피아에 환경이나 도시개발 계획과 관련된 노하우가 전수되고 있다면, 우간다는 ‘물류강국 비전’을 이루고자 한국형 모델을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하고 있다. 우간다는 아프리카의 지역별 거점 국가들 한가운데에 위치한 교통의 허브다. 우간다 물류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오래전부터 높게 평가돼온 이유다. 우간다 정부의 ‘물류산업 육성 의지’도 분명하다.

그러나 수도 캄팔라에서 북쪽으로 45km 떨어진 무코노 내륙컨테이너기지(ICD)는 한 나라의 대표 물류기지라고 하기에는 초라한 모습이었다. 5월 19일 기자가 방문했을 때는 5만2610m²(약 1만5915평) 넓이의 터미널 가운데 일부 공간에만 컨테이너가 쌓여 있었다. 케냐와 커피, 코코아 등을 주로 교역하기 위해 만든 무코노 ICD에는 컨테이너를 실은 화물열차가 들어오는 철로가 하나밖에 없다. 열차에서 컨테이너를 내리는 중장비인 리치스태커도 한 대뿐이었고 트럭들이 분주하게 이동하는 모습도 찾기 어려웠다.

우간다 건설교통부(건교부)와 물류업계 관계자들은 이미 그린펀드팀을 통해 한국의 물류시스템과 정책을 소개받았다. 그린펀드팀은 우간다 정부와 업계 전문가들을 위한 한국 방문 교육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2013년 이후 세 차례나 한국을 방문한 카주나 음바제 건교부 교통실장은 “한국 방문을 통해 우간다는 한국의 물류정책과 시스템을 최대한 벤치마킹하고 있다”며 “의왕 ICD, 인천국제공항, 세종시를 통째로 베끼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간다에는 다양한 한국형 물류 DNA가 이식되고 있다. 우간다 건교부는 한국 방문 뒤 물류 관련 부서를 설립하기로 했다. 또 △화물차 환경 관리 기준 설정 △화물 무선인식 전자태그(RFID) 도입 △물류 전문인력 양성 학과(인하대 아태물류학과) 설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국 사례를 따라 할 예정이다. 






주간동아 2016.06.01 1040호 (p62~63)

이세형 동아일보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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