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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IS 흉내? 국가 창설 나서는 알카에다

시리아 북서부 알누스라 전선 중심으로…IS와 세력 갈등 불가피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IS 흉내? 국가 창설 나서는 알카에다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가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처럼 시리아에 국가를 창설하려는 계획을 은밀히 추진 중이다. 알카에다는 고위 간부급 조직원 10여 명을 시리아에 파견해 본부를 설립하고, 현지 지부인 알누스라(‘승리’를 뜻하는 아랍어) 전선을 통해 ‘에미리트’를 수립하기 위한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에미리트는 토후국(土侯國) 또는 수장국(首長國)을 말하는데, 이슬람권에선 아미르가 통치하는 나라나 지역을 의미한다. 유럽 중세시대 당시 봉건 제후들이 통치하던 공국(公國)과 비슷한 개념이다.



협력과 갈등의 역사

현재도 유럽에는 리히텐슈타인 공국과 모나코 공국이 있고 이슬람권에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있다. UAE는 아부다비와 두바이 등 7개 에미리트로 구성된 연방국가다. 아미르는 이슬람 초창기 사령관이라는 뜻으로 쓰던 말. 실제로 최고지도자인 칼리파를 아미르 알무미닌(Amir al-Muminin·신자들의 사령관)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현재는 군주나 통치자의 칭호로 사용한다.

오사마 빈라덴의 뒤를 이어 알카에다 최고지도자가 된 아이만 알자와히리는 5월 8일 인터넷에 올린 음성메시지를 통해 “레반트는 모든 무슬림의 희망”이라면서 알누스라 전선의 활동을 칭찬했다. 시리아 이들리브 주 대부분 지역을 차지한 알누스라 전선은 그동안 시리아 알카에다 지부인 동시에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정부군에 맞서 싸우는  반군으로 활동해왔다. 레반트는 현 시리아, 요르단, 레바논 등을 아우르는 고대 시리아 일대. 알자와히리의 음성메시지는 알카에다 조직원들에게 알누스라 전선을 주축으로 시리아에 에미리트를 창설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이집트 특수부대 대령 출신인 알자와히리는 알카에다 슈라위원회 위원인 사이프 알아델을 시리아에 파견한 것으로 추정된다. 알카에다 조직 내 서열 3위인 알아델은 빈라덴이 2011년 미군에게 사살되자 임시 지도자로 선출되기도 했던 인물. 현상금 500만 달러(약 59억 원)가 걸려 있는 그는 1980년대 아프가니스탄에서 옛 소련군과 싸웠으며 알카에다 훈련소에서 교관도 지냈다. 알아델은 고위 간부 4명을 대동하고 시리아에 파견돼 알누스라 전선을 중심으로 한 에미리트 창설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알카에다가 시리아에 에미리트를 수립하려는 이유는 무엇보다 현재 파키스탄에 있는 지도부가 사실상 제구실을 못 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접경지역에 은신했던 알카에다 지도부 상당수는 지난 10년간 미국의 계속된 무인공격기(드론) 공습으로 사망했다. 현재는 최고지도자 알자와히리를 비롯해 몇몇 지도자급 간부만 남았을 뿐이다. 한마디로 조직을 통솔할 수 있는 새로운 본부가 필요한 상황이다.

반면 시리아는 5년간 내전으로 무정부 상태에 빠져 있다. 알아사드 대통령과 정부군이 수도 다마스쿠스 등 일부 지역만 장악한 채 러시아와 이란의 지원으로 버티고 있을 뿐이다. 북부, 동부를 비롯한 상당 지역은 IS와 반군들이 장악하고 있다. 뒤집어 말하면 알카에다가 활동할 수 있는 최적지인 셈이다. 게다가 시리아는 테러 타깃인 유럽과 가까울 뿐 아니라 이라크, 터키, 요르단, 레바논 등과 국경을 접하고 있어 인적자원과 병참 지원을 받기도 수월하다. 시리아 국민 대부분은 알카에다 조직원들과 마찬가지로 이슬람 수니파다.

에미리트 수립의 중심이 될 알누스라 전선은 원래 IS 최고지도자인 아부바크르 알바그다디의 지시로 만들어진 조직이었다. 이라크에서 활동하던 알바그다디는 2011년 3월 시리아 내전이 발생하자 부하인 아부 모하메드 알골라니(일명 줄라니)를 시리아로 보내 알카에다 지부인 알누스라 전선을 만들게 했다. 2012년 1월 창설된 알누스라 전선은 이후 시리아 반군들을 적극 지원했다.

알바그다디는 2013년 4월 알누스라 전선과 자신이 이끄는 IS의 통합을 추진했지만, 줄라니가 통합을 거부하면서 알자와히리에게 중재를 요청했다. 알자와히리는 두 사람에게 각각 이라크와 시리아에 집중하라는 지시를 내렸으나, 알바그다디가 이를 거부하고 같은 해 5월 알누스라 전선 본거지인 시리아 북동부 도시 라카를 점령했다. 이후 알자와히리는 알바그다디에게 시리아에서 철수할 것을 명령했지만 알바그다디는 다시 이를 거부했으며, 알자와히리는 IS가 알카에다 조직이 아니라고 파문을 선언했다. 알바그다디는 2014년 6월 29일 라카에서 칼리프로 즉위한 다음 IS를 민족과 인종을 초월한 모든 무슬림의 ‘움마’(이슬람공동체)인 ‘칼리프 국가(Caliphate)’라고 선포하기에 이른다.



“서로 사상이 다르다”

IS에 밀려 한때 세력이 크게 축소되기도 했지만 알누스라 전선은 알카에다의 꾸준한 지원에 힘입어 지금까지 시리아 북부에 튼튼한 기반을 구축해왔다. IS는 그동안 미국 등 서방의 집중적인 공격으로 세가 축소돼 조직원 수도 1만9000~2만5000명으로 줄었다. 반면 알누스라 전선은 조직원 수는 5000~1만 명 수준이지만 최근 세력이 확산되고 있다는 게 정설. 미국 중동연구소(MEI)의 찰스 리스터 선임연구원은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에 기고한 글에서 “시리아 북부에 알카에다 에미리트와 지도부가 함께 들어설 경우 국제적으로 알카에다의 위상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알누스라 전선과 IS는 이슬람 신정국가 건설이라는 동일한 목표를 지녔지만 서로 다른 전술을 택하고 있다. IS는 참수 등 잔혹 행위를 일삼으며 점령지 주민들을 폭압적으로 통치하는 데 비해, 알누스라 전선은 주민들과 비교적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알누스라 전선은 또 시리아 정부군과 싸우는 다른 반군들과도 교류해왔다. 알누스라 전선이 에미리트 창설에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 IS와의 다툼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알자와히리가 “알카에다와 IS는 사상이 서로 다르다”면서 “IS는 극단주의자이자 변절자”라고 비판한 것도 이 때문. 알카에다의 새로운 전략이 미국 등 서방에 또 다른 위협이 되는 것은 물론, 시리아를 비롯한 중동지역의 평화와 안정에도 위험요소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주간동아 2016.06.01 1040호 (p60~61)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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