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34

2016.04.20

법칙으로 通하는 세상

두려움에서 동조로, 스톡홀름 증후군

  • 김규회 정보 큐레이터·동아일보 지식서비스센터 부장 khkim@donga.com

    입력2016-04-18 11:3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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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모, 계부의 아동학대 사건이 전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법원은 4월 5일 수년간 의붓딸을 학대한 ‘현대판 팥쥐’ 엄마(계모)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피해 아동은 깊은 절망감과 무력감으로 ‘스톡홀름 증후군(stockholm syndrome)’과 유사한 심리적 트라우마를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톡홀름 증후군’이란 인질이 인질범에 감화돼 동조하는 현상. 범죄심리학 용어다. 이 용어의 활용 범위는 매 맞는 아내, 학대받는 아이의 비슷한 심리 상태까지 포함한다. 이는 1973년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서 발생한 은행 강도 인질사건에서 유래했다. 무장 강도들이 스톡홀름의 크레디트반켄(Kreditbanken)을 점거하고 4명의 인질을 방패 삼아 8월 23일부터 28일까지 엿새간 경찰과 대치극을 벌였다. 인질들은 처음엔 인질범을 두려워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묘하게도 정서적으로 밀착되는 현상을 보이더니 사건이 종료된 후 인질범에 대한 불리한 증언을 끝까지 거부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태도를 보였다.

    인질극 상황은 모두 TV로 생중계됐다. 스웨덴 범죄 심리학자이자 정신의학자 닐스 베예로트(Nils Bejerot·1921~88)는 방송에서 해설을 맡았는데, 이런 인질들의 납득하기 어려운 태도를 ‘스톡홀름 증후군’이라고 했다. 그 후 이 용어는 인질로 붙잡힌 사람들이 범인에게 정신적으로 동화돼 오히려 범인에게 호감을 갖는 현상을 일컫게 됐다. ‘스톡홀름 증후군’은 막다른 골목에서 맞는, 어쩔 수 없는 ‘아생연후(我生然後)’의 선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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