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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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산후조리원 ‘환불 절대 불가’

표준약관 무시, ‘환불 포기 각서’ 요구, 예약 취소 시 귀책사유 규정 모호해

  • 김지현 객원기자 bombom@donga.com

    입력2016-04-11 10:3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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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아기를 낳은 박민정(31·가명) 씨는 출산 3개월 전 산후조리원을 예약했다. 주위에서 “요즘 산후조리원 입원 경쟁이 치열하니 일찍 예약하라”고 조언했고, 박씨는 이를 참고해 예약을 서둘렀다. 하지만 산후조리원 측은 박씨가 출산하기 직전 “현재 만실이니 예정일보다 사흘 늦게 오라”고 통보했다. 박씨는 자신의 입원 예정일이 늦춰진 이유를 따졌지만 조리원 측은 별다른 사과 없이 “방이 다 찼다. 지금도 대기자가 많다”는 답변만 했다. 박씨는 “산후조리원 측이 고객을 ‘봉’으로 본다는 느낌이 들었다. 결국 사흘간 집에서 쉬고 조리원에 입원했는데 입원 예정일 연기에 대해서는 배상을 받지 못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산후조리원은 출산 후 2~3주간 산모와 신생아를 돌봐주는 서비스를 하는 곳이다. 간호사를 포함한 직원들이 산모의 운동과 수유 연습 등을 지도하고 신생아의 건강을 관리해주는데, 이용 비용은 250만~500만 원 내외이나 최고급 서비스를 내세워 2000만 원 이상 하는 곳도 있다.

    하지만 산후조리원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불만 건수도 급증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산후조리원 관련 불만 민원은 2011년 660건, 2012년 867건, 2013년 1006건, 2014년 1206건으로 증가했다. 2015년에는 986건으로 약간 줄었지만 여전히 지속적으로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민원 내용은 주로 계약 해지나 중도 퇴원 시 환불 거절, 질병 감염이나 상해 등 신생아 관련 피해다.

    보건복지부가 2015년 하반기 전국 산후조리원 604곳을 점검한 바에 따르면, 간호 인력을 기준에 맞게 채용하지 않거나 직원 건강검진을 실시하지 않는 등 과태료 지급이나 시정 명령을 받은 업체가 51곳이었다.





    아파서 병원 입원해도 “예약금 못 돌려줘”

    그럼에도 산후조리원 이용객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먼저 육아 초보인 엄마를 대신해 아기를 돌봐주기 때문이다. 신생아실과 산모의 공간을 분리해 엄마가 건강 회복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장점도 있다. 여기에 엄마들 사이 친목 형성도 고급 산후조리원이 인기 있는 이유다. 특정 산후조리원에서 같은 시기에 만난 산모들끼리 퇴소 후에도 모임을 갖거나 육아 정보를 공유하는 등 ‘조리원 동기’ 네트워크가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후조리원 이용에 관한 법규는 소비자의 불만을 해결하기에 부족하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산후조리원의 불공정약관 통용을 방지하고자 2013년 ‘산후조리원 표준약관’을 마련했지만 이것마저 지키지 않는 업자들이 있고, 약관의 모호성 때문에 소비자와 업체 간 분쟁이 종종 발생한다.

    이 약관은 소비자가 산후조리원 입원 전 본인의 귀책사유로 계약을 해지할 경우에 대한 계약금 환불 규정을 두고 있다. 약관에 따르면 입원 예정일 31일 이전이나 계약 후 24시간 이내에는 계약금 100% 환불이 가능하며 21~30일 이전에는 60%, 10~20일 이전에는 30%, 9일 이전에는 환불이 불가하다.

    하지만 건강상 이유 등으로 계약을 취소할 경우에 대한 별도 규정은 없다. 산모 A씨는 계약금 50만 원을 내고 산후조리원을 예약했지만 출산 직후 아기가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산후조리원에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고 계약을 해지했지만 “입원 예정일이 지났고 본인에게 귀책사유가 있는 계약 해지라 환불은 불가능하다. 표준약관에 그렇게 나와 있다”는 답변만 들었다.

    소비자가 산후조리원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계약을 해지하더라도 귀책사유를 명확하게 따지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임신부 B씨는 입원할 예정이던 산후조리원이 리모델링 공사를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해당 산후조리원은 입원 예정자들에게 공사 진행 상황을 알리지 않은 상태였다. B씨는 “아기가 새집증후군의 영향을 받을까 봐 걱정돼 입원할 수 없다. 공사 상황을 알았다면 계약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환불을 요청했다. 하지만 산후조리원 측은 “공사 여부를 공지할 의무는 없으며, 시설 개선을 위한 공사였기 때문에 우리가 잘못한 부분은 없다”면서 환불을 거부했다.

    일부 산후조리원은 소비자가 표준약관이나 계약 내용에 무지한 점을 악용하기도 한다. 산모 C씨는 아기를 출산한 병원과 연계해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산후조리원을 600만 원에 예약했다. 산후조리원 측은 C씨에게 ‘특별가격으로 예약할 경우 환불이 절대 불가하다’는 각서를 쓰게 했다. 이후 C씨는 원내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아 중도 퇴원을 신청했지만, 산후조리원 측은 각서를 썼으니 환불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C씨는 산후조리원 표준약관이 있음을 알고 다시 환불을 요청했는데, 산후조리원 측은 “모유수유 마사지 비용 80만 원을 내야 미이용 금액을 환불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계약서에는 마사지 비용이 별도로 표시되지 않았음에도 조리원 관계자는 “C씨가 받은 마사지가 80만 원어치”라고 주장했다.



    업계선 “모든 고객 요구 충족 못 해”

    업계에서는 이 같은 문제가 일부 산후조리원의 횡포라고 주장한다. 한국산후조리업협회 관계자는 “각 조리원에 공정위 표준약관 엄수를 당부하는 등 좋은 서비스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몇몇 조리원이 불미스러운 일로 고객에게 상처를 주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한 “산후조리원도 영리를 추구하는 사업체라 소비자 요구를 모두 충족하기 어렵다. 또한 소비자가 계약 해지를 요구할 때 귀책사유가 누구에게 있느냐를 따지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때 환불 여부는 사업체 재량에 따르기 때문에 불만을 갖는 소비자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2013년 표준약관을 제정한 후 산후조리원의 불공정 관행이 시정된 효과는 있다”면서도 “업계 일각에서는 여전히 표준약관을 지키지 않거나 소비자에게 약관을 고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산후조리원과 분쟁이 생기면 개인 차원에서 해결하기 어려울 수 있다. 만약 소비자로서 부당하게 대우받거나 표준약관에 위반하는 사항을 목격하면 공정위에 신고하거나 소비자 상담을 받길 권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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