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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고양 산황산 골프장의 수상한 증설

정수장 지척 그린벨트에 18홀로 확장, 경계엔 주택 위치…의도적 자연 훼손도 의심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고양 산황산 골프장의 수상한 증설

고양 산황산 골프장의 수상한 증설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산황동 골프장 증설 문제로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마을주민 대부분은 농업에 종사하며, 골프장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비닐하우스와 논밭이 자리하고 있다. 박해윤 기자

경기 고양시 덕양구에 위치한 스프링힐스 골프장 증설 문제를 두고 시(市)와 시민단체 간 마찰음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이 골프장은 2008년 12월 개장해 9홀(23만㎡)로 운영되고 있는데, 2011년 11월 18홀(전체 면적 49만㎡)로 증설하기 위해 고양시에 ‘도시관리계획 결정(변경) 주민제안’ 신청서를 제출했다. 고양시는 2014년 7월 이를 승인(도시관리계획 변경)해 현재 실시계획 인가를 앞두고 있으며, 2015년 8월에는 이 사업 일부에 대해 사업자를 지정, 고시했다.

이와 관련해 고양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산황동 골프장 증설 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는 “쪼개기식 사업 허가”라고 주장하는 한편, 고양시는 “기존 9홀에서 운영하던 부분이 있어 클럽하우스 등의 증축을 허가해준 것일 뿐 사업 전체 승인과는 별개 문제”라고 맞서고 있다. 



“흩날리는 농약에 환경 파괴돼”

범대위는 또한 “이번 골프장 증설과 관련해 고양시의 졸속 행정이 일산 구민의 생존권을 위협한다”고 주장한다. 1월 범대위는 지역주민들과 함께 고양시청에서 “개발제한구역 내 골프장 증설 인허가를 취소하라”며 시위를 벌인 데 이어, 최근에는 골프장 증설 예정 대지인 안산(산황산)을 주민들이 직접 사서 녹지로 보존하자는 취지의 ‘산황산 한 평 사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산황동은 전형적인 도시 인근 농촌마을로 자연촌락 형태의 마을이 유지되고 있고, 주민 대부분이 도시근교농업에 종사한다.

범대위와 지역민들은 “골프장 증설 예정 대지가 이 지역 식수원인 고양정수장 바로 옆까지 확장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현재 이 골프장과 정수장 사이에는 산황산이 있지만, 이 산이 18홀 골프장으로 바뀌면 골프장과 정수장 사이 거리가 300m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 “골프장 잔디 및 수목관리에 사용하는 농약이 정수장까지 날아와 식수를 오염시킬 것이 분명하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특히 이들은 “정수장 일부(침전지)는 하늘이 개방돼 있어 농약이 유입될 공산이 크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와 관련해 사업자 측은 ‘새로 증설되는 골프장에는 미생물농약을 사용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한 상태지만, 시민과 범대위는 “미생물농약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범대위 관계자는 “미생물농약을 기존 농약처럼 제초제로 사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미생물농약만으로 골프장 잔디와 수목을 유지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차후 농약 사용량을 늘려 시민들이 우려하는 바가 현실로 드러나면 그때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현 계획대로라면 증설될 골프장 대지 경계와 주민들의 집터가 거의 맞붙게 된다는 점도 범대위 측이 걱정하는 바다. 기자가 직접 현장에 가 살펴보니, 범대위가 골프장 경계라고 주장하는 곳과 집의 담 사이가 1m도 안 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에 대해 조정 고양환경운동연합 고문은 “어떤 집은 기존 담까지 허물고 골프장 경계선이 들어온다. 결국 안방과 골프장 경계가 거의 맞닿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또한 골프장 증설 예정 대지 바로 옆에 유치원이 있다. 골프장 조명으로 인한 빛 피해, 농약 비산, 골프공 타격 등으로 아이들의 피해가 걱정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주민들은 “골프장 증설이 환경파괴 요인을 상당 부분 안고 있다”고 주장한다. 골프장이 증설되면 산황산의 숲 생태계가 파괴되고 지하수 부족으로 농민들의 농사까지 망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이 골프장은 잔디 공급수로 지하수 등을 사용하는데, 주민들은 “골프장 증설 후 지하수 사용량이 더 늘어나면 농업용수 공급에 문제가 생길 것이 뻔하다”고 주장한다. 산황동 주민 A씨는 “골프장이 들어선 이후 지하수가 날로 부족해지고 있다. 이제는 밭에 물을 주려고 집 안에서 수돗물을 끌어다 써야 할 판이다. 마을 사람들이 깻잎 농사를 많이 짓는데, 최근 한 집은 골프장 증설 소식과 함께 친환경 로컬푸드 납품 계약이 취소됐다. 흩날리는(비산) 농약 때문이다. 비닐하우스 농사를 지으며 하우스를 현장체험 학습장으로 운영하는 주민도 많은데 골프장이 증설되면 농민들 생계가 위협당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 반대의견을 건수로 표현?

고양 산황산 골프장의 수상한 증설

산황동 골프장 증설 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가 “골프장 증설 예정 대지와 300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고 주장하는 고양정수장 침전지 일부 모습. 사진 제공 · 고양환경운동연합

산황동 마을 어귀에 있는 수령 680년의 느티나무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범대위는 “몇 년 전부터 느티나무 잎사귀 크기가 줄어들었고 나무 꼭대기 일부는 이미 고사된 상태”라고 주장한다. 범대위 한 관계자는 “나무 전문가를 통해 조사를 벌였는데, 잎사귀 크기가 줄고 뿌리를 넓게 펴는 증상은 아직 고사는 안 됐지만 고사되지 않으려 나무 스스로 노력하는 증상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인근 골프장에서 많은 양의 지하수를 퍼 쓰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고양시가 나무 전문가를 통해 조사한 결과는 ‘생육에 문제없다’고 나와 범대위 측 의견과 온도차가 크다. 이에 대해 조정 고문은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을 보면 수령 100년 이상 된 노목, 고사 및 전설이 담긴 수목은 보호수로 지정할 수 있다. 실제로 산황동 느티나무도 ‘경기-고양-1 보호수’로 지정돼 있고, 단체장인 시장은 보호수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 밖에도 범대위는 산황동 골프장 증설과 관련해 세 가지 의혹을 제기한다. 먼저 ‘접수 서류 미비’에 관한 문제다. 범대위는 “2011년 11월 29일 사업자가 도시관리계획 결정(변경) 주민제안 신청서를 넣을 당시 제출해야 할 서류 가운데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비롯해 사업시행 재원조달계획서, 농지법에 의한 협의서, 산지법에 의한 협의서, 토지소유자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토지와 관련해서는 사업자가 사업 예정지의 80%를 매입했거나 토지주 80% 이상의 동의를 구했다는 서류가 필요한데, 이 골프장의 경우 토지 매입이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토지소유자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것이 범대위 측 주장이다.

더욱이 2011년 12월 1일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의 효력이 발생하기 이틀 전 서류가 접수됐다는 점 또한 석연치 않다. 바뀐 법에 따르면 개발제한구역 내에서는 민간 골프장을 개발할 수 없지만, 산황동 골프장의 경우 법 효력 발생 이틀 전 서류를 제출함으로써 개발제한구역 내 골프장 설치 제한 조문을 비켜갔다. 이에 대해 범대위 측은 “결국 서류 제출 당시 서류가 미비했다면 신청 자체가 무효이므로 바뀐 특별법에 따라 민간 골프장은 증설할 수 없다”는 논리를 전개한다.

하지만 서류 미비 문제에 대해 고양시 측은 “도시관리계획 결정(변경) 신청 서류 가운데 환경성 검토는 관련 법에 따라 전략환경영향평가 대상에 해당돼 도시관리계획 서류 접수 시 생략 가능하고, 접수 및 협의 시기는 도시관리계획 결정(변경) 전 별도로 정하고 있다. 나머지 서류 또한 타법에 의거해 별도로 진행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실시계획 인가를 앞두고 보완하거나 논의하면 되는 부분”이라고 맞서고 있다.  

범대위는 또한 “고양시가 주민들의 의견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2014년 7월 임의대로 작성된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기반으로 국토교통부(국토부)에 도시관리계획 결정(변경)을 제안해 승인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범대위 관계자는 “2014년 2월 11일부터 3월 3일까지 실시한 주민 의견 조사 결과가 왜곡됐다. 고양시는 주민 의견을 찬성 179건, 반대 6건으로 기재했는데, 반대 6건은 고양환경운동연합 외 5건이다. 하지만 각 건에 대해 연명부로 이름이 올라간 사람을 다 합치면 360여 명에 달한다. 명수가 아닌 건수로 따진다면, 찬성은 찬성 말고 별도의 의견이란 게 있을 수 없으므로 1건으로 처리해야 옳다. 결국 서류상 숫자를 축소하기 위한 꼼수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고양시는 주민 의견을 연명부로 올린 것에 대해선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범대위 주장대로 명수로 따지면 찬성 수가 더 많아질 것이다. 명수냐 건수냐가 왜 중요한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반년 만에 ‘훼손 산지’가 된 산황산

고양 산황산 골프장의 수상한 증설

골프장 증설 예정 부지인 경기 고양시 안산(산황산)을 지키고자 시민단체와 주민들이 나무 한 그루 한 그루에 번호표를 다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 제공 · 고양환경운동연합

또 다른 의혹은 국토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중도위) 승인 과정에서 산황산 일대가 6개월 만에 ‘임상(林象·산의 형상)’이 양호한 산지에서 훼손된 산지로 둔갑했다는 점이다. 국토부는 2013년 6월 중도위에서 산황산 일대가 훼손 정도가 심각하지 않은 임상이라 판단하고, 사업자가 제출한 도시관리계획 결정(변경) 신청을 부결한 바 있다. 하지만 사업자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재심사를 요구했고, 결국 국토부는 2013년 12월 산황산을 ‘훼손된 산지’로 판명해 도시관리계획 결정(변경) 신청을 가결했다.

이에 대해 고양시 측은 “사업자가 구체적인 심사 없이 부결 심의를 한 것은 부당하다고 탄원서를 제출했다. 국토부 중도위에서 그 주장을 받아들여 현장 답사를 실시해 입지 타당성 심사를 한 뒤 통과한 사항이다. 국토부 중도위 승인 과정에서 지자체가 참여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고 밝혔다. 국토부 중도위 관계자 또한 “당시 서류를 살펴보면 3명의 중도위 위원과 실무담당자가 현장에 나가 직접 산 상태를 둘러본 뒤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의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범대위 측은 사업자의 탄원서 내용에도 오류가 있다고 주장한다. 범대위 관계자는 “고양시 측에 사업자가 제시한 탄원서 내용을 공개하라고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그 대신 산황동 한 주민이 2014년 3월 국민권익위원회를 비롯해 고양시에 제출한 골프장 증설 반대 민원과 관련해 사업자가 고양시에 보내온 답변서를 보면, 사업자는 산황산 내 묘지가 700여 기나 있다는 점을 들어 훼손된 산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범대위가 직접 묘지를 세어본 결과 200여 기밖에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범대위는 “3월 산황동 일대를 둘러보던 중 산황산 내 40~50년가량 된 나무 11그루가 불법으로 벌목된 사실을 알았다. 산 한쪽 자락은 불까지 나는 등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숲을 훼손하는 게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들이 일어났다. 이는 산지를 개발하려 할 때 고전적으로 사용하는 수법”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범대위는 산황산 일대를 보존하는 방법으로 나무 한 그루 한 그루에 번호표를 다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조정 고문은 “범대위와 시민들의 최종 목표는 산황산을 지키는 것이다. 산황산 26만m2(약 8만 평) 중 일부라도 우리 힘으로 사 고양시에 반납함으로써 (골프장을 만들 수 없는) 영구 자연녹지로 만들어달라고 부탁할 예정이다. 산황산은 이 지역의 허파 구실을 하는 곳이다. 이런 산에 골프장이 증설되면 자연 파괴는 불 보듯 뻔한 일”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사업자인 스프링힐스 측은 현재 일고 있는 여러 논란에 대해 “답답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스프링힐스 한 관계자는 “범대위 측이 주장하는 환경오염 부분과 관련해 분명히 친환경농약을 사용하고 지하수도 하수종말처리장에서 나온 재이용수를 고양시로부터 사서 쓰겠다고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기재했다. 나머지 부분들은 일반 민원 상황인 만큼 적절하게 대처해나가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현재 범대위 측의 억지 때문에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그로 인한 재정적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현재 환경부는 산황산 골프장 증설과 관련해 전략환경영향평가 작업을 하고 있으며 고양시는 이와 함께 다른 여러 항목을 전체적으로 검토한 후 최종 허가를 내주게 된다. 주민들은 고양시 및 환경부의 결정과 판단을 ‘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주간동아 2016.04.13 1033호 (p48~49)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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