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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성형한 가슴 지금도 괜찮을까

인체 ‘Ever After’ 시대…인공보형물 재수술, 복원수술 유행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20년 전 성형한 가슴 지금도 괜찮을까

‘전통 물질들과 달리 플라스틱은 분해되거나 녹이 슬지 않는다(적어도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시간 단위 안에서는 그렇다). 이 기다란 중합체 사슬들은 영속적으로 존재하도록 만들어졌다.’
미국 과학저술가 수전 프라인켈은 저서 ‘플라스틱 사회’에 이렇게 썼다. 이러한 플라스틱의 성질은 한때 많은 이에게 ‘황홀경’을 불러일으켰다. 사람들이 이른바 ‘플라스틱 서저리’(plastic surgery·성형수술)에 대해 갖는 인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외모의 부족한 부분을 성형하면 ‘영원불멸’의 아름다움을 가질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품게 한 것이다. 최근 가슴 보형물 제거 수술을 받은 A씨도 그런 꿈을 가진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영원불멸은 없다”

2001년 가슴 확대 수술을 한 A씨는 “출산과 수유를 한 뒤 가슴 크기가 작아지고 모양도 변해 스트레스가 심했다. 수술을 하면 콤플렉스가 사라질 줄 알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60대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고민이 찾아왔다. 노화 현상으로 피부가 처지자 실제 가슴과 보형물이 분리되면서 보형물 윤곽이 부자연스럽게 드러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목욕탕이나 수영장에 가는 게 고통스러워지자 그는 결국 다시 수술대에 눕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성형외과를 찾아가니 의사가 ‘원래 성형수술하고 10년쯤 지나면 모양을 다시 만져주는 게 좋다’고 하더라”며 “최근 이를 위해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고 밝혔다.  
서울에서 성형외과의원을 운영하는 한 성형외과 전문의도 “요즘 성형수술 환자 가운데 약 20%는 과거 한 차례 이상 성형했던 부위를 다시 수술하거나 원래 상태로 되돌리려는 이들”이라며 “젊은이 사이에서는 이제 성형수술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게 상식이 됐다”고 전했다.
“우리나라에 성형수술이 대중화한 게 1990년대 중·후반부터예요. 약 20년쯤 된 거죠. 당시 성형수술을 받았던 분들이 노화의 길에 접어드는 상황에서 재수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이 성형외과 전문의의 얘기다. 그는 “최근 서울 강남 등을 중심으로 ‘복원수술’ ‘재수술’을 전문 분야로 내세우는 병원이 부쩍 늘어나는 것도 이런 추세를 반영한다”며 “과거 성형 트렌드는 큰 쌍꺼풀, 높은 코, 큰 가슴 등이었는데 신체 노화가 시작되면 이런 부분이 더욱 두드러져 보일 수밖에 없다. 이에 부담을 느끼는 분들이 좀 더 조화롭게 보이도록 하는 시술 또는 수술을 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2011년 조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유방 확대술을 받은 사람의 20~40%, 유방암 등으로 유방 재건술을 받은 사람의 40~70%가 수술 후 8~10년 사이 재수술을 받았다.
가슴성형을 전문으로 하는 또 다른 성형외과 전문의는 “유행이 변하고 의료기술이 발전하는 것도 성형외과 재수술에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2000년대 초·중반에는 가슴 확대 보형물로 식염수팩을 많이 사용했다.

20년 전 성형한 가슴 지금도 괜찮을까

shutterstock

그러나 최근에는 촉감과 모양이 좀 더 자연스러운 코헤시브겔팩을 이용한 수술이 보편화됐다. 이를 아는 이들이 현대적인 가슴모양을 만들고자 기존 보형물을 제거하고 재수술을 하기도 한다. 이 성형외과 전문의는 “기존 성형수술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이들이 오히려 재수술에 적극적”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처럼 더 나은 외모를 만들거나 만족감을 높이기 위해 스스로 재수술을 결정하는 건 행복한 사례에 속한다. 일부 환자는 보형물의 형태 변화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재수술을 선택한다. 2010년 성형한 코를 최근 재수술한 B씨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B씨는 당시 낮은 코를 높이려고 콧등에 실리콘 보형물을 넣고, 코끝에는 귀 연골을 이식하는 수술을 했다. 그러나 이후 코가 점점 짧아지면서 위로 들린다는 느낌을 받았고, 최근 실리콘을 제거한 뒤 엉덩이에서 채취한 자가진피를 채워 넣는 방식으로 이를 교정하는 수술을 했다. 그는 “전부터 코 수술을 한 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돼지코’ 모양이 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긴 했다. 나는 예외가 되길 바랐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코 모양이 이상해져 다시 수술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생로병사와 인공보형물

이에 대해 한 성형외과 전문의는 “모든 코 성형수술에서 이런 부작용이 나타나는 건 아니다. 보형물을 넣고도 수십 년간 아무 이상 없이 지내는 경우가 더 많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체내 면역계가 보형물을 이물질로 인식하고 계속 공격하면 보형물이 수축돼 코 모양이 변형될 수 있다. 이 경우 재수술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무턱교정을 위해 보형물을 넣었을 때도 보형물과 인체의 충돌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이 성형외과 전문의는 “턱 모양을 바로잡기 위해 무리하게 많은 양의 실리콘을 넣으면 보형물이 진짜 뼈를 마모시킬 수 있다. 뼈가 다 닳아 없어지면 재수술도 어려워지기 때문에 보형물을 삽입한 뒤엔 정기적으로 상태를 확인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그는 “인터넷 성형 커뮤니티 등을 보면 보형물을 마치 자동차 소모품 교체하듯 몇 년 단위로 교체해야만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는데 그건 사실과 다르다”며 “다만 보형물과 몸 사이 트러블이 발생할 수 있고, 이때 예외적으로 재수술이 필요한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저술가 플로렌스 윌리엄스는 저서 ‘가슴이야기 : 내 딸과 딸의 딸들을 위한’에서 ‘오늘날 보형물을 선택하는 여성은 반복되는 수술과 규칙적인 MRI 검사(보형물이 ‘본인도 모르게’ 터졌을지도 모르므로), 유방암 조기 검진의 어려움(보형물이 유방조영술을 방해한다)도 선택하는 것’이라고 했다.
“가슴 확대 수술이 유방암 조기 검진을 방해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성형수술 후 규칙적인 검사의 필요성만큼은 인정한다. 이영대 메가성형외과 원장은 “현재 가슴 확대 수술에 널리 사용하는 코헤시브겔 보형물의 수명은 사실상 영구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생산 당시보다 내구성이 떨어질 위험이 높아지는 게 당연하지 않나”라며 “성형수술을 하지 않은 여성이 유방암 정기 검진을 받듯 1년에 한 번 정도씩 보형물 검사를 받으며 안전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문제는 일부 의사가 이러한 ‘당연한 사실’조차 미리 알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누리꾼들이 성형수술 경험을 공유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등에는 ‘상담하고 수술할 때까지만 해도 ‘평생 문제가 없다’고 하던 의사가 문제가 발생하자 “원래 성형수술은 조금씩 손을 봐야 하는 것’이라고 말을 돌린다”는 등의 내용이 다수 올라와 있다. 가슴 확대 수술을 했다는 한 누리꾼은 “수술이 끝나고 나니 ‘과장이란 여자’가 10년 뒤 보형물을 교체해야 한다고 하더라. 한 번만 참으면 영원할 줄 알았는데, 미리 말해줬으면 수술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영대 원장은 “모든 수술에는 위험이 따르고, 사람이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나타난다. 의료적인 실수가 없어도 기대와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100% 확실하다’ ‘평생 문제없다’고 말하는 의사는 믿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근 가슴 확대 수술을 받은 C씨도 “보형물을 넣으려면 겨드랑이나 가슴 아래 가운데 한 곳을 절개해야 했는데, 담당의사가 ‘추후 만에 하나라도 보형물을 제거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가슴 아래쪽으로 수술하는 게 훨씬 수월하고 안전하다. 수술을 한 번만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겨드랑이 쪽을 절개했다 흉터를 여러 개 만드는 것보다 처음부터 가슴 아래쪽을 절개하는 편이 낫겠다’고 권했다”며 “장래 나타날 수 있는 위험에 대해 터놓고 얘기하니 오히려 신뢰가 갔다”고 밝혔다.
한 성형외과 전문의도 “코 성형의 경우 코끝을 수술할 당시 오뚝하게 잘 세워도 중력의 영향으로 처질 수 있다”며 “수술을 만병통치약으로 여기지 말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20년 전 성형한 가슴 지금도 괜찮을까

근시환자의 시력 교정을 위한 라섹수술 현장 모습(왼쪽)과 가슴 확대 수술용 보형물.사진 제공 · 김안과병원 동아DB

시력교정 환자 10명 중 3명은 근시퇴행

복부지방을 태워 배 근육을 도드라지게 만드는 이른바 ‘복근 성형’에 대해서도 위험성을 경고하는 이가 있다. 한 성형외과 전문의는 “배의 피하지방을 태워 없앨 경우 영구적으로 지방세포가 죽기 때문에 나중에 살이 쪄도 배에 ‘왕(王)’ 자는 남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될 수 있다”며 “지방을 녹인 곳에 다시 지방을 채우는 방식의 재수술을 하기도 하지만, 자연스러운 모양을 내는 게 현재로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니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술에서 어느 누구도 ‘장래’를 장담할 수 없는 건 이처럼 인체가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1980년대 말 우리나라에 소개된 시력교정술도 성형수술과 더불어 최근 20년 사이 급속히 대중화된 의료 처치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이 분야 역시 결코 “100% 좋아진다”고 말할 수 없는 분야라고 입을 모은다. “수술만 하면 다시는 안경이나 렌즈를 사용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는 의료진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2010년 말 시력교정술을 받은 환자 2638명을 추적 조사해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조사 대상자 중 라식수술을 받은 사람의 8%, 라섹수술을 받은 사람의 13.5%가 수술 3년 뒤 시력이 다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라섹수술을 받은 사람 중 8.6%는 1년 뒤 이미 시력이 나빠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한 안과 전문의는 “시력교정술을 받은 뒤 시력이 다시 나빠지는 걸 근시퇴행이라고 하는데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주된 이유는 레이저로 깎아낸 각막이 재생되기 때문”이라며 “우리 몸의 치유력으로 각막이 다시 두꺼워지면 그만큼 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수술 부작용이나 실수가 아니기 때문에 피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탈모인에게 ‘근본적 해결법’으로 통하는 모발이식술이나 치아 손실 환자들이 대안으로 삼는 임플란트 이식, 관절염 치료법으로 각광받는 인공관절 수술 등도 해당 문제에 대한 ‘100% 해법’이 될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모발이식은 자신에게 남아 있는 모발을 이미 머리카락이 빠진 모낭에 옮겨 심는 것으로 물리적 한계가 분명하다. 현재 기술력으로 만들어내는 임플란트나 인공관절은 수명이 20년 안팎에 불과하다. 관리 여하에 따라 수명이 이보다 훨씬 짧아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 치과 전문의는 “임플란트 치아는 금속으로 만들어져 그 자체에 충치가 생기지는 않지만, 치주인대 없이 바로 잇몸 뼈와 결합되기 때문에 큰 힘을 감당하기 어렵다. 질기고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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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외과가 밀집해 있는 서울 강남구 거리 풍경. 동아일보

단한 음식을 씹으면 수명이 짧아지고, 음주나 흡연 등을 하다 구내염이 생기면 주위 뼈가 녹아 아예 임플란트를제거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이때는 재수술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요즘은 30대 때부터 임플란트 시술을 권하는 치과가 있는데 가능한 한 뒤로 미루고 본인 치아를 살려두는 게 좋다”는 게 이 전문의의 조언이다.
인공관절 역시 평균 수명이 나날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최대한 수술을 늦추는 것이 좋다고 한다. 50, 60대에 섣불리 인공관절을 끼웠다 20년 뒤 재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정형외과 전문의는 “인공관절 수술을 할 경우 달리기 등 격렬한 운동을 자제하고 좌식 생활도 되도록 피해야 한다. 잘 관리하면서 매년 한 번 이상 정기검진을 받아야 인공관절을 오래 쓸 수 있다”고 조언했다.
1970년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미국 드라마 ‘600만 불의 사나이’ 주인공 오스틴은 사고로 잃은 팔, 다리를 기계 팔, 다리로 바꾼 후 ‘초인’으로 변신한다. 그러나 40년이 흐른 오늘까지도 인간의 기술은 이에 도달하기에 많은 한계를 갖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한 성형외과 전문의는 “오늘날 가장 이상적으로 꼽히는 보형물은 체내 물질과 반응하지 않아 원하면 언제든 쉽게 제거할 수 있게 제작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체 노화에 자연스럽게 적응하는 인공물, 나아가 신체 능력을 강화시켜주는 체내 보형물을 기대하는 건 꿈같은 얘기”라고 밝혔다.



“닦고 조이고 기름 치자”

최근 각광받는 바이오닉스 분야 역시 당장 실용화하기에 부족한 건 마찬가지다. ‘생물학(Biology)’과 ‘전기공학(Electronics)’의 합성어인 바이오닉스는 사고나 질병으로 발생한 신체 손상을 공학 및 의학적 기술로 복원하는 것을 뜻한다. 2013년 2월 영국 과학자들은 최신 의공학 기술을 총동원해 팔과 다리를 비롯해 심장, 피부, 혈액, 안구, 췌장까지 인공적으로 만든 ‘렉스(Rex)’를 선보였지만, 해당 ‘바이오닉 맨’이 인간의 기능을 다하지는 못했다. 이 때문에 아름다움과 건강 유지를 위해 시술을 선택하는 이들은 끊임없이 ‘닦고 조이고 기름 치는’ 관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먼저 받아들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현재 자신이 가진 것을 최대한 아끼고 살려 쓰려는 자세도 필요하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는 지난해 7월 ‘무분별한 성형조장 프로그램에 대한 대한성형외과의사회 입장’이라는 공문

20년 전 성형한 가슴 지금도 괜찮을까

스위스 심리학자 베르톨트 마이어가 자신의 두상을 본떠 만든 ‘렉스’를 소개하고 있다. 렉스는 팔, 다리뿐 아니라 장기까지 인공적으로 만든 인조인간이다. 신화=뉴시스

을 통해 신청자에게 무료 성형수술을 해주는 특정 케이블TV방송 프로그램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해당 프로그램은) 의료행위를 상품화하여 성형수술을 맹신하게 만들어 무분별한 성형수술을 조장하고 방송의 공익성을 저해하고 의료진의 윤리를 훼손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외모로 인해 차별과 혐오가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해당 프로그램 제목)의 폐지를 강력히 주장한다”고 밝힌 적이 있다. 홍정근 대한성형외과의사회 이사(성형외과 전문의)는 이에 대해 “100% 안전한 수술은 없다. 과도한 수술에 의사로서 반대한다”고 밝혔다. 






주간동아 2016.02.17 1025호 (p24~27)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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