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22

2016.01.20

박정배의 food in the city

구수, 매콤…온몸이 따듯해온다

경남 창원 돼지국밥

  • 박정배 푸드칼럼니스트 whitesudal@naver.com

    입력2016-01-18 13:3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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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위가 절정을 맞고 있다. 사람들은 따듯한 음식을 찾아다닌다. ‘따듯한 남쪽나라’라는 표현답게 남도는 서울에 비해 겨울에도 5도 정도 기온이 높다. 그렇다고 기온이 남태평양 섬들처럼 뜨거운 것은 아니다. 겨울이면 남도에서도 따듯한 국물 음식들의 인기가 올라간다. 2010년 7월 1일 경남의 창원시, 마산시, 진해시가 창원시로 통합됐다. 인구 100만 명이 넘는, 한국에서 가장 큰 기초지방자치단체가 탄생한 것. 일제강점기 급성장한 마산시는 이제 마산구로 남았고, 해양기지와 벚꽃으로 유명한 진해시는 진해구로 바뀌었다.
    마산은 일제강점기 당시 한반도 최대 사케(일본 술) 생산지였다. 물이 좋은 게 가장 큰 이유였다. 몽고간장도 같은 이유로 마산에 둥지를 틀었다. 마산 하면 사람들은 아귀찜을 떠올리지만 마산 사람들은 아귀찜보다 복어를 더 많이 찾는다. 복어만큼 인기 많은 음식은 돼지국밥이다. 마산구에 자리 잡은 ‘종가돼지국밥’은 창원에서 가장 큰 돼지국밥집이다. 24시간 쉬지 않고 영업할 정도로 장사가 잘 된다. 진하고 진득한 경상도식 탁한 사골국을 기본으로 한다.
    마산구 산호동주민센터 옆에 있는 ‘소문난돼지국밥’은 젊은이도 많이 찾는다. ‘돼지국밥=아저씨’라는 등식이 이곳에선 적용되지 않는다. 커다란 스테인리스 그릇에 탁하고 진한 국물과 돼지고기들이 그득히 담겨 있다. 된장과 고춧가루를 섞은 양념장 때문에 구수하고 매콤한 맛이 동시에 뒷맛으로 남는다. 남녀노소가 좋아할 정도로 맛있고 양도 많은 것이 이 집의 인기 비결이다.
    진해구는 거제시와 맞닿아 있다. 진해구 용원항에서는 겨울 진객 대구가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다. 진해 시내에 자리 잡은 중앙시장에서도 대구가 제철을 맞았다. 하지만 장을 보러 온 사람들에게 중앙시장 돼지국밥 골목은 대구탕 한 그릇보다 인기가 많다. 중앙시장에는 돼지국밥 골목이 두 군데 있다. 중앙시장에서 가장 오래된 돼지국밥집인 ‘가덕집’ 주변의 작은 돼지국밥 거리와 중앙시장에 있는 돼지국밥 거리가 그곳이다. ‘가덕집’은 전형적인 시장형 돼지국밥집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식당 분위기가 허름하고, 맛도 냄새도 전통적인 돼지국밥의 원형을 보여준다.


    진해구 돼지국밥집을 대표하는 ‘일미식당’은 1980년대 초반 장사를 시작했다. 이 집은 돼지머리만을 이용한 돼지국밥으로 이름 높다. 돼지머리를 이용한 돼지국밥은 돼지국밥 초창기에 가장 많았다. 부산 범일동 ‘할매국밥집’도 초창기에는 돼지머리를 이용했다. 당시 돼지머리가 가장 저렴한 부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지 저렴하다는 이유만은 아니다. 24년 발간된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는 ‘(돼지) 대가리가 으뜸이 되는 것은 껍질과 귀와 코가 다 각각 맛이 좋기 때문’이라고 적혀 있다.
    실제 ‘일미식당’ 입구에는 손질이 완벽하게 된 깨끗한 돼지머리가 놓인 것을 볼 수 있다. 재료만 봐도 이 집 돼지국밥 맛이 떠오를 정도다. 돼지머리로 우린 육수는 깔끔하고 깊다. 다양한 질감을 느낄 수 있는 돼지머리 고기는 졸깃함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육수는 끓인 뒤 곧장 내는 게 아니라 12시간 숙성한 뒤 내놓는다. 돼지머리 끝부분에 400g 정도만 붙은 뒷통살은 쇠고기 안창살 같은 식감을 낸다. 허름한 식당이지만 음식 질은 좋다. 하루에 100그릇만 팔 정도로 자부심이 강하다.
    돼지국밥 한 그릇을 먹으면 마음까지 따듯해진다. 돼지국밥이 있는 한 창원은 여전히 따듯한 남쪽나라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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