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21

2016.01.13

국제

중국의 칼, 확 바뀐 인민해방군

기존 7개 군구 대신 미국식 통합사령부…“하이테크 전쟁 책임질 것”

  • 구자룡 동아일보 베이징 특파원 bonhong@donga.com

    입력2016-01-11 16:5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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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이 새해 벽두부터 인민해방군 개편과 개혁 조치를 잇달아 발표했다. 중국군 개혁의 핵심은 ‘싸워서 이기는 군대’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제2 항공모함 건조 등 군 역량 강화를 보여주는 발표와 함께 중국의 ‘군사굴기’를 과시하고 나섰다.
    중국군은 1월 1일부터 지역을 기반으로 한 기존 7개 군구(軍區)체계를 5개 전구(戰區)로 전환했다. 1985년 6월부터 운영해온 군구체계를 31년 만에 바꾼 것. 지난(濟南), 난징(南京), 광저우(廣州), 베이징(北京), 선양(瀋陽), 란저우(蘭州), 청두(成都) 등 7개 군구는 사라지고 그 대신 동·서·남·북·중부 등 5개 전구로 재편됐다. 7개 군구로 구성돼 있던 인민해방군 육군은 그간 사령부가 없어 지휘체계가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따라서 이번 개편에서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위원장을 겸직하는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중앙군사위)로 권한을 집중하고 연합작전능력을 높였다. 육군사령부 격인 ‘육군지도기구’를 새로 설치했는가 하면, 중앙군사위에는 ‘연합작전지휘부’가 새로 생겼다. 다소 독립적이던 7개 군구와 달리 5개 전구는 중앙군사위의 지휘를 받아 작전에 집중한다. 새로운 군사기구 창설과 관련해 시 주석은 “중국의 꿈과 강군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정책이자 중국 특색의 현대군사역량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라고 말했다.



    ‘시진핑식(式) 군대개혁’의 결정판

    연합작전지휘부와 육군지도기구 등을 통한 연합작전능력의 제고는 군 조직을 과거 소비에트식에서 미국식 통합사령부 체제로 전환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미군은 합동참모본부가 종합작전을 짜고 전투지역 사령부가 별도 작전을 수행하는 체계로 운영된다. 군사전문가 쑹중핑(宋忠平)은 “중앙군사위가 총체적인 지휘 명령을 내리고 전구 사령부가 작전을 실행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금까지 국무원과 중앙군사위가 공동 관리해온 ‘무장경찰 부대’의 관할권을 중앙군사위로 일원화한 것 역시 권한 강화의 일환으로 풀이할 수 있다.
    육군지도기구 사령원과 정치위원에는 각각 리쭤청(李作成) 청두군구 사령원과 류레이(劉雷) 란저우군구 정치위원이 선임됐고, 전략지원부대 사령원과 정치위원에는 가오진(高津) 군사과학원 원장, 류푸롄(劉福連) 베이징군구 정치위원이 임명됐다. 이번 개혁은 2015년 11월 24~26일 시 주석이 베이징에서 열린 ‘중앙군사위 개혁공작회의’ 연설에서 중국군의 통합사령부 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군대 법치를 강화하는 등의 국방·군대개혁안을 발표한 뒤 나온 것이다. ‘시진핑식(式) 군대개혁’의 결정판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1월 1일 군구 개편에 앞서 2015년 12월 31일에는 육군지도기구 신설과 함께 ‘로켓군’ ‘전략지원부대’가 창설됐다. 이날 시 주석은 베이징 국방부 청사 ‘바이다러우(八一大樓)’에서 신설 부대의 사령원(사령관)들에게 직접 부대 깃발을 수여했다. 중국군은 1966년 육·해·공군과 함께 창설된 전략미사일부대 제2포병을 포함해 전체 4개 병종으로 구성돼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제2포병을 로켓군으로 전환하고 전략지원부대라는 병종을 새로 만들어 5개 병종이 됐다. 50년 만의 변화다.
    제2포병을 새 시대 요구에 맞게 바꿨다는 로켓군의 기능에 대해 시 주석은 “‘전 지역 선제적 전쟁’이라는 전략적 요구에 대해 믿을 수 있고 의지할 수 있는 핵 억지력과 핵 반격 능력을 강화하고 중·장거리 정밀 타격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핵 타격 능력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로켓군 창설은 1956년 ‘중국 미사일의 아버지’로 불리는 핵과학자 첸쉐썬(錢學森·1912~2009) 박사가 제안한 뒤 60년 만에 실현된 것이라고 인터넷 매체 ‘펑파이(澎湃)’는 전했다.
    로켓군은 미국이 한반도 배치를 검토하는 고고도미사일방어(사드·THAAD)체계에 대항하는 조치이자 동북아를 둘러싼 미·중 핵경쟁 시대를 예고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미국 같은 잠재 경쟁국의 전략타격능력이나 북한 핵위협 등에 대응하는 것도 제2포병을 로켓군으로 바꾼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전략지원부대 창설대회에서 시 주석은 부대 깃발을 수여하면서 “국가 안전을 위한 신형 작전능력을 수호한다”고 밝혔다. 환추시보는 ‘정보, 기술정찰, 전자전, 인터넷 공격방어, 심리전 등 5대 영역을 아우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우주와 인터넷 공간에서의 하이테크 전쟁을 책임지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부대가 사이버전쟁, 우주전쟁, 심리전 등 미래형 전쟁에 대비하는 조직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2013년 12월 무인우주선을 달 표면에 착륙시키며 미국, 러시아에 이어 ‘세계 3대 우주강국’으로 도약한 중국은 우주개발 과정에서 얻은 로켓 정밀제어 기술을 군사적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군사과학원장 출신을 신임 전략지원부대 사령관으로 임명해 인민해방군에 대한 통합적 지원 시스템을 개선하고 ‘군민융합’ 등을 강조하는 등 무기 연구개발도 주도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제2항모와 전략핵미사일

    시 주석은 2015년 9월 3일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30만 명 감군을 선언했다. 감군은 주로 비전투인력을 중심으로 앞으로 수년간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전략지원부대 창설은 비전투인력을 줄이면서도 미래에 사이버전쟁이나 우주전쟁에 대비한 병력은 늘린다는, 이른바 ‘늘릴 것은 늘리고 줄일 것은 줄이는’(有曾有減) 선택과 집중의 결과라고 중국 언론은 평가한다. 양위쥔(楊宇軍) 국방부 대변인은 1월 1일 “로켓군과 전략지원부대 창설은 인민군 현대화 건설의 이정표이자 군 역사책에 기록될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앞서 양 대변인은 2015년 12월 31일 월례 기자회견에서 군 역량 강화를 보여주는 두 가지 사안을 발표했다. 배수량 5만t급 두 번째 항모가 다롄(大連)에서 건조되고 있다는 게 첫 번째다. 홍콩 언론은 ‘첫 항모 랴오닝(遼寧)호처럼 핵 동력이 아닌 일반 동력이며, 역시 같은 스키점프 이륙 방식을 채택했다’며 ‘랴오닝호에서 이착륙하는 젠(殲)-15가 제2항모에서도 원활하게 기동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다른 하나는 사거리 1만2000km급 전략핵미사일 ‘둥펑(東風)-41’의 철로 기차 위 시험발사 시인이다. 미국 언론의 보도를 확인해달라는 질문에 그는 “새 장거리 미사일에 대한 실험은 계획에 따라 실행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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