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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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주문 빈도부터 수면 시간까지… 빅테크의 오프라인 데이터 수집 열풍

기업 비즈니스 확장하는 ‘노다지’이지만 개인정보 오남용 방지 과제로 남아

  • 김지현 테크라이터

    입력2022-11-28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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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 스마트홈 기기 ‘구글홈’. [사진 제공 · 구글]

    구글 스마트홈 기기 ‘구글홈’. [사진 제공 · 구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DT)의 D가 실은 데이터(data)의 준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기업의 사업 혁신에서 데이터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어떻게든 데이터를 더 많이 수집하려는 게 최근 기업 속내다. 축적한 데이터를 상품 개발이나 서비스 개선, 마케팅 효율성 제고뿐 아니라 신규 사업 진출에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세계 여러 기업이 사업 혁신의 동력인 데이터를 수집하려고 전방위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데이터 탱크’ 된 구글, 메타

    마크 저커버그 메타(당시 페이스북) 최고경영자(가운데)가 2018년 4월 10일(현지 시간) 개인정보 유출 스캔들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열린 미국 상하원 청문회에 참석했다. [뉴시스]

    마크 저커버그 메타(당시 페이스북) 최고경영자(가운데)가 2018년 4월 10일(현지 시간) 개인정보 유출 스캔들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열린 미국 상하원 청문회에 참석했다. [뉴시스]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모아 ‘데이터 탱크’가 된 대표적 기업이 바로 구글과 메타다. 구글은 개인용 컴퓨터(PC) 검색 엔진과 유튜브,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사용자의 관심사와 위치 정보는 물론, 스케줄과 이동 경로까지 광범위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메타의 경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 데이터를 바탕으로 주로 사용자의 친구 관계와 개인적 기호(嗜好) 같은 내밀한 개인정보를 모으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객에 대한 데이터 수집의 원조 격은 금융사와 통신사다. 가령 금융사는 각 고객의 수입과 씀씀이는 물론, 대출이나 보험 관련 정보를 축적한다. 통신사에는 휴대전화 사용자의 거주지와 자주 통화하는 사람, 생활 반경 등 관련 데이터가 쌓여 있다. 데이터를 다루는 기존 기업과 인터넷 기업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기존 기업은 수집한 데이터를 실제 활용할 수 있는 고객 대면 채널이 제한적인 편이다. 구글, 메타는 무료 SNS를 제공하는 대신 정보 수집 및 활용에 대한 이용자의 동의를 구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웹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데이터를 활용한 비즈니스 가치를 만들 수 있다.

    데이터를 향한 인터넷 기업의 욕망은 더 커지고 있다. 기존에 수집하지 못했던 이용자 관련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역량을 집중한다. 구글은 자사 스마트홈 시스템 ‘구글홈’을 앞세워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 공간에서도 이용자 데이터를 수집한다. 스마트 스피커 ‘네스트’와 자체 방범 카메라 등 스마트홈 관련 기기, 다양한 가전제품을 구글홈과 연동하는 게 구글 사업의 큰 방향이다. 그 덕에 고객 집 안에서 이뤄지는 일상에 대한 데이터를 촘촘하게 수집할 수 있는 것이다. 고객이 보유한 가전기기 종류와 이용 빈도는 물론, 집에 몇 명이 살고 언제 얼마나 집 안에 머무는지, 택배로 상품을 얼마나 자주 시키는지 등 수집하는 데이터 종류도 다양하다.

    온라인 유통회사에서 테크 기업으로 변모하는 아마존도 자사 스마트홈 기기를 통해 현실 속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아마존이 출시한 IoT(사물인터넷) 기기 ‘헤일로 라이즈’를 예로 들어보자. 헤일로 라이즈는 ‘비접촉식 수면 추적기’다. 일견 디지털시계나 탁상용 전등 같지만 침대 머리맡에서 사용자의 수면 상태를 실시간 체크하는 스마트 기기다. 잠자는 사람의 움직임과 호흡, 수면 공간의 온도, 습도와 채광도 측정한다. 이 같은 데이터 축적 및 분석을 통해 사용자가 언제 잠이 들고 일어날 때까지 얼마나 깊고 얕은 잠을 잤는지, 코를 얼마나 골았는지 등 수면의 질과 효율을 파악할 수 있다. 여러 기업이 출시한 스마트밴드에도 이미 수면 효율 측정 기능이 탑재됐다. 기존 스마트밴드 기능인 심박수, 칼로리 소모량 체크 기능과 합치면 그야말로 하루 종일 사용자의 일상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것이다.



    온라인 데이터는 이용자의 PC나 스마트폰이 인터넷에 연결된 상태에서만 수집된다. 이와 달리 스마트홈과 같이 가전제품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데이터 수집은 수시로 이뤄질 수 있다. 온라인 활동을 통해선 파악하기 어려운 개인과 가정의 일상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도 기업 입장에선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다. 데이터 수집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포착한 빅테크 기업의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개인 데이터를 활용한 기업의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로 우리 삶의 질은 높아졌을까. 다양한 경로로 축적된 데이터 덕에 당장 일상은 편리해지고 있다. 이제 집을 비운 사이 집 안을 모니터링하고 가전제품을 먼 거리에서 작동시킬 수 있다. 실수로 켜놓은 조명 또는 가전제품을 원격으로 끄거나 로봇청소기를 조종하는 것은 이제 기본이다. 가족이 아닌 사람이 집 밖에서 서성거리면 경보음과 함께 집 안의 텔레비전과 전등이 켜지는 등 스마트홈은 갈수록 똑똑해지고 있다.

    정치 이슈로 비화한 ‘데이터 오남용’

    이제 데이터는 기업의 경영 전략을 좌우하는 변수가 됐다. 다시 말하면 그만큼 데이터 오남용 가능성을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빅테크의 개인정보 유출 문제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2016년 영국 데이터 분석업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2018년 폐업)가 페이스북 이용자 8700만 명의 데이터를 당사자 동의 없이 무단 수집해 미국 내 정치 광고에 악용했다. 이용자 개인정보를 관리하지 못한 페이스북은 2018년 미국 ‘소비자 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이듬해 연방거래위원회(FTC)로부터 벌금 50억 달러(약 6조8000억 원)를 선고받았다. 중국 IT(정보기술) 기업 바이트댄스가 운영하는 SNS ‘틱톡’을 통해 외국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중국 공산당으로 흘러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온오프라인을 통해 수집한 데이터가 빅테크 기업엔 노다지가 됐다. 이들 기업이 개인정보 광맥에서 새로운 기술과 사업 가능성을 캐낸 덕분에 고객 일상도 편리해지고 있다. 하지만 오남용을 막지 못한다면 방대한 데이터라는 금광은 부패와 탐욕의 온상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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