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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계파 구도 ‘친문 대 친명’ 아닌 ‘친명 대 반명’

[김수민의 直說] 2024년 총선 120석 확보 여부가 관건

  • 김수민 시사평론가

민주당 계파 구도 ‘친문 대 친명’ 아닌 ‘친명 대 반명’

지난해 10월 26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청와대 상춘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0월 26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청와대 상춘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현재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은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대선 주자 기근이 가장 심하다. 오세훈 서울시장, 안철수 의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이준석 대표 등이 즐비한 국민의힘과 대비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는 이인제, 한화갑, 정동영 같은 라이벌이 있었고 문재인 전 대통령은 손학규, 안희정, 이재명 등과 경쟁했다.

지금 민주당은 ‘이재명 원 톱’ 상황이다. 이재명 의원이 과거 문 전 대통령만큼 장악력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그와 대등한 반열에 오른 당내 정치인도 없다.

‘이낙연 재조명’ 없는 까닭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의원은 0.73%p 차로 패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졌지만 민주당의 실재적·잠재적 경쟁자를 모두 꺾은 효과가 나왔다. 2012년 18대 대선에서 석패한 문 전 대통령이 결국 그다음 대선에도 민주당 후보로 나선 것과 마찬가지다. 이 의원의 석패는 특히 이낙연 전 대표가 뒤떨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이 전 대표가 6·1 지방선거에서 별다른 활약이나 희생을 하지 못한 것도 패착이었다. 이 의원이 책임론을 피하지 못하고 있음에도 ‘이낙연 재조명’은 일어나지 않는다.

민주당내 계파 구도는 ‘친문재인(친문) 대 친이재명(친명)’이 아니다. 친문 일부는 처음부터 친명이었거나 대선을 전후해 ‘신(新)이재명계’가 됐다. 윤건영, 고민정 의원 등 친문 직계 의원들도 이재명 의원에 반하는 위치에 서 있지는 않으며, 이해찬으로 상징되는 민주당 ‘본류’까지 친명인 이상 당의 주류가 누구인지는 명약관화하다. 전당대회 도전 여부를 떠나 이 의원은 민주당의 핵심이다. 적어도 2024년 총선까지는 말이다.

이 의원이 민주당 대선 주자로 자리 잡으려면 2024년 총선에서 어느 정도 성적을 거둬야 할까. 역대 총선에서 그랬듯 야당은 과반 의석 확보는커녕 ‘제1당’이 되기도 매우 어렵다. 2016년 총선에서 제1야당이던 민주당이 당시 여당 새누리당보다 1석을 더 가져가긴 했지만, 새누리당은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한 이들을 복당시키며 의석수 제1당으로 다시 올라섰다. 이 의원의 성패를 가르는 의석수 기준은 ‘120석’이다. 다른 세력의 패스트트랙(안건의 신속 처리) 추진을 막을 수 있는 의석수다. 120석 미만이라면 이 의원의 몰락은 가속화될까. 개헌 저지선인 100석에 미달하면 그렇겠지만, 100석 이상 120석 미만이라면 ‘애매한 결과’로 간주될 것이다. ‘애매한 결과’는 대선주자 이재명을 흔들 순 있을지언정 판을 엎을 수는 없다.



지방선거 이후 이 의원의 대항마로 주목받는 정치인은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이다. 이 의원에게 늘 지탄받아온 기획재정부 출신이고, 소득주도성장에 반기를 들어 친문 세력과 차별화됐으며, 민주당 참패 속에서 어쨌든 생환했기에 당장 추격 주자로 꼽히는 데는 무리가 없다.

다만 김 당선인이 대선 가도로 가려면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첫째, 당내 기반이 취약한 그가 대선 주자로 떠오르려면 비이재명계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 둘째, 이 의원을 이기기에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 그가 경기도지사가 되는 데는 대선 기간에 그를 영입했던 이 의원의 역할이 컸다. 조순 전 서울시장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뛰어넘지 못했던 사례를 생각해보라. 김 당선인이 이 의원에게 대적하려면 적절한 시기에 정면승부를 벌여야 할 것이다.

김 당선인 이외에 이 의원의 대항마로 부상할 수 있는 부류는 둘이다. 첫째, ‘비문’ 이미지가 있으면서도 구친문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인사다. 대표적 예로 김부겸 전 국무총리나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꼽을 수 있다. 김 전 총리는 정계를 떠났고 박 전 장관도 2선으로 후퇴해 있다. 하지만 친문 직계에서 대선 주자가 고갈됐고, 이낙연 전 대표의 재기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면 이들이 범친문을 규합하며 정계에 복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두 번째 부류는 ‘친문’이나 ‘친명’ 모두와 거리를 두고 꾸준히 ‘소신 행보’를 보여온 인사다. 지난해 대선 후보 경선에 도전했던 박용진 의원은 그대로 계속 차기 주자로 꼽힐 것이다. 아직 대선 주자급으로 분류되지는 않으나, 친명계로 꼽혔다가 최근 다시 독자노선을 강화하는 조응천 의원도 빼놓을 수 없다. 2020년 총선에서 패배해 원외에 머물러 있지만 김해영 전 최고위원도 다크호스다. 물론 당내 지형을 감안하면 이들은 2위 주자로 오르기도 어렵고, 지분이 큰 계파와 타협하다 퇴색될 위험도 있다. 이 의원이 중도에 몰락하거나 그에 대항하는 쪽이 새로운 카드를 찾을 때 이들이 온전히 부상할 것이다.

‘분당 시나리오’ 중대 변수

최근 회자되기 시작한 ‘분당 시나리오’도 민주당 차기 구도에서 중요한 변수다. 수도권 의원을 포함해 ‘분당은 안 된다’가 다수 기류를 이룰 테니 분당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호남을 기반으로 한 이낙연 전 대표와 그 측근 그룹이 만에 하나 분당을 결행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만약 민주당이 그렇게 분열된다면 향후 전개 방향은 둘로 나뉜다. 둘 중 한쪽이라도 총선에서 성과를 거둔다면 김동연 등 제3주자들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된다. 2016년 민주당 분당이 비슷한 전례다. 당시 ‘문재인 대 안철수’ 대결이 다시 전면화되면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 등 중간 지대의 입지가 축소된 바 있다.

반대로 분당 이후 양쪽이 모두 총선에서 참패한다면 대선 판도는 통째로 뒤집힌다. ‘대안 주자’들이 정국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이는 분당과 무관하게 민주당이 총선에서 패배하는 경우에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결국 ‘친이재명 대 반이재명’이라는 민주당의 현 구도는 2024년 총선에 이르러서야 중대한 전환점을 만날 수 있다.





주간동아 1343호 (p54~55)

김수민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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