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43

2022.06.10

올해 주식시장 상승장 재진입, 물가 하락 속도에 달렸다

물가상승 대응 늦은 연준… 문제는 공급난 인플레 통제할 수 없다는 것

  • 한지영 키움증권 투자전략팀 애널리스트

    입력2022-06-12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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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금융시장을 지배하는 악재들을 관통하는 것은 인플레이션이다. [GettyImages]

    현재 금융시장을 지배하는 악재들을 관통하는 것은 인플레이션이다. [GettyImages]

    세계 주요국 주식시장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때에 준할 만큼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6월 3일 종가 기준 미국 나스닥 지수는 고점 대비 약 25% 하락하는 처참한 성과를 보였다(코스피는 고점 대비 약 19% 하락). 통상적으로 금융시장에서는 주가가 최근 52주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하는 경우를 약세장으로 규정하는데, 그동안 전 세계 주식시장에서 대장 역할을 하던 나스닥이 약세장에 진입했다는 점이 투자자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물론 5월 말 이후 저점을 높여가면서 주요국 증시가 반등하고 있지만 여전히 낙관론보다 비관론이 많은 상황이다.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악재성 요인

    이렇게 주식시장을 비롯한 전 세계 경제에 불안을 초래한 핵심 요인은 무엇일까.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금리인상 같은 긴축정책,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기업 이익 둔화, 경기침체 등 여러 악재성 요인이 동시다발적으로 작용한 데 있다. 올해 상반기 연준은 주요 기관 및 금융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향후 12~18개월 동안 예상되는 잠재적 위험’ 설문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담은 금융보고서를 공개했다. 여기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통화긴축, 자산가격 부담 및 조정이 상위권 위험 요인으로 지목됐다(참고로 지난해 하반기 잠재 위험 상위로 지목됐던 코로나19, 중국 규제 리스크, 암호화폐 및 스테이블 코인 관련 사안은 후순위로 밀려났다).

    앞서 언급한 악재들은 상반기가 끝나가는 현 시점에 제대로 해소된 것이 없으며, 하반기에도 쉽게 해결되리라고 확신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풀어나가는 것이 좋을까. 어떤 변수 혹은 데이터를 보면서 판단하고 투자전략을 수정해가야 할까. 현재로서는 인플레이션 방향성이 관건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연준 긴축, 경기침체 등 현재 금융시장을 지배하는 악재들을 관통하는 것이 바로 인플레이션이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과 관련해 현재 금융시장 참여자들은 피크아웃(고점을 찍고 내려가는 것)을 기대하고 있으며, 실제로 피크아웃이 되면 시장 불안이 크게 완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다행히도 연준이 통화정책 결정 시 물가지표로 활용하는 미국의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는 4월 수치가 전년 동월 대비 4.9%를 기록하면서 3월(5.2%)에 비해 하락했다. 또 기름값과 직결된 국제유가는 현재 120달러대 높은 레벨을 형성 중이지만 전년 동월 대비로 계산하면 오름세가 크게 둔화됐다. 이런 몇 가지 데이터에 근거할 때 인플레이션은 피크아웃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전 세계 경제와 주식시장에서 인플레이션 피크아웃보다 중요한 것은 레벨 다운 정도, 즉 물가가 얼마나 빨리 내려가는지다. 미국 블룸버그가 실시한 전문가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 초까지만 해도 미국 소비자물가가 12월 말 약 2%를 형성할 것이라는 컨센서스가 있었다. 하지만 6월 초 현재, 그 수치는 5%대로 높아진 상황이다. 지금 전 세계 경기침체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주식시장이 계속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연준의 금리인상으로 수요가 충격을 받을지 모른다는 점에 기인한다. 벤 버냉키 연준 전 의장이 5월 이례적으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정책 대응을 비판한 것처럼, 연준은 지난해 내내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이라고 오판한 것과 관련해 정책 실기 논란에 휩싸여 있다. 5월 말 기준으로 연준의 기준금리(1.0%)와 미국 소비자물가(8.3%)의 격차가 약 30년 만에 가장 크게 벌어진 상태임을 감안하면 이들의 정책 대응은 늦은 감이 있다(그래프1 참조). 더 큰 문제는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된다는 경제학의 기본 관점에서 볼 때 연준은 우크라이나 사태, 공급난 등 공급 측면에서 일어나는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즉 공격적인 금리인상을 통해 수요를 진정시키고 미래에 대한 시장 참여자의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낮추는 식으로 대응해나갈 수밖에 없다.

    인플레이션 지표 우선시해야

    게다가 연준을 비롯한 연방준비은행(연은)들은 인플레이션 대응 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물가상승세가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 연은이 앞서 언급한 근원 PCE 물가를 경기 순환적 요인(Cyclical)과 비경기 순환적 요인(Acyclical)으로 구분해 추적한 결과 현 인플레이션은 과거와 달리 경기 순환적 요인뿐 아니라 비경기 순환적 요인에도 상당 부분 기여하고 있다(그래프2 참조). 인플레이션이 사회 전반, 경제 구석구석에 만연해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물론 역기저 효과를 고려할 때 시간이 지날수록 비경기 순환적 품목 물가는 내림세를 보이는 것이 타당하다. 경기 순환적 품목 물가의 경우 ‘중국의 전면적인 봉쇄 조치 해제에 따른 중국발(發) 수요 회복’이라는 요인이 해당 품목들의 물가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해줄 전망이다.



    현 세계경제는 경기침체와 회복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GettyImages]

    현 세계경제는 경기침체와 회복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GettyImages]

    앞서 설명한 내용을 정리하면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 변화나 경기침체 발생 여부, 주요국 주식시장의 상승장 재진입 여부는 인플레이션 피크아웃이 아닌, 유의미한 레벨 다운에 달려 있다. 현재 물가가 오르는 데는 전쟁, 가뭄, 기상이변, 중국 봉쇄 조치, 글로벌 공급난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섣불리 인플레이션 하락 속도를 단언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연준 같은 중앙은행들도 지표 후행적으로 대응해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 시장 참여자들 역시 어떤 지표보다 인플레이션 지표를 우선시해야 하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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