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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전쟁’ 위협 푸틴에 ‘금융 핵폭탄’으로 맞서는 바이든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하면 전비(戰費) 감당할 수 없는 상황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핵전쟁’ 위협 푸틴에 ‘금융 핵폭탄’으로 맞서는 바이든

러시아군이 2월 19일 최신예 전략핵무기인 야르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

러시아군이 2월 19일 최신예 전략핵무기인 야르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닷새 전인 2월 19일 핵폭탄을 탑재할 수 있는 극초음속 미사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크루즈미사일 등 각종 미사일을 대대적으로 시험발사하는 ‘핵전력 훈련’을 실시했다. 러시아군은 통상적으로 핵전력 훈련을 매년 10월이나 11월 실시했기에 이처럼 훈련 시기를 앞당긴 것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더욱이 지금까지는 ICBM 정도만 시험발사했는데 이번에는 핵폭탄 탑재가 가능한 모든 종류의 미사일을 동원했다.

또 이번 핵전력 훈련에는 전략로켓군과 항공우주군은 물론, 육군과 해군의 북방·흑해 함대 등이 참가했다. 러시아 국방부에 따르면 항공우주군은 킨잘 극초음속 크루즈미사일을, 북방·흑대 함대는 함정과 잠수함에서 칼리브르 크루즈미사일과 지르콘 극초음속 크루즈미사일을 각각 발사했다. 북부 플레세츠크 우주 기지에서는 야르스 ICBM, 바렌츠해에서는 시네바 SLBM이 각각 발사됐다. 남부 아스트라한 지역 훈련장에서는 이스칸데르-K 크루즈미사일이 발사됐다.

우크라이나 침공 전부터 꺼낸 ‘핵’ 카드

특히 러시아 국방부는 미국 미사일방어(MD)체제로는 요격이 불가능한 극초음속 미사일을 대거 동원해 훈련하는 동영상까지 공개했다. 가장 주목되는 장면은 MIG-31 전투기의 킨잘 공대지 극초음속 크루즈미사일과 구축함의 지르콘 극초음속 크루즈미사일 발사였다. 킨잘은 사거리가 2000㎞로 마하 10 속도에 레이더 탐지 회피 기능이 탁월하다. 지르콘은 사거리가 1000㎞로 마하 9 속도로 날아간다. 또 TU-95MS 전략폭격기가 사거리 2500㎞인 장거리 크루즈미사일을 공중 발사하는 모습도 있었다. 러시아 최신예 전략핵무기인 야르스 ICBM(RS-24)은 최대사거리가 1만2000㎞로 10개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 시네바 SLBM(SS-N-23)은 10개 핵탄두를 탑재한 다탄두 미사일로 최대사거리는 1만1000㎞에 달한다. 러시아 측 의도는 미국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맞서 대응 공격을 하는 경우 이에 대한 보복 공격 의지를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미국 외교정책연구소(FPRI) 러시아 군사 전문가인 롭 리 연구원은 “이번 훈련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에 미국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는 간섭하지 말라는 경고”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2월 27일 ‘핵 억지력 부대’에 경계 강화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은 전략로켓군, 북해함대와 태평양함대, 전략폭격기 비행단에 강화 전투 준비 태세 명령을 내렸다. 3대 핵전력(Nuclear Triad)으로 불리는 ICBM, SLBM, 전략폭격기 편대가 비상 태세에 들어간 것이다. 푸틴 대통령이 핵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주요 7개국(G7)이 러시아 일부 은행을 스위프트(SWIFT·국제은행 간 통신협회)에서 퇴출시키는 초강경 제재 조치를 내린 데 따른 대응 차원이라고 볼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은 2월 24일 우크라이나 침공 개시 연설에서 “소련 해체 후 상당 부분 능력을 상실했다고 해도 러시아는 여전히 가장 강력한 핵보유국”이며 “몇몇 최첨단 무기에서도 확실한 우위”라고 주장했다. 각국 군사력을 평가하는 민간기관 글로벌파이어파워(GFP)에 따르면 세계 군사력 1위는 미국이고, 2위는 러시아다. 특히 러시아는 현재 극초음속 미사일 경쟁에서 미국에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푸틴 대통령의 이런 조치는 핵전쟁을 벌이겠다고 위협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볼 수 있다.

우크라이나 파병 불가, 핵전쟁 우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월 1일(현지 시간) 국정연설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있다. [백악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월 1일(현지 시간) 국정연설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있다. [백악관]

물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핵전쟁 가능성을 일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월 28일 G7 및 동맹국 정상들과 다자 전화 회의를 갖고 러시아의 핵 위협에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미국은 핵 경보 수준을 변경하지 않고 있다”면서 “핵전쟁은 일어날 수 없으며, 전 세계 모두가 이 같은 위협을 줄이기 위해 조처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파병 불가 방침을 고수하는 것은 러시아와 핵전쟁에 따른 제3차 세계대전을 우려하고 있어서다. 바이든 대통령은 2월 11일 NBC와 인터뷰에서 “미국과 러시아가 서로 총을 쏘기 시작하면 세계대전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또 2월 24일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경제 제재 조치를 발표하면서도 우크라이나에 파병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시 한 번 얘기했다. 영국 BBC 방송은 “미국과 러시아 모두 핵보유국이라 바이든 대통령은 섣불리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개입을 했다가는 세계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 철군 이후 미국이나 동맹국에 대한 군사적 공격을 제외한 분쟁에는 미군을 파병하지 않겠다는 ‘불개입주의(non-interventionism)’ 외교·안보 정책을 펴왔다. 미국의 국익을 해치지 않는 한 국제 분쟁에 군사 개입을 하지 않는다는 ‘바이든식 신고립주의’라고 볼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런 정책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와 비슷하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미국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협력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발트 3국과 폴란드, 루마니아 등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토 중·동유럽 회원국들에 미국 병력을 증파하고 각종 무기를 배치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나토의 안보조약 제5조를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천명해왔다. 제5조는 “회원국 중 한 나라가 공격받으면 나토 회원국 전체가 공격받은 것으로 간주해 나머지 회원국이 자동 개입해 공동방어에 나선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토 회원국들에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제기하면서 제5조를 이행한다고 약속한 적이 없다.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군 병력을 파견하지 않는 것은 나토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민주주의 국가이자 국제법을 준수해온 국가라는 점을 감안해 각종 무기와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12월 110여 개국을 초청해 비대면 화상 회의 방식으로 개최한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 독재 국가인 중국, 러시아에 맞서 민주주의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한 약속과 같은 맥락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3월 1일 국정연설에서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민주주의 수호’와 ‘동맹 중시’를 강조했다.

러시아, 초강력 금융 제재로 ‘국가 부도’ 위기

서방의 초강력 금융 제재로 러시아에서는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MNA]

서방의 초강력 금융 제재로 러시아에서는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MNA]

그렇다면 바이든 대통령이 핵전쟁 위협까지 하면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맞설 수 있는 대응책은 무엇일까. 스위프트 퇴출이 러시아에 대한 초강력 제재 조치라고 볼 수 있다. 스위프트 퇴출은 ‘금융 핵폭탄’으로 불린다. 미국 정부는 G7과 함께 해당 조치를 내렸다. 스위프트는 그동안 210개국 1만1000여 개 금융기관과 기업이 안전하게 결제할 수 있도록 전산망을 구축해왔다. 러시아 은행 300여 곳도 스위프트에 가입해 있으며, 러시아 전체 국제 금융거래의 80%를 스위프트에 의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조치로 러시아는 석유와 천연가스 수출 대금을 받지 못하게 된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러시아 금융기관들은 전 세계적으로 하루 평균 460억 달러(약 55조 원) 규모의 외환을 거래하는데, 이 중 80%가 달러화로 이뤄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또 G7과 함께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과 국부펀드를 동결하고, 러시아 재무부와의 거래도 전면 차단하는 추가 제재를 단행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 중앙은행이 미국 등 해외에 보관 중인 외환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마이클 번스탬 미국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연구원은 러시아의 전체 외환보유고는 6400억 달러(약 770조 원)인데, 4000억 달러(약 481조 원)는 뉴욕·런던·베를린·파리·도쿄 등 외국 중앙은행이나 상업은행에 예치돼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자국에 보관하고 있는 외환은 120억 달러(약 14조4400억 원)고, 나머지는 금 1390억 달러(약 167조2720억 원), 중국 국채 840억 달러(약 101조 원) 등이다. 국제 금융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스위프트 퇴출보다 러시아에 더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조시 립스키 연구원은 “4000억 달러 외환보유고를 묶는 것은 하룻밤 사이 오스트리아 국내총생산(GDP) 전체를 날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러시아 전체 은행 자산의 80%가 미국 등의 제재 영향권에 들어갔다”면서 “러시아 경제가 직격탄을 맞았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러시아 경제는 루블화 가치와 국채 가격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폭락하며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까지 벌어지는 최악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는 러시아가 달러로 발행한 채권에 대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말 그대로 ‘국가 부도’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정부로선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하면 전비조차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미국과 러시아의 ‘핵 대결’ 승자는 과연 누가 될지 주목된다.





주간동아 1329호 (p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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