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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대대전술단 막은 우크라이나 ‘인민전쟁’ 전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본 현대전의 양상과 특징

  •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러시아 대대전술단 막은 우크라이나 ‘인민전쟁’ 전술

러시아군 폭격으로 불타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뉴시스]

러시아군 폭격으로 불타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뉴시스]

2022년 2월 24일(현지 시간) 러시아가 동·남·북 3면에서 우크라이나를 포위하고 대대적인 화력 공세로 전쟁을 시작했다. 개전 초만 해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손쉽게 제압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옛 세계 3위 핵무기 강국 우크라이나

러시아의 파상 공세 속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선방하고 있는 요인 가운데는 우크라이나군의 대전차무기 FGM-148 재블린이 러시아군 기갑전력을 격파하는 데 큰 몫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군 장병들은 FGM-148 재블린을 
‘성스러운 재블린’이라고 부르고 있다. 900㎜ 가까운 장갑을 격파할 수 있는 파괴력과 4㎞에 달하는 사거리가 강점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뉴시스]

러시아의 파상 공세 속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선방하고 있는 요인 가운데는 우크라이나군의 대전차무기 FGM-148 재블린이 러시아군 기갑전력을 격파하는 데 큰 몫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군 장병들은 FGM-148 재블린을 ‘성스러운 재블린’이라고 부르고 있다. 900㎜ 가까운 장갑을 격파할 수 있는 파괴력과 4㎞에 달하는 사거리가 강점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뉴시스]

이번 전쟁에 자신의 정치적 명운을 건 것으로 보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국에서 동원한 러시아군 최정예 부대를 최전선에 배치했다. 최신 장비로 무장한 이들은 작전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우크라이나군의 방어선을 강타했다. 러시아군이 이번 공세에 투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전력의 면면을 살펴보면 그 파괴력을 실감할 수 있다. 공중 전력의 경우 SU-35·SU-30·SU-27·MIG-29 전투기, SU-25·SU-34 공격기, Ka-52·Mi-28·Mi-24 공격헬기 등을 투입한 것으로 보인다. Tu-160 블랙잭, Tu-22 백파이어 폭격기와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 칼리브르 순항미사일로 우크라이나 전역을 포격하기도 했다. 지상 전력으로는 T-90·T-80·T-72 전차 등이 눈에 띈다.

FGM-148 재블린 대전차미사일 제원

FGM-148 재블린 대전차미사일 제원

우크라이나는 1991년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직후 세계 3위 핵무기 강국이었다. 영토 전역에는 소련이 무너지면서 우크라이나 정부로 소유권이 이전된 전략폭격기와 전투기, 항공모함과 순양함이 즐비했다. 이 같은 소련의 군사적 유산과 막대한 천연자원, 광활하고 비옥한 영토와 지정학적 이점 등을 활용해 신흥 강대국으로 발돋움할 기회를 맞은 듯했다. 그러나 이내 신생 국가의 정치·사회적 혼미 속에서 우크라이나군의 현대화는 좌절됐고, 그저 존재 자체를 목적으로 삼았다. 우크라이나 지상군의 주력 전차는 1970년대 생산한 T-64와 초기형 T-80 전차였다. 해군은 소련 말 건조한 대잠 호위함 1척 외에는 군함이라 부를 만한 것이 사실상 없다시피 했다. 공군 역시 1980년대 소련이 남기고 간 구식 Su-27과 MIG-29 정도가 전력의 전부였다. 1980년대 수준에서 성장을 멈춘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20여 년간 ‘오일 머니’로 빠르게 현대화한 러시아군과 싸우는 것은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비해 압도적 군사력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개전 준비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 다양한 루트로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하이브리드 전쟁을 수행했다. 그 때문에 우크라이나 사회는 오랫동안 극심한 사회 분열과 갈등, 혼란에 휘말려야 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전쟁은 2014년 크림반도 사태 이전부터 진행됐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친러·반정부 세력을 물밑에서 지원하며 친서방 성향의 정권을 부패·무능 정권으로 몰아갔다. “친미 정권이 동부지역에서 러시아인을 상대로 인종 청소를 벌이고 있다” “네오나치 세력과 결탁해 우크라이나 전역을 전체주의 국가로 만들고 있다” 등 여론전을 벌였다. 우크라이나 내부 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미국이 주도하는 동맹 질서의 균열도 감지됐다. 푸틴 대통령은 이를 호재로 여겼고, 결국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에 나섰다.

러시아 대대전술단의 실패

러시아군과 교전 중인 우크라이나군 병력. [뉴시스]

러시아군과 교전 중인 우크라이나군 병력. [뉴시스]

푸틴 대통령은 1978년생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우습게 보고 있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명문 키이우 국립경제대 법학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의 생각처럼 만만한 인사는 아니었다. 물론 러시아의 침공 이전 우크라이나 내에서도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불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권력을 지나치게 강화하고 정적을 탄압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특히 자신이 몸담았던 시트콤 외주 제작사 ‘크바르탈 95 스튜디오’ 출신 인사를 국가안보 요직에 앉혀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그는 대중을 사로잡는 방법을 그 어떤 기성 정치인보다 잘 알고 있었고, 이번 전쟁에서 그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해 국제 사회의 재평가를 받았다.



하이브리드 전쟁을 선택한 러시아가 실제 투입한 군사력만 살펴봐도 이전 분쟁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침공에서 러시아군은 이른바 대대전술단(Battalion Tactical Group)을 운용했다. 대대전술단은 통상 3000~4000명 병력과 제병협동부대, 지원부대로 구성되는 미국식 여단전투단(Brigade Combat Team)의 축소판이다.

1개 대대로도 독립적인 작전 수행이 가능한 독특한 편제로, 대대전술단 병력은 1000명 정도다. 전차 10대로 구성된 1개 전차중대, 각각 15대 안팎의 장갑차량을 보유한 3개 차량화보병중대, 화력 지원을 담당하는 대전차자주포나 화력지원차량을 보유한 2~3개 중대 규모의 대전차·포병중대와 방공중대, 전투근무지원대 등으로 구성돼 있다. 러시아는 개전 전부터 우크라이나 국경 지대에 100개 넘는 대대전술단을 배치했고, 유사시 이들을 전력 삼아 우크라이나를 삽시간에 장악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다만 현재까지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러시아의 대대전술단 전략은 완벽하게 실패했다. 전쟁 전략과 무기체계, 부대 편성에 이르기까지 최첨단을 자랑하는 러시아군에 맞서 우크라이나가 취한 대응책은 ‘인민전쟁(People’s War)’ 전략으로 보인다. 인민전쟁 전략은 마오쩌둥 전 중국 주석이 이끌던 중국공산당의 싸움법이다. 객관적 군사력에서 열세인 우크라이나가 취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전략이기도 하다. 러시아는 이 전략에 말려들어 개전 사흘 만에 4000명 넘는 사상자와 1000대 넘는 전투용 차량 손실을 기록했다. 개전 후 얼마 안 있어 수렁에 빠진 것이다.

킬 존으로 유도

우크라이나에 진입한 러시아군 탱크.[뉴시스]

우크라이나에 진입한 러시아군 탱크.[뉴시스]

당초 러시아는 본격적인 침공이 시작되면 우크라이나가 국경 인근에 주력부대를 모아 전선(戰線)을 형성하고 치열하게 저항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군은 국경 주변에 러시아 측 예상과 비슷한 형태로 부대를 배치했다. 러시아는 개전과 동시에 우크라이나군이 주둔한 지역 일대에 맹렬한 화력 공세를 퍼부었다. 그런데 러시아가 간과한 점이 있었다. 우크라이나군의 현대화는 지난 30여 년간 멈춰 있었다는 점, 그리고 우크라이나에는 현용 장비와 똑같은 치장 물자, 특히 전차와 장갑차가 수천 대씩 쌓여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러시아가 개전 초기 파괴한 우크라이나 군사 장비는 야적장에서 꺼내 온 치장 물자가 대부분이었다. 우크라이나 정규군의 주력 전투원들은 그곳에 없었다.

우크라이나 정규군은 각 지역 무기고를 열어 시민들에게 무기를 쥐어줬다. 소련 시절 우크라이나 소비에트공화국은 소련 전체 군수품 생산의 30%를 담당했다. 국토 전역에 소총과 기관총, 대전차로켓 등 무기가 넘쳐났다. 무기를 받은 시민들은 정규군과 함께 자신의 거주지 주변에 방어진지를 구축하고 러시아군을 기다렸다. 우크라이나 측은 기막힌 방법으로 러시아군의 진격을 방해했다. 비무장 상태인 시민 수백 명이 자발적으로 러시아 전차부대의 기동로를 가로막았다. 일부 시민은 도로 이정표를 없애거나 방향을 바꾸기도 했다. 길 잃은 러시아군을 우크라이나군이 미리 화망을 구축한 ‘킬 존(kill zone)’으로 유도한 것이다. 아파트나 자택에 몸을 숨긴 시민들은 길을 잃고 우왕좌왕하는 러시아군 병력들의 위치와 동향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아군에게 실시간 중계했다. 시가전은 공격하는 측보다 방어하는 측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전투다. 특히 공격자가 전투지역의 지형을 완벽하게 숙지하지 못했다면 제아무리 첨단 무기를 갖고 있어도 고전을 면치 못한다. 최첨단 장비로 무장한 미군이나 이스라엘이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가자지구 등 시가전에서 어려움을 겪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대통령 아닌 시민들이 영웅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의 지대공미사일을 드론 공격으로 파괴했다며 공개한 사진. [우크라이나 육군 트위터]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의 지대공미사일을 드론 공격으로 파괴했다며 공개한 사진. [우크라이나 육군 트위터]

젤렌스키 대통령은 야전 점퍼와 방탄복을 입고 전장 한복판에서 자신도 함께 싸우고 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알려 국민의 전의(戰意)에 불을 지폈다. 그렇게 우크라이나는 국민 속으로 러시아군을 유인해 사방을 에워싸고 섬멸하는 마오쩌둥식 인민전쟁 전략을 택한 것이다. 마오쩌둥식 인민전쟁 전략은 국민을 소모품으로 보는 공산주의적 발상에서 출발한 전쟁 수행 방식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절대적인 전력 열세 앞에서 러시아라는 괴물에 맞서 싸우기 위한 부득이한 선택이라고 항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국가가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인 국민 보호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데 비판의 여지가 있다. 그렇기에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영웅으로 칭송받아야 할 사람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아니다. 자신의 가족과 이웃을 지키고자 기꺼이 총을 들고 전장에 나선 이름 모를 시민과 말단 병사들이야말로 우크라이나의 기적을 만들어낸 주역이자 영웅인 것이다.





주간동아 1329호 (p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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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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