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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기업 ‘먹튀’ 논란, 금융산업은 왜 손쉬운 먹잇감이 됐나

정보산업 기반 공통점… IT 기업이 신속함·편의성·가격에서 유리

  •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핀테크 기업 ‘먹튀’ 논란, 금융산업은 왜 손쉬운 먹잇감이 됐나

글로벌 금융자산 시장 규모가
2017년 이미 1000조 달러를 넘어섰다. [GETTYIMAGES]

글로벌 금융자산 시장 규모가 2017년 이미 1000조 달러를 넘어섰다. [GETTYIMAGES]

최근 한국 경제계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를 꼽으라면 핀테크 기업의 ‘먹튀’ 논란이 아닐까 싶다. 2020~2021년 연달아 증시에 상장한 핀테크 기업의 임원들이 상장 직후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대거 매각하면서 가뜩이나 흐린 증시 분위기를 더욱 악화시켰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정보기술(IT) 기업은 왜 금융산업에까지 진출해 이처럼 사회적 물의를 빚는 건지 의구심을 갖는 듯하다. 하지만 IT 기업과 금융업의 특성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IT 기업이 금융업에 관심을 두는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임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각종 규제로 후진 산업 평가받는 금융업

먼저 IT산업과 금융산업은 다양한 정보를 기반으로 움직인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금융은 송금·입금 같은 기본적인 금융 거래를 디지털 정보로 처리하며, 금융 소비자에게 어떠한 혜택을 부여할지 역시 각 개인의 거래 내역과 현 재무 상태 등 일련의 정보를 기반으로 판단한다. 이러한 금융업 특성에 주목해 일찍이 빌 게이츠는 인터넷 발달과 함께 “금융서비스(Banking)는 필요하지만 은행(Bank)은 필요 없을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가 이미 시작된 것이다.

IT 기업이 금융업에 주목한 두 번째 이유는 금융업이 규제 산업이기 때문이다. 한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는 금융시스템의 안전성을 유지하고자 금융업을 다양한 법망을 바탕으로 한 규제 속에서 성장시켜왔다. 회사 설립을 아무나 할 수 없으며, 회사 운영도 자유롭게 할 수 없다. 심지어 회사를 폐업하는 것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이러한 여러 규제는 금융업 종사자들을 위축시키고 다양한 창의성을 발휘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이런 특수성 때문에 특정 분야 내지 특정 국가에서는 금융업이 가장 후진성을 보이는 산업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금융업에 적용되는 다양한 규제는 금융업 진화와 발전은 물론, 다양한 협업체계 구축도 방해한다. 일반 제조업의 경우 자신들의 핵심 역량 분야를 제외한 여타 부분은 아웃소싱 형태로 외부 전문 회사와 협업하고 있다. 미국 애플은 제품에서 가장 핵심인 디자인과 플랫폼 운영에만 관여할 뿐, 제조는 대만 폭스콘에 맡기고 있다. 유통 역시 세계 각국에서 애플 제품 유통을 희망하는 회사들에 적절한 권한을 나눠주고 이를 관리하는 형태로 대응한다. A/S도 마찬가지다. 국내에서는 애플 제품 A/S를 한 구두 제조회사가 수행하고 있다. 건설, 의약, 콘텐츠 등 거의 모든 산업이 이렇게 역량 있는 외부 세력과 제휴를 통해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는 상황이다.

기존 금융산업만 겨누는 법규

하지만 금융업은 다르다. 금융회사는 대부분 철저히 수직적으로 결합된 경우가 일반적이다. 금융 원재료인 자금과 정보의 생산, 금융상품 디자인과 생산, 판매를 한 회사가 온전히 수행한다. 개인정보를 취급하는 금융업 특성상 일정 업무를 외부에서 진행할 경우 정보 유출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금융업 구조는 여타 산업에 비해 금융 부문의 발달을 저해하고 있으며, 이런 모습이 가장 혁신적 산업군이라 할 수 있는 IT 기업 눈에 손쉬운 먹잇감으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금융자산 시장 규모는 기술 기반 기업들이 금융업에 관심을 보이게 된 가장 큰 이유다. 국제결제은행(BIS)과 블룸버그 데이터서비스 등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자산 시장 규모는 2017년을 기준으로 이미 1000조 달러(약 119경 원)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금과 은, 외환거래, 주식·채권 시가총액, 파생상품 거래 규모, 부동산 가치만이 포함된다. 이러한 금융자산 시장 규모는 세계 총생산의 12.8배 이상이다.

핀테크 기업은 과거 금융회사들이 ‘감히’ 사용하지 못한 일련의 단어들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 구현에 도전하고 있다. 금융회사가 신규 상품을 출시하면서 ‘신속한’ ‘저렴한’ ‘용이한’ 같은 수식어를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서류를 추가로 요청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신속은 불가능하다. 또 이 과정에서 다양한 전문 분야의 지원이 요구되는 만큼 저렴할 수 없으며, 용이성도 확보하기 어렵다.

하지만 핀테크 기업은 저마다 자신들만의 무기를 바탕으로 신속하고 편리하며 저렴한 서비스를 구현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일련의 성과는 해당 핀테크 기업의 실질적인 매출 증대로 이어질 뿐 아니라, 해당 회사 구성원들에게도 짧은 시간 내 높은 성과를 가져다주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 핀테크 기업과 구성원을 관리, 감독하는 법규는 기존 금융산업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하다.

향후에도 다양한 IT 기반 기업의 금융시장 진출은 계속될 수밖에 없는 흐름이다. 이 과정에서 금융 분야에 진출한 IT 기업과 구성원이 금융산업 혁신을 도모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불신만 야기하지는 않는지 제도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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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1325호 (p48~49)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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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45호

2022.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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