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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가치 지닌 아파트 30%뿐, 슈퍼 아파트 매수해야”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 “부동산시장 고점 혹은 변곡점, 어깨 위에 올라타지 마라”

  •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투자 가치 지닌 아파트 30%뿐, 슈퍼 아파트 매수해야”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 [홍태식]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 [홍태식]

과거 한국 부동산시장은 5~7년 상승, 4~6년 하락 사이클을 반복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 공식이 깨졌다. 주택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공급은 외면한 채 세금 중과, 대출 규제 등 규제 일변도 정책을 편 결과, 서울 강남 부동산 가격이 8년째 상승하는 역대급 기록을 세우고 있다. 2007년 12억 원이던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2013년 7억 원까지 떨어졌지만 현재는 23억 원에 거래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인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최근 저서 ‘살집팔집’에서 “2020년 부동산시장은 미친 전세와 미친 집값이 강타했다”고 진단한다.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와 부동산시장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였지만 결과는 24전 24패로 정부의 패배였다는 것이다. 문제는 정부의 정책 실패의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갔다는 사실이다. 국민의 분노는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시장의 당선으로 표출됐다.

오 시장은 5월 26일 재개발 규제 완화를 통해 2025년까지 주택 24만 호 공급 계획을 내놓았다. 이른바 ‘박원순표 빗장’으로 불리며 재개발 신규 구역 지정을 막아온 ‘주거정비지수제’를 6년 만에 폐지하고, 서울시가 재개발 정비계획 수립을 주도하는 ‘공공기획’을 도입해 사업 기간을 대폭 단축하며, 2종일반주거지역 7층 고도 제한을 완화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오 시장의 발표와 관련해 시장에서는 “제2 뉴타운이 시동을 걸었다”고 해석한다.

서울시 주택 보급률은 48%로, 서울시민 2명 중 1명만이 내 집을 갖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014년부터 시작된 부동산 상승장에서 그 흐름에 올라탈 3번의 기회를 놓친 사람은 ‘지금이라도 내 집 마련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한편, 새로운 주택 공급을 기다려야 하는 것은 아닌지 오락가락할 수밖에 없다.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이자 LH(한국토지주택공사) 부동산자문위원, 국민연금공단 투자심의위원으로 활동 중인 고종완 원장은 이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은 바람직, 단 전세 대란 우려

오세훈 서울시장이 발표한 주택 공급 계획을 어떻게 보나.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규제 완화를 통해 공급을 늘리겠다는 정책 방향은 옳다고 본다. 지금 서울 인구는 980만 명이고, 주택은 총 338만 호다. 주택 보급률은 자연 공실 등을 감안해 105%가 적당한데 서울은 현재 96%이다. 그래서 30만 호가 부족한 것이고, 오 시장의 발표대로 24만 호가 공급되면 어느 정도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 단, 재건축·재개발이 동시에 이뤄지면 대규모 이주가 발생해 전세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런 상황을 피하려면 이주 계획이 순차적으로 정교하게 잘 짜여야 한다. 또 규제 완화를 위해서는 서울시의회나 중앙정부의 협력이 필요하다. 서울시장의 의지만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고, 또 그래서도 안 된다.

재개발·재건축은 주택 공급 측면에서는 환영할 일이지만, 시장 안정이라는 측면에서는 정반대다. 재개발이나 재건축이 이뤄지면 개발 이익이 생길 텐데 누가 매물을 내놓겠나. 오 시장이 선거 과정에서 재건축 관련 발언을 하자 두 달 만에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 가격이 10억 원 올랐다. 재개발·재건축이 가져오는 문제는 최소화하고 효과를 높이고 싶다면 언제, 어느 지역에 몇 가구를 공급하고, 어떤 지역부터 어떻게 하겠다는 정확한 방법론이 제시돼야 한다. 만약 정교한 후속 정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물론 인근 신축, 구축 아파트 가격까지 동반상승하는, 문재인 정부 4년 동안 반복된 상황이 또 일어날 수 있다.”

7월 3기 신도시가 사전 청약에 들어간다. 오 시장이 서울 도심 내 주택 공급 계획을 발표했는데 3기 신도시 프로젝트도 잘 진행될까.

“과거 분당과 판교 사례에서 보면 처음 판교가 생겼을 때는 사람들의 시선이 판교로 쏠리면서 분당 집값이 내려갔다. 시간이 지나면서 판교에 없는 생활 편의시설 등 인프라가 갖춰진 분당 수요가 다시 증가하면서 결과적으로 수요가 확산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서울 도심과 수도권 인접 신도시에 주택을 공급하는 투 트랙 전략은 좋다고 본다. 아쉬운 점은 있다. 요즘 젊은이들은 직장과 집이 가까운 직주근접 주택을 선호한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서는 도심에 집을 공급해야 하는데, 신도시 주택의 85%가 신혼부부나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 등 젊은 층에게 특별 공급으로 제공된다.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주택을 공급하는 맞춤형 공급대책은 아니다. 신도시는 오히려 매일 출퇴근 부담이 없고 복잡한 도심을 떠나 여유롭게 살고 싶은 은퇴자들을 위한 주택이 공급됐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수년간 집값 상승에 고통받다 지금이라도 집을 살까 고민하는 사람도 많다.

“나는 직관이 아닌 데이터에 근거해 판단하는 사람이다. 올해는 고점 혹은 변곡점이라고 판단한다. 부동산 경기는 사이클이 있다. 오를 때는 확실히 오르고, 내릴 때도 마찬가지다. 지금 부동산시장은 8년째 오르고 있다. 2013년 반 토막 나 7억 원이던 은마아파트가 지금 3배 올라 23억 원이다. 데이터와 통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3배가량 오르면 많이 올랐다는 의미다. 부동산도 ‘무릎에서 사 어깨에 팔라’고 한다. 지금 가격은 어깨를 넘어섰다. 잘하면 머리까지 약간 더 오르겠지만 그걸 욕심 낼 때가 아니다. 서울 전체적으로는 10~20%, 강남은 20~30% 거품이 집값에 껴 있다. 우리 말고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 조사 결과도 같다.

무주택자는 다음 사이클을 기다려라. 정상대로 정책이 작동하면 올해 하반기가 고점 내지 변곡점이 될 테고, 이후 2~3년 내지 3~4년 정도는 부동산 경기가 하향 안정될 것이다. 그때 적정 매수의 기회가 온다. 가장 좋은 방법은 2~3년 후 신규 분양을 통해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이다.
지금 집을 사는 것은 최악이다. 최근 8년 동안 부동산 상승에 올라탈 기회가 3번 있었다. 가장 빠른 사람은 2013~2014년 부동산 가격이 가장 바닥일 때 샀다. 그다음 빠른 선도자는 2015~2016년에 집을 샀다. 그다음 빠른 추종자는 2019~2020년에 구매했다. 그 모든 기회를 놓친 사람은 무엇이 문제였는지 생각해보고 다음 기회를 잡아야 한다.”

아파트 인기, 2040년까지 계속된다

‘대한민국은 아파트 공화국, 10년은 더 간다’고 말했다.

“2030년, 2040년까지도 아파트 인기는 계속되리라 본다. 우리나라가 저성장 상황일지라도 그때까지는 성장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10년 앞선 도쿄, 20년 앞선 뉴욕과 런던, 파리를 보면 지금도 아파트 가격이 오르고 있다. 어느 나라든 수도는 사람이 몰린다. 일자리가 많고 편의시설이 잘돼 있어 살기 좋아서다. 2010년대 초반 아파트 가격 대폭락을 예언하는 책들이 나오면서 집을 파는 이가 속출했지만 지금 집값은 상상 이상으로 뛰었다. 그런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집은 갖고 있는 것이 좋다.”

서울에서 주목할 곳은 어디인가.

“집은 단순히 주거만이 아닌 투자 목적도 지닌다. 투자에도 성공하고 싶다면 성장지역을 골라야 한다. 다음으로 구매력을 지닌 수요층이 많은 지역, 인프라가 잘 갖춰진 지역을 골라야 한다. 인프라 중에는 교통이 중요한데 현재 역세권인 지역은 투자 가치가 다 반영돼 있다. 미래 가치가 있는 지역을 골라야 한다. 지금 GTX에 관심이 집중돼 있는데 이게 개통되는 순간 20%는 오를 것이다.

‘2030서울플랜’에 따르면 3도심(광화문, 강남4구, 영등포·여의도), 7광역중심(용산, 청량리·왕십리, 창동·상계, 상암·수색, 마곡, 가산·대림, 잠실), 12지역중심(동대문, 성수, 망우, 미아, 연신내·불광, 신촌, 마포·공덕, 목동, 봉천, 사당·이수, 수서·문정, 천호·길동)으로 공간 구조가 완성된다.

앞으로 4대문 안을 주목해야 한다. 여기가 진짜 도심이기 때문이다. 오 시장이 규제 완화 의지를 밝힌 만큼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숭인동, 창신동, 옥인동 같은 지역에는 굉장히 낡은 주택이 많은데 이곳이라면 빌라를 사도 좋다. 서울에서 강남은 주거사다리의 정점이다. 앞으로 이 지역을 대체할 곳이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가능성 있는 곳이 용산과 여의도다. 잠실, 삼성동, 청량리, 서울역 부근도 성장 가능성이 높다. 10년 후 이 지역을 가보면 ‘여기가 대한민국 맞나’ 싶을 정도로 달라져 있을 것이다. 이 지역을 놓쳤다고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강남이 안 되면 성동으로, 광화문을 놓치면 마포로, 마포를 놓치면 서대문구로 가면 된다. 인접지역 효과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지난 수년 동안 불어온 광풍 속에서 내 집만 안 올랐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모든 아파트가 투자 가치를 갖는 것은 아니다. 전체 아파트의 30%는 투자 가치를 지닌 슈퍼 아파트, 10~15%는 갖고 있을수록 손해인 좀비 아파트다. 나머지는 이도저도 아닌 어중간한 아파트이고. 대한민국에서는 땅값이 오르면 집값도 오른다. 아파트가 도시 부동산의 대표이다 보니 집값이 오른다는 것은 곧 아파트 가격이 오른다는 의미로 통한다. 흔히 ‘똘똘한 한 채’라는 표현을 쓰는데, 그게 투자 가치를 지닌 슈퍼 아파트다. 시간이 지나면 건물은 가치가 떨어진다. 중요한 것은 대지지분이다. 주상복합아파트가 살기는 좋지만 투자 가치가 떨어지는 이유도 대지지분이 작기 때문이다. 집을 사는 일은 신중해야 한다. 책에도 우리나라 8000개 아파트를 분석해 슈퍼 아파트 1000개를 실었는데 지면이 부족해 2000개는 담지 못했다. 책과 보완관계에 있는 것이 ‘살집팔집’ 애플리케이션이다. 내가 살고 있는 집이 슈퍼 아파트인지 확인할 수 있고 구매를 희망하는 지역, 평형, 구매 가능 금액을 입력하면 슈퍼 아파트를 골라준다. 투자 가치가 없는 집을 마냥 소유하고 있는 것도 정답은 아니니 다양한 해법을 찾았으면 좋겠다.”

매거진동아 유튜브 채널에서 부동산시장 전망과 바람직한 정책에 대한 고종완 연구원장의 인터뷰 영상을 시청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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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1291호 (p30~32)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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