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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제국 복귀!” 극단적 민족주의 치닫는 대륙신유가

[조경란의 21세기 중국] 서양 이기기 위한 중국판 대동아공영권? 日帝 이데올로기도 활용할 태세

  • 조경란 연세대 국학연구원 연구교수

“중화제국 복귀!” 극단적 민족주의 치닫는 대륙신유가

2013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이 산둥성 취푸에 있는 공자연구원을 방문했다. [신화=뉴시스]

2013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이 산둥성 취푸에 있는 공자연구원을 방문했다. [신화=뉴시스]

2015년 무렵 중국에서 ‘외마내유(外馬內儒)’라는 말이 유행했다. ‘중국공산당의 방향은 겉으론 마르크스주의, 안으론 유교’라는 의미다. 오늘날 중국 지식인 중 ‘대륙신유가(大陸新儒家)’라는 이들이 있다. 현실 참여를 중시하는 ‘정치유학’을 주장하면서 타이완의 ‘심성유학’을 배격한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집권 후 ‘중국몽(中國夢)’을 발표하자 대륙신유가는 이를 유교의 완전한 부활로 이해했다. 이 같은 ‘자신감 있는 상상’엔 그 나름의 근거가 있었다. 바로 시진핑의 정치 행보다. 시진핑은 2013년 11월 산둥성 취푸에 있는 공자묘를 참배했다. 2014년 5월 베이징대 대(大)유학자 탕이제(湯一介) 교수를 예방했다. 같은 해 9월에는 공자 탄생 2565주기 기념 회의에 몸소 참석해 담화를 발표했다. 이런 행보는 대륙신유가가 “우리의 시대가 왔다”며 고무되기에 충분했다.

자기부정에서 긍정으로

19세기 중반 이후 중국 역사는 곧 ‘자기부정’의 경험이다. 150년간 중국은 생존을 위해 ‘양무(洋務)’에 힘써야 했다. 21세기 유교 부흥은 중국적 문화 정체성의 귀환이라는 점에서 ‘자기긍정’ 시대가 왔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유교 부흥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문제는 유교를 왜, 어떻게 전승할지다. 중국공산당도 전통을 부정하는 혁명당 이미지만으로는 통치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힘들다. 전통을 계승하는 집권당으로서 변화된 면모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앞으로 중국을 마르크스주의만으로는 통치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중국을 지탱했던 강력한 카리스마의 표상 마오쩌둥은 진즉에 사라졌다. 공산주의 이념도 중국 대중에게 더는 소구력이 없다. 현재 중국에는 배금주의가 그 어느 때보다 횡행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가 발견한 것이 유교다. 유교는 개혁보다 질서 유지의 철학 아니던가.

시진핑 정부 들어 유교가 새로운 통치이념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얘기하는 이도 있었다. 전임 후진타오 국가주석 시절 공산당은 중국의 강점으로 ‘3대 자신감’(도로(道路), 제도, 이론)을 내세웠다. 2016년 시진핑은 여기에 문화를 추가했다. 대륙신유가는 이를 유교의 통치 이념화로 해석했다. 유교가 사회주의와 더불어 공식 시민권을 얻었다는 논리다.



허나 현실은 그리 간단치 않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중국공산당과 대륙신유가의 구상 사이에는 커다란 격차가 존재한다. 공산당이 유학을 ‘발견’했지만 중국에서 마르크스와 마오쩌둥의 지위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2015년 가을 중국공산당은 큰돈을 들여 마르크스 전공자 70여 명을 초빙해 ‘세계 마르크스주의자 회의’를 열었다. 규모와 재정 면에서 유교에 대한 지원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시진핑은 2017년 중국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중국식 공산주의로 서구 민주주의와 이데올로기 대결을 벌일 것임을 빼놓지 않고 강조했다. 외마내유는 대륙신유가의 바람에 그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중국공산당은 통합의 상징으로 공자(孔子)라는 기호를 십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대륙신유가들은 여기에 자기 식으로 호응하고 있다. 2010년대 대륙신유가는 정치유학의 부흥을 역설한 장칭(蔣慶)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 장칭은 “중국 대륙은 이미 전반적으로 서구화됐다. 중국성(中國性: chineseness)이 상실됐다”고 본다. “중국인 생명이 귀의할 곳이 없고 예법 제도가 진공 상태에 처해 있다”며 “중국공산당이 미래 ‘통치의 정당성’을 가지려면 중국을 반드시 재(再)유학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의 메시지는 마음 붙일 곳 없는 중국인에게 중독성 있는 메시지였다.

지배의 정당성은 대일통

중국의 대표적 ‘대륙신유가(大陸新儒家)’ 장칭(蔣慶). [바이두백과]

중국의 대표적 ‘대륙신유가(大陸新儒家)’ 장칭(蔣慶). [바이두백과]

이 같은 중국 문화보수주의는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를 계기로 재흥했다. 톈안먼의 이른바 ‘정치 풍파’는 1919년 5·4운동 이후 중국을 지배한 혁명 패러다임과 결별이었다. 대륙신유가는 5·4패러다임을 서양식 패러다임과 동일시한다. 중국이 5·4운동 후 ‘타락’했기에 유교식 경전체계로 복귀해야 한다는 인식이다. 1990년대 중국에서 민족주의와 유학은 주류가 됐다. 톈안먼 사태 후 자본주의로의 평화적 변화를 추진한 덩샤오핑의 의중을 따른 것이다. 중국 지식계의 내부 분열도 한몫했다. 1980년대 말 중국 정치가 신권위주의(new authoritarianism) 경향을 띠었다면, 학계는 1990년대 들어 신보수주의(neo-conservatism)화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장칭과 문화보수주의자들이 재발견한 인물이 바로 캉유웨이(康有爲)다. 캉유웨이의 최대 과제는 유교를 베이스로 한 청조 강역의 유지였다. 중국 판도를 보전하자는 것. 중국에서 ‘지배의 정당성’은 전통적으로 ‘대일통’으로 구현됐다. 캉유웨이에게 청나라 지배를 반대하고 공화제 혁명을 추진하려던 쑨원(孫文) 같은 부류는 뭘 모르는 철부지였던 셈이다. 캉은 ‘제국적 국민국가’를 통해 중국의 분열을 막으려 했다. 그 방책으로 공교(孔敎)를 만들어 통합 ‘문명 모델’을 세우려고 시도했다.

21세기 대륙신유가가 우려스러운 이유는 국가를 향한 그들의 ‘우환(憂患)의식’과 지나친 민족주의 추구 때문이다. 유교가 탈보편주의화·민족주의화하는 것이다. 신보수주의 원로학자 샤오공취안(蕭公權)은 “중국의 유교 문화는 평화·온화·관용·중용이 특징이므로 가장 민족주의적이지 않은 민족주의”라고 평했다. 샤오공취안의 주장은 몇 가지 한계를 보인다. 그가 진정 유교의 보편주의를 주장하고 싶다면, 유교를 포함한 모든 사상은 제도와 결합하는 순간 타락한다고 선언했어야 한다.

中華 회복에만 골몰

2016년 7월 상설중재재판소(PCA)가 중국이 남중국해에 조성한 인공섬 영유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하자 시민들이 중국 내 미국계 패스트푸드업체 KFC 매장 앞에서 불매 운동을 벌이고 있다. [웨이보 캡처]

2016년 7월 상설중재재판소(PCA)가 중국이 남중국해에 조성한 인공섬 영유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하자 시민들이 중국 내 미국계 패스트푸드업체 KFC 매장 앞에서 불매 운동을 벌이고 있다. [웨이보 캡처]

사상의 타락은 곧 이데올로기화 과정이다. 사상의 이데올로기화가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지만, 사상을 현실화하는 과정의 폭력성을 경계해야 한다. 중국은 마르크스주의를 통해 현실 속 평등한 유토피아를 구현하려 했다. 문화대혁명은 그 결과를 여실히 보여줬다. 따라서 우리는 사상의 두 측면을 인정해야 한다. 정당한 현실 비판의 근거로 작용하는 측면과 이데올로기로서 현실에 개입할 가능성 말이다. 유교를 정당하게 평가하려면 그 이데올로기적 측면도 인정하되, 비판성을 지닌 선진(先秦) 유가를 짚어야 한다. 유교는 여느 사상과 달리 보편성을 지니므로 이데올로기에 면역이 됐다는 주장은 ‘학문적 거리두기’가 안 된 것이다. 민족주의를 부정하기 위해 유교를 끌어들였다 유교의 민족주의화를 초래하는 역설이 벌어질 수도 있다.

대륙신유가 중에는 화이(華夷)사상에 근거한 역사적 중화(中華)의 회복에만 집중하는 이도 적잖다. 이들은 제국주의 일본이 내세운 ‘대동아공영권’의 이론적 근거를 ‘춘추(春秋)’의 화이론에서 찾는다. ‘동아시아는 동문동종(同文同種)’이라는 주장은 왕징웨이(汪精衛)는 물론 캉유웨이, 쑨원과도 통하기에 ‘매국노의 이론’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판단은 중·일이 연합해 서양 오랑캐에 대항하자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태평양전쟁 당시 일제의 주장과 너무도 닮았다. 이처럼 일부 대륙신유가는 20세기 제국주의 열강이 동아시아를 침탈한 아픈 역사를 망각한 듯하다. 그 과정에서 중국도 반(半)식민지로 전락했는데도 말이다. 서양을 이길 수만 있다면 20세기 일본 육해군의 침략 이데올로기도 얼마든 활용할 태세다.

대륙신유가는 보편성에서 이탈해 극단적 민족주의로 치닫고 있다. 과거사에 대한 인식도 부재한다. 담론 주체의 우환의식이 과한 탓에 유학이 왜소화한 것이다. 그들의 관심은 오직 유교로 교화한 인민으로 구성된 중화제국 복귀에 쏠려 있다. 그렇기에 저명한 학자 거자오광(葛兆光)은 “대륙신유학은 ‘혼이 신체에서 떠난 것’에 만족하지 않고 ‘시신에 혼을 돌려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일갈한 것이다.

유학은 현실과 함께 호흡해야 한다. 중국의 많은 인민을 ‘교화’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그들 속으로 들어갈 필요가 있다. 인민이 처한 현실과 욕망에 주목해야 한다. 현재 중국의 통치연합에서 배제된 계층이 노동자, 농민, 자영업자다.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식 창구조차 없다. 중국이 진정 대국을 추구한다면 주변 나라와 민족의 처지도 잘 헤아려 공존해야 한다. 유학이 오늘날 중국에서 생명력을 지니려면 주변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조경란은… 연세대 국학연구원 연구교수. 중국현대사상·동아시아 사상 전공. 홍콩중문대 방문학자·베이징대 인문사회과학연구원 초빙교수 역임. 저서로는 ‘현대 중국 지식인 지도: 신좌파·자유주의·신유가’ ‘20세기 중국 지식의 탄생: 전통·근대·혁명으로 본 라이벌 사상가’ ‘국가, 유학, 지식인: 현대 중국의 보수주의와 민족주의’ 등이 있다.





주간동아 1286호 (p48~50)

조경란 연세대 국학연구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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