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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망! 언제 팔아?” 생애 첫 주식투자 7일 만에 –10.59% [한여진의 투자 다이어리]

[투벤저스] 1000만 원 투자 안 하길 다행

  •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개망! 언제 팔아?” 생애 첫 주식투자 7일 만에 –10.59% [한여진의 투자 다이어리]

일주일 만에 수익률 -10.59%를 기록한 생애 첫 주식투자. [GettyImages]

일주일 만에 수익률 -10.59%를 기록한 생애 첫 주식투자. [GettyImages]

“주식으로 돈 벌어서 ‘호캉스’ 갈 거야.” 

생애 첫 주식투자의 시작은 호캉스(호텔+바캉스)라는 ‘소확행’이 목표였다. 주식은 성실하지 못한 자들이 하는 ‘도박’이라는 부모님의 조기교육 덕분(?)에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음에도 지금까지 주식에 손을 대본 적이 없었다. 성실하게 일해 받은 월급을 주택 대출, 자동차 대출, 아파트 관리비, 보험료, 교육비, 생활비로 빡빡하게 쪼개 쓰면서 알뜰살뜰 살았다. 대다수 사람이 나처럼 살 것이라고 믿으면서 말이다. 친구, 동료 등 주변인이 주식으로 번 돈으로 “차를 바꿨네” “주택 대출을 갚았네” “배당금으로 여행 다니네”라며 하나둘 커밍아웃을 하자 뉴스 속 ‘벼락거지’가 바로 나임을 깨닫고 마흔셋 나이에 생애 첫 주식투자를 하게 된 것이다. 

2021년이 시작되면 급등한 주식이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에도 코스피가 3000, 3100을 경신하자 “투자하기 가장 좋을 때는 지금”이라는 투자전문가 존 리의 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더 늦으면 안 되겠다는 초조한 심정으로 코스피가 3160.84를 찍은 1월 21일 한국투자증권 애플리케이션(앱)을 깔고 생애 최초로 주식계좌를 개설했다. 남편 몰래 마이너스통장에서 200만 원을 꺼내 주식계좌에 입금하고 ‘10% 수익만 올리자. 월 30만 원씩 지속적으로 투자해 매달 20만 원만 벌자’고 셀프 주문을 걸었다.


‘벼락거지’, 주식투자 시작하다

주식투자 첫날, 누구나 입 모아 말하는 ‘초(超)안전주’ 삼성전자와 LG전자 매수를 시도했다. 결과는 실패. 나 나름 머리를 좀 굴려 저렴하게 사겠다며 시장가보다 1000원가량 낮게 매수를 넣은 것이 원인이었다. 그뿐 아니라 회사에서 일하며 원하는 가격에 매수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 결국 1주도 사지 못한 채 오후 3시 30분 폐장 시간을 맞았다. 퇴근 후 인터넷에서 정보를 살펴본 뒤 알맞은 가격으로 매수예약을 했다. 

이튿날 회사에서 ‘열일’을 하던 오후 2시 57분, ‘딩동, 매수체결 삼성전자(005930) 3주 8만7000원’이라는 기쁜 소식이 문자메시지로 날아왔다. 이날 삼성전자 종가는 8만9700원이었다. 그 순간부터 나머지 173만9000원을 어디에 투자할지 행복한 고민이 시작됐다. 



본격적인 투자는 1월 25일 월요일부터 시작했다. 이날은 LG전자우(066575)를 집중 공략했다. 8만6700원에 2주, 8만6000원에 2주, 8만5000원에 4주 매수했다. 지난주 수소에너지 이슈로 30% 급상승한 두산퓨얼셀1우(33626K)도 2만1000원에 15주나 매수했다. 이대로만 가면 곧 주식부자가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회사에서 일로 힘들다가도 주식 앱만 보면 절로 힘이 뿜뿜 솟아났다. 꿈꾸던 ‘파이어족’(경제적으로 자립해 30, 40대에 은퇴하는 사람)이 눈앞으로 다가온 듯했다. 

1월 26일 화요일에는 며칠 전 유상증자를 발표해 30% 급상승한 대한항공(003490) 1주를 3만6500원에, 대한항공우(003495) 5주를 4만3000원에 매수했다. LG전자도 17만 원에 2주 매수. 여세를 몰아 그날 밤 대한항공과 빅히트, 네이버 등에 매수예약을 걸었다. ‘수익이 나면 50%는 사용하고 50%는 다시 투자해야지’ ‘이참에 마이너스 통장에서 1000만 원을 더 꺼내 투자할까’…, 온갖 행복한 상상이 펼쳐졌다.


“-19만6777원, ‘물타기’ 해도 될까요”

1월 28일 주식계좌 잔고 현황.

1월 28일 주식계좌 잔고 현황.

1월 28일 목요일 출근길에 열어본 주식 앱이 심상치 않았다. 오전 9시, 장이 오픈하자마자 온통 파란 물결. 마법이 풀리듯 100분의 1초 단위로 평가손익이 우르르 떨어지고 있었다. ‘헐, 매수예약 취소해!’ 시장가보다 높게 예약한 매수를 취소하기 위해 손을 빠르게 움직였다. 예약 취소는 9시 10분부터 할 수 있다. 9시부터 10분 동안 손에 땀이 나도록 취소 버튼을 누르고 또 누르고. 9시 10분 땡! 매수예약 일괄 취소가 됐다. “휴, 살았다!” 절로 깊은 한숨이 나왔다. 이날 폐장 후 평가손익을 보니 -19만6777원! 눈 뜨고 코 베인 격이라고 할까. 순간 “경거망동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이러다 200만 원을 다 날리는 건 아닐까.’ ‘팔까말까.’ 온갖 생각 끝에 그날 밤 남편에게 ‘빚투’ 커밍아웃을 했다. TV 예능프로그램에서 “너 참 가지가지 한다”라는 말이 나왔는데, 꼭 나한테 하는 말 같았다. 남들은 다 주식투자로 돈을 번다는데 억울하고 분했다. 

지인들은 “없는 돈이라고 생각하면 언젠가 수익이 날 것” “그냥 일괄 매도하라” 등 훈수를 두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왜 주식을 더 사고 싶은 걸까. 17만 원에 산 LG전자가 15만 원까지 내려간 것을 보니 추가 매수해 ‘물타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마음은 사방팔방으로 요동치고, 하루에 수백 번 주식 앱을 열고 닫으며 주식 잔고를 체크했다. 

활화산 같은 주말을 보내면서 문제점을 따져봤다. 실패 원인이 무엇일까. 우선 시장 추이를 따지지 않고 단지 안전한 우량주라고 해서 산 것이 가장 큰 실책이었다. 매수한 삼성전자, LG전자, 대한항공, 두산퓨얼셀 모두 실적 혹은 이슈 발표 후 주가가 20~30% 오른 상황에서 한 발 늦게 사들인 것이다. 오를 대로 오른 종목의 ‘상투’를 잡은 것 같았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왕초보 아주머니들이 모여들면 ‘상투’라더니, 내가 바로 그 왕초보 아주머니였던 것이다. 지금 오르는 종목을 매수하고자 한다면 며칠 추이를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다. 이슈가 있어 이미 급상승한 종목을 매수하는 건 바보짓이다. 급하게 먹은 떡은 체하게 마련이다. 주식투자에 성공하려면 여유 자금뿐 아니라 마음에도 여유가 필요하다. 

2월 3일 현재 평가손익은 -8만3669원, 수익률 -4.49%로 여전히 마이너스지만 매도예약 대신 여유 있게 시장을 지켜보기로 했다. 복권 사서 꽝 된 셈 치고 말이다. “쉬는 것도 투자”라는 주식투자 명언을 가슴에 새긴다. 그런데 언제까지 쉬어야 할까.







주간동아 1276호 (p22~23)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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