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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치고 빠지는 이동식 미사일로 ‘美中 패권’ 분쟁 겨냥 [웨펀]

  •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미군, 치고 빠지는 이동식 미사일로 ‘美中 패권’ 분쟁 겨냥 [웨펀]

 M1299 자주포. [BAE 시스템즈 홈페이지]

M1299 자주포. [BAE 시스템즈 홈페이지]

9월2일, 미국 본토 뉴멕시코주 화이트샌즈 실험장에 여러 대의 트레일러가 집결했다. 이날 실험장에는 미 육군의 차세대 자주포 M1299를 비롯해 견인식 곡사포인 M777과 다종의 실험용 대포들이 모였고, 이들은 한 방향을 보며 사격 준비를 마쳤다. 

통제소의 사격 개시 명령에 M1299 자주포가 불을 뿜었다. 이 자주포에서 발사된 포탄은 매우 빠른 속도로 표적을 향해 날아갔는데, 놀랍게도 표적은 지상의 고정 표적이 아니라 움직이는 물체, 그것도 ‘순항 미사일’이었다. 자주포가 순항 미사일을 향해 요격탄을 발사하는 전례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자주포에서 발사된 포탄은 일반적인 포병 탄약이 아닌 ‘편전’ 같이 작은 강철 화살이었고, 이 화살은 마하 5의 속도로 날아가 표적으로 지정된 마하 0.8 속도의 소형 무인 표적기 BQM-167A를 정확하게 꿰뚫어 파괴했다.

초고속으로 날아가는 포탄

BAE시스템즈에서 개발한 HVP(Hyper Velocity Projectile).  [BAE 시스템즈 홈페이지]

BAE시스템즈에서 개발한 HVP(Hyper Velocity Projectile). [BAE 시스템즈 홈페이지]

인류 역사상 곡사 탄도를 갖는 화포로 대공 사격을 했던 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2차 세계대전 때 포구초속이 빠른 대공포를 대전차포로 전용해 사용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탄속이 비교적 느리고 탄도가 포물선 형태를 그리는 곡사포를 대공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 미군이 곡사포를 대공포로 전용하는 실험에 성공한 것이다. 

이날 M1299 자주포가 사격한 포탄은 BAE시스템즈에서 개발한 HVP(Hyper Velocity Projectile)였다. 이 포탄은 이름 그대로 초고속으로 날아가는 포탄이다. 이날 미 육군과 함께 실험을 주관한 BAE 시스템즈 관계자는 “신형 포탄은 ABMS(Advanced Battle Management System)의 통제를 받아 곡사포에서 발사되며, 마하 5의 속도와 100마일 이상의 사정거리, 높은 정밀 유도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서 “현재 이 포탄의 가격은 8만6000달러 수준이지만, 대량 양산될 경우 더 저렴한 가격에 공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HVP는 미군이 레일건의 실패에 대비한 일종의 ‘보험’으로 2010년대 초반부터 개발을 진행해 온 무기다. 전차포가 발사하는 날개안정식철갑탄(APFSDS)이 발사 직후 외피(Sabot)을 분리한 뒤 길고 가느다란 탄심을 마하 4 이상의 속도로 가속하는 것에서 착안해 가늘고 긴 탄심을 고성능 장약으로 초고속 사출하는 방식의 무기다. 

미군은 이 포탄에 몇 가지 신기술을 적용했다. 공기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신기술과 더불어 이 탄심을 초고속으로 발사할 수 있는 고성능 추진 장약, 그리고 이 장약의 엄청난 폭발 압력을 견뎌낼 수 있는 주포가 이 기술의 핵심이다. 

HVP 포탄은 155mm 곡사포용과 127mm 함포용 2가지가 모두 개발되고 있는데, 미군은 이미 수백 차례의 시험 발사를 통해 이 포탄의 성능과 신뢰성을 입증했고, 이제는 순항 미사일과 같은 소형‧고속 표적 요격 실험까지 나서고 있다. 

미군은 곡사포와 함포에서 운용되는 이 HVP를 이용해 통상적인 포격 임무를 수행하는 것은 물론, 이동하는 적 표적, 즉 차량과 군함을 타격하고 심지어 항공기는 물론 전술 탄도탄까지 요격할 구상을 하고 있다. 포탄의 속도가 마하 5 수준의 극초음속이기 때문에 표적 획득과 추적, 유도만 뒷받침해 준다면 해볼 만한 도전이라는 것이 미 육군의 판단이다. 

이번 순항 미사일 요격 실험을 계기로 미군의 HVP 실전 배치 일정은 더욱 빨라질 전망인데, 이 포탄과 현재 구축 중인 ABMS 등 신형 지휘통제 시스템이 구축되면 이제 미군은 일개 야전포병대도 패트리엇 포대에 준하는 수준의 방공 능력을 갖게 될 전망이다.

미 해군이 군함에서 운용하는 장거리 함대 방공 미사일인 SM-6. [미국 육군]

미 해군이 군함에서 운용하는 장거리 함대 방공 미사일인 SM-6. [미국 육군]

차세대 전술 지휘통제시스템 구축

미군이 이러한 무기체계를 만드는 이유는 다름 아닌 중국 때문이다. 미군은 중국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 일대에 배치된 육군과 해병대 포병에 HVP 포탄과 ABMS 등 차세대 전술 지휘통제시스템 구축을 최우선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이 전력과 상호 보완재 성격으로 운용할 첨단 무기들을 대거 개발하고 있다. 

오는 2023년 첫 실험을 앞둔 ‘SM-6 지상형’도 이러한 계획의 일부다. SM-6 미사일은 해군이 군함에서 운용하는 장거리 함대 방공 미사일이지만, 탄도 미사일 방어를 위해 지상에 설치되는 육상형 이지스 시스템인 ‘이지스 어쇼어’(Aegis Ashore)에서 운용하기 위한 성능 개량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미 해군은 SM-6의 긴 사거리와 고속 성능, 강력한 탄두 중량을 이용해 이 미사일을 단순한 방공 무기가 아닌 다용도로 사용할 준비를 하고 있다. SM-6는 어지간한 전술 탄도미사일 수준인 370km급 사거리와 마하 3.5에 달하는 고속 비행 성능, 64kg에 달하는 강력한 탄두를 가지고 있어 공격용으로 쓰기에 손색이 없다. 

미 해군은 1992년에 터키 해군과 연합훈련을 하다가 함대공 미사일인 시 스패로(Sea Sparrow)를 오발해 터키 해군 중형 호위함을 대파시킨 경험이 있는데, 이후 함대공 미사일을 대함 공격용 무기로 사용하는 전술을 개발해 현재도 적용하고 있다. SM-6 공격용 전환 구상도 바로 이러한 개념의 연장선상에 있다. 

미 육군은 해군이 SM-6를 공격용으로 사용하니, 자신들도 이 미사일을 도입해 공수 겸용 무기로 사용하겠다는 심산이다. SM-6는 개발 초기 단계부터 네트워크를 이용한 협동 교전을 전제로 개발된 미사일이기 때문에 별도의 사격통제소나 레이더를 같이 도입할 필요 없이 네트워크와 연동되는 발사기만 가지고 다니다가 필요할 때 전술 데이터링크를 통해 표적 정보를 받아 쏘기만 하면 된다. 이 때문에 미 육군은 주요 전방 기지에 SM-6 발사가 가능한 수직 발사대를 설치하거나, 이동식 트레일러에 SM-6 발사기를 장착해 이를 IFPC(Indirect Fire Protection Capability Increment) 등 기존에 진행 중인 프로그램과 연동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구상이 실현될 경우 미 육군은 370km 밖 적의 군함이나 항공기, 지상군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러한 구상은 지난 3월 공개된 미 의회조사국(CRS) 보고서에서도 드러난다. 미국이 한국과 일본 등 동북아시아 주요 지역에 SM-6 이동식 발사 시스템을 배치하고, 육군과 해병대의 포병부대에 HVP 포탄을 배치할 경우, 공수(攻守) 양면에서 기존의 전력과는 차원이 다른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차세대 전술 탄도 미사일 체계, PrSM(Precision Strike Missile). [raytheon company]

차세대 전술 탄도 미사일 체계, PrSM(Precision Strike Missile). [raytheon company]

가공할 첨단 기술의 장벽

여기에 화룡점정을 찍는 것이 차세대 전술 탄도 미사일 체계, PrSM(Precision Strike Missile)이다. 현용 ATACMS(Army Tactical Missile System)을 대체하는 이 미사일은 ATACMS보다 크기는 작지만 사거리는 2배 이상이고, 이동 표적 타격 능력도 갖출 예정이다. 이 미사일은 육군과 해병대가 운용하는 차륜형 다연장 로켓 시스템인 M142 HIMARS(High Mobility Artillery Rocket System)에 2발이 탑재되는데, 미 육군과 해병대는 M142를 C-130 수송기와 하나의 팀으로 묶어 동아시아 일대의 주요 도서 지역에 전개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M142는 C-130 수송기에 실려 활주로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전개돼 15분 내에 2발의 PrSM 미사일을 쏘고 다시 섬을 벗어나는 치고 빠지기 전술 구사가 가능하다. 여기서 발사되는 PrSM은 700km 안팎의 사거리까지 날아가 지상의 표적을 공격하거나 바다 위의 적 군함을 타격할 수 있다. 탄두 세팅을 공중 폭발로 바꿀 경우 적 함대 상공에서 수백 개의 자탄을 뿌려 적 군함 레이더와 통신장비를 파괴하는 전술도 구사 가능하다. 

M142는 미 육군과 해병대가 신속기동부대용으로 이미 도입해 C-130과 연계해 운용 중이고, 오키나와 일대에 배치된 미 해병대에도 배치되어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 대만이 11문 도입을 결정하고 미국과 관련 협상을 진행 중인데, 대만에도 PrSM이 판매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는 관측이 현지 언론에서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대만 국방부가 “중국은 대만을 공격할 수는 있겠지만, 상륙작전을 통해 대만을 점령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한 자신감의 배경에는 최근 미국에서 M142와 PrSM 판매 승인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상 나열한 3가지 무기는 미국이 한국과 일본에 이미 배치하기로 결정했거나 배치를 추진 중인 것들이다. 역내 국가 중 일본과 대만이 이 무기들 중 일부를 구매해 배치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HVP 포탄은 2~3년 이내에, SM-6 지상 발사 버전은 2023년에, PrSM은 2022년부터 실전에 배치될 예정이므로, 이들 무기체계들이 초기 작전 능력을 갖추는 시기는 2020년대 중반이다. 이때가 되면 미국은 일본 규슈-오키나와-대만을 잇는 가상의 선에 중국이 방어할 수 없는 3가지 무기로 구축된 거대한 차단선을 갖게 된다. 여기에 더해 미 해군·해병대의 네메시스(NMESIS : Navy Marine Expeditionary Ship Interdiction System) 전력까지 더하면 이 차단선은 중국으로서는 절대 뚫을 수 없는, 문자 그대로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 될 판이다. 

미국이 이처럼 가공할 첨단 기술의 장벽을 쌓고 있는 동안, 중국은 지난 봄 미국의 ‘듀얼 캐리어(Dual carrier)’ 작전을 흉내 낸다며 랴오닝 항모와 산둥 항모를 자신의 앞바당인 보하이만에 띄워놓고 전투기로 재래식 로켓 사격을 하며 ‘쉐도우 복싱’을 하고 있다. 이런 중국이 ‘패권 전쟁’이나 ‘태평양 양분론’을 이야기할 때, 미군 당국자들은 얼마나 웃었을까?





주간동아 1256호 (p42~45)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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