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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관 서울신용보증재단 이사장 “골목 상권 ‘비대면 경쟁력’ 강화에 서울신보가 나섭니다”

‘소상공인 상생 플랫폼’으로 가게-손님 바로 연결… “동네에 돈이 돌게 해 코로나 위기 극복하겠다”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한종관 서울신용보증재단 이사장 “골목 상권 ‘비대면 경쟁력’ 강화에 서울신보가 나섭니다”

[지호영 기자]

[지호영 기자]

“거의 초죽음이 됐지만, 구원투수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는 보람을 느낀다.” 

6월 1일 서울 마포구 서울신용보증재단(서울신보) 집무실에서 만난 한종관(62) 이사장에게 “지난 몇 달간 힘든 시간을 보냈겠다”고 인사를 건네자 이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그도 그럴 것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기가 일순간 얼어붙자 서울신보에는 소상공인의 보증 신청이 물밀듯 밀려들었다. 서울신보는 올해 들어 12만5000여 건의 보증을 승인(6월 3일 기준)해 서울지역 서민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그래프 참조). 2019년 한 해 보증 승인 건수가 6만2000여 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업무 폭증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2년 치 일을 5개월 만에 해치워

5개월 만에 2년 치 업무량을 해치웠다. 

“본점과 지점, 부서 구분 없이 보증 심사에 매달렸다. 아침 7시에 출근해 밤 10시 퇴근했고, 주말과 총선 날에도 나와 일했다. 노사가 주64시간 특별연장근로에도 합의했다. 우리 임직원들에게 국가적 난국을 헤쳐나가고자 하는 소명의식이 없었다면 못했을 일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지 않아 다행이다. 

“확진자가 한 명이라도 나오면 문을 닫아야 하니 큰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나부터 모임에 일절 나가지 않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확실하게 지켰다. 방역도 철저히 했다. 회사와 집만 오가는 직원들이 ‘목련이 언제 폈었나요?’ 하더라.(웃음) 해프닝은 몇 번 있었다. 한 직원이 고열로 병원에 후송됐는데 맹장염이었고, 또 다른 직원은 과로로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갔다.” 

금융회사 퇴직 인력 300명을 긴급 채용해 활용했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6개 시중은행 퇴직자 동우회에 채용 공고를 냈다. 하룻저녁 만에 소식이 쫙 퍼져 800여 명이 지원했다. 딱 이틀간 전산교육을 실시하고 바로 보증 심사 업무에 투입했는데, 하루 600건이던 보증 승인이 3000건 이상으로 늘었다. ‘늙은 말이 길을 안다’는 노마지로(老馬知路) 고사를 눈으로 확인한 것이다. 정확하고 빠른 업무 역량보다 더 감동한 대목은 이분들의 마음가짐이다.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주말이 뭐냐. 일감 더 내놔라’ 하더라.” 

사회적 거리두기는 경제의 ‘약한 고리’부터 타격했다. 서울신보를 찾아오는 이들의 업종은 다양했고 사정은 비슷했다. 요식업과 여행업, 숙박업, 도소매업 등 ‘업종 불문’하고 소상공인들이 임차료를 못 내, 직원 급여 챙겨줄 돈이 없어 서울신보 문을 두드렸다. 한 이사장은 “영세소상공인은 경영자금과 생계자금의 구분이 없어 경영 위기가 생계 위기로 직결된다”며 “월 200만 원 벌던 대리기사가 ‘3월에 30만 원 벌었다’고 해 이거 큰일이다 싶었다”고 했다.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된 후 서민경기가 나아진 것을 체감하나. 

“지난 주말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과 마포구 월드컵공원 인근 농수산물시장에 다녀왔다. 상인들 말이 3월 매출은 전멸이었는데 5월에 많이 늘었다고 하더라. 긴급재난지원금이 소비 기폭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긴급재난지원금은 지역과 사용처를 제한하고 사용 시기를 한정했다는 점에서 잘 기획된 정책이다. 전 국민 지급과 관련해서는 ‘기부하는 게 옳다’ ‘받아서 그 이상을 쓰는 게 낫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현 상황에서는 둘 다 옳다고 본다.” 

5월 이후 업무량 면에서 한숨 돌리는 중인가. 

“4월 일평균 1500건이던 보증 접수 건수가 5월 들어 300건으로 줄었다. 미처리 건수도 조만간 모두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직 위기가 끝난 게 아니어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특별 조치로 ‘서울형 이자비용 절감 대환대출 지원 특별보증’ 상품을 새로 내놨다. 소상공인 중에는 신용등급이 낮아 15% 이상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는 이가 적잖다. 이분들에게 서울시가 보증을 제공해 1%대 시중은행 대출로 바꿔드리는 거다. 서울시가 1.3% 금리를 대신 내줘, 실제 소상공인이 부담하는 금리는 현재 1.42% 수준이다.” 

1999년 6월 출범한 서울신보의 설립 목적은 담보력이 부족한 서울 소재 소기업·소상공인의 채무를 보증함으로써 서울 경제를 활성화하고 서민복리를 증진하는 것이다. 하지만 ‘성인’이 된 서울신보의 역할은 더 넓어졌다. 2009년부터 비금융 지원에 나서기 시작해 현재 △소상공인 교육 △창업 컨설팅 △자영업 간 협업 △한계 소상공인 지원 등 종합지원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서울신보의 이러한 종합지원 수혜를 받은 업체의 5년 평균 생존율은 40.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40.9%)에 근접한다. 서울 및 전국 신생기업의 5년 평균 생존율이 각각 29.5%, 28.5%인 것과 비교하면 ‘준비된 창업’의 중요성을 절감할 수 있다. 

25개 전 지점에 ‘경영지원팀’을 신설하는 것이 올해 주요 목표 가운데 하나다. 

“본점 자영업지원센터가 주로 하던 경영 지원 업무를 25개 지점에 전진 배치한다. 여러 기관에 산재한 소상공인 지원 제도를 각 지점으로 한데 모아 ‘원스톱 지원’을 하기 위해서다. 경영지원팀은 개별 개업의 경영 개선을 지원함과 동시에 지역상권 활성화 사업에 나설 예정이다. 각 팀은 최소 3명으로 구성되는데, 그중 1명은 창업컨설팅 전문가로 배치된다.” 

지역상권 활성화는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지자체)의 ‘묵은’ 과제다. 묘수가 있나. 

“민(상인회 등)·관(자치구)·공(서울신보)·학(대학) 지역협의체를 구성할 예정이다. 각 주체가 협의체에서 아이디어를 나누며 함께 골목 상권, 생활 상권, 전통시장을 살리는 작업을 할 것이다. 첫 프로젝트로 가칭 ‘소상공인 상생 플랫폼’을 만들고자 서울시와 협의하고 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형태로 플랫폼을 만들어 이 안에서 소상공인과 고객을 바로 연결하고자 한다.”


동네 상권 위한 ‘비대면 거래 프로세스’ 구축

상생 플랫폼이 일종의 공공배달앱이 되는 건가.

“좀 더 넓은 개념이다. 서울신보가 개발, 서비스하고 있는 ‘우리마을가게 상권분석 서비스’도 이 플랫폼에 결합할 생각이다. 떡집에서 철물점까지, 사치향락성 업종을 제외한 모든 업종에 플랫폼 문을 연다. 플랫폼에 들어온 업체는 가게 홍보를 할 수도, 다른 가게와 협업을 도모할 수도 있다. 소비자는 자기 위치의 주변 가게를 찾아내 전화 및 온라인 주문을 할 수 있다. 숙박 예약도 가능하다. 동네 기반 배달업체가 합류해 배달 서비스도 진행할 것이다. 최근 배달수수료가 사회적 이슈인데, 소상공인이 특정 플랫폼에 종속된다는 것은 단순히 수수료 문제를 넘어 소상공인 생존 여부가 달린 문제다. 돈이 특정 플랫폼이 아니라 ‘우리 골목’에서 돌게끔 함으로써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드는 것, 이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언택트(untact), 즉 비대면이 일상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동네 상권을 앱 안에서 구현하는 상생 플랫폼이 서울지역 소상공인의 언택트 경쟁력을 높이는 도구가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앱으로 정보를 찾고, 주문·결제까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생 플랫폼이 소상공인의 비대면 거래 프로세스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한편 ‘비대면 보증’ 프로세스를 구축해 8월 안에 선보일 예정이다. 모바일 앱으로 신청하고 서류까지 제출해 서울신보에 직접 찾아오지 않아도 보증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인구 대비 자영업자 비율이 너무 높다는 것이 자영업자 소득 개선의 한계로 지적된다. 

“소상공인 종합지원에서 우리 목표는 세 가지다. △준비된 창업 △성공하는 창업, 그리고 △적정 창업. 소상공인이 중소기업,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커나갈 수 있도록 성장 사다리를 만들어준다면, 이렇게 성장한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어 자영업 과다·과밀 경쟁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서울신보는 지난해부터 ‘지식재산(IP) 보증’에 나섰다. 스타트업이 매출이 없더라도 지식재산을 담보로 보증받을 수 있게 한 상품이다. 코로나19 사태 직전 특허를 보유한 마스크 제조사에 보증을 제공해 2% 금리로 2억 원의 은행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했다. 해당 업체가 이 자금으로 자동화 생산설비를 마련해 최근 매출이 크게 늘었다고 들었다.”


외환위기 때보다 더한 위기 “함께 이겨내자”

한 이사장은 신용보증기금에서 30년 넘게 근무한 기업 평가·신용도 관리 전문가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현장에서 실무를 담당하며 ‘기업의 비명’을 직접 들었다. 서울신보도 외환위기를 계기로 소상공인을 지원하고자 생긴 조직이다. 

코로나19 사태가 경제에 미친 충격은 지난 두 번의 위기와 비교해 어떤가. 

“충격 강도는 외환위기 때와 비슷하지만, 그 범위가 훨씬 넓다. 특히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지금이 훨씬 더 심각하다. 이 사태가 언제 끝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이번 위기가 더 오래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서울신보는 이번 사태에 대한 대응을 백서로 정리할 계획이다. 폭증하는 보증 업무를 처리하면서 겪은 애로 사항, 대응책, 문제점과 그에 대한 보완책을 정리해 앞으로 유사한 일이 벌어졌을 때 시행착오 없이 더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 

마지막으로 74만 서울지역 소상공인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서울신보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역상권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자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아직 위기는 끝나지 않았고, 여전히 힘들고 어렵다는 것도 잘 안다. 서울신보의 존재를 기억하고 언제든 찾아와달라. 위기 극복을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





주간동아 1242호 (p30~33)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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