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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의 주인공

‘로켓맨’을 빛나게 해준 100만 개의 크리스털

  • 민은미 주얼리칼럼니스트 mia.min1230@gmail.com

‘로켓맨’을 빛나게 해준 100만 개의 크리스털

영화 ‘로켓맨’에서 엘턴 존을 연기한 태런 에저턴. [Photo Credit David Appleby;@ 2018 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영화 ‘로켓맨’에서 엘턴 존을 연기한 태런 에저턴. [Photo Credit David Appleby;@ 2018 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중독치료 시설에 들어선 한 남자의 자기 고백. 영화 ‘로켓맨(Rocketman)’의 첫 장면이다. 이 남성은 “내 이름은 엘턴 헤라클레스 존”이라고 밝힌다. 줄이면 엘턴 존. 그 엘턴 존이 맞다. 천재적인 음악성과 독보적인 노래로 세상을 뒤흔들며 대중을 사로잡은 영국 음악가. 

‘로켓맨’은 덱스터 플레처 감독이 만들어 2019년 개봉한 전기, 뮤지컬 영화다. 영화 ‘킹스맨’에서 에그시로 활약한 태런 에저턴이 엘턴 존을 연기하면서 국내 팬들의 관심을 모았다. 영화 제목인 ‘로켓맨’은 엘턴 존이 1972년 발표한 노래 제목이기도 하다. 엘턴 존은 연이은 히트곡 발매와 환상적인 무대 퍼포먼스로 큰 성공을 거둔다. 하지만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 특히 아버지로부터 사랑받지 못해 생긴 정서적 트라우마와 친구의 배신으로 삶이 순탄치 않았고, 결국 중독에 빠졌다. 영화는 그런 엘턴 존의 삶을 그렸다.


살아 있는 전설

영화 ‘로켓맨’의 한 장면. [Photo Credit David Appleby;@ 2018 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영화 ‘로켓맨’의 한 장면. [Photo Credit David Appleby;@ 2018 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엘턴 존 하면 떠오르는 것이 여러 개 있겠지만, 세 가지를 꼽아봤다. 첫 번째는 ‘로켓맨’에는 나오지 않지만 ‘캔들 인 더 윈드(Candle In The Wind)’라는 노래다. 1997년 전 세계 약 20억 명이 지켜봤다는 다이애나 전 영국 왕세자비의 장례식에 울려 퍼진 노래다. 이날 로열패밀리였을 뿐 아니라, 엘턴 존에게는 친구였던 한 여인의 삶을 기리고자 개사해 불렀다. 이 노래와 함께 ‘애도’의 감정이 정점에 이르렀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두 번째는 뮤지컬. 그의 손에서 주옥과도 같은 수많은 뮤지컬 넘버가 탄생했다. 엘턴 존은 뮤지컬 ‘아이다’ ‘빌리 엘리어트’의 작곡가다. 디즈니 만화영화 ‘라이언 킹’의 주제가도 그가 작곡해 대히트를 기록했다. 세 번째는 패션이다. 엘턴 존은 스스로 ‘갑옷’이라고 표현했던 화려한 패션으로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역동적인 무대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영화 ‘로켓맨’에서 그의 환상적인 무대 패션을 빛나게 한 주얼리가 있다. 바로 그의 의상과 액세서리를 장식한 ‘스와로브스키’의 크리스털 100만 개다. 

스와로브스키(Swarovski)는 다니엘 스와로브스키가 창업한 오스트리아 크리스털 제조업체. ‘로켓맨’의 의상 디자이너 줄리안 데이는 공식 크리스털 파트너인 스와로브스키와 공동작업으로 64개의 다양한 의상을 영화에서 재현해냈다

영화 속 엘턴 존의 화려한 의상 가운데 크리스털로 장식한 네 가지 주요 의상은 다음과 같다.




① ‘다저스(Dodgers)’ 의상
[영화 ‘로켓맨’ 화면 캡처]

[영화 ‘로켓맨’ 화면 캡처]

1975년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진행된 엘턴 존의 전설적인 콘서트. 그가 입었던 상징적인 야구복을 완벽하게 장식한 게 크리스털이었다. ‘로켓맨’에서 태런 에저턴이 입고 나오는 이 반짝이는 의상에는 기존보다 더 찬란하고 눈부시도록 14만 개의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이 사용됐다.


② ‘데빌(Devil)’ 의상
[Photo Credit David Appleby;@ 2018 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Photo Credit David Appleby;@ 2018 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로켓맨’에서 엘턴 존이 스스로 사랑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낀 드라마틱한 순간을 묘사하고자 디자인한 의상이다. 줄리안 데이는 하트 모양의 날개가 그려진 강렬한 빨간색 점프 슈트로 그가 사랑에 둘러싸여 있음을 표현했다. 의상은 맞춤형 크리스털로 눈부시게 빛나는데, 두건과 선글라스에 모두 6만 개의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을 수작업으로 붙였다. 


③ ‘옐로 브릭 로드(Yellow Brick Road)’ 의상
많은 사랑을 받았던 엘턴 존의 앨범을 회고하는 의미를 담았다. 의상의 디테일은 ‘오즈의 마법사’ 캐릭터를 재해석한 것이다. 레드 크리스털 옷깃의 블루 슈트와 아이코닉한 수정 크리스털 슬리퍼는 도로시를 상징한다. 털 코트, 실버 셔츠, 밀짚모자는 도로시와 함께한 사자, 양철 나무꾼, 허수아비를 각각 묘사하고 있다.


④ ‘엘리자베스(Elizabeth)’ 의상
영화 ‘로켓맨’의 의상 디자이너 
줄리안 데이. [Photo Credit David Appleby;@ 2018 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영화 ‘로켓맨’의 의상 디자이너 줄리안 데이. [Photo Credit David Appleby;@ 2018 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공연에서 착용한 것으로, 화려한 크리스털과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진주 장식이 불타오르는 듯한 강렬함을 선사한다. 박수갈채를 받은 이 의상은 1941년 영화 ‘미인극장(Ziegfeld Girl)’에 나온 헤디 라머(Hedy Lamarr)의 스와로브스키 오리지널에서 영감을 얻었다. 줄리안 데이는 말했다. 

“수많은 영화에서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을 사용해왔다. 내 디자인이 110% 느낌을 살려준다면,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이 150%까지 효과를 극대화했다. 영화에서 어디든 크리스털을 배치할 장면이나 공간을 찾으면 우리는 그곳에 크리스털을 배치한다. 스와로브스키와 ‘로켓맨’은 완벽한 파트너다.” 

스와로브스키의 나디아 스와로브스키 회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줄리안 데이와 ‘로켓맨’을 위한 멋진 의상을 만들 수 있게 돼 큰 감격이었다. 줄리안 데이가 재해석해 디자인한 엘턴 존의 의상들은 100만 개 이상의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장식으로 그의 마법, 에너지, 영향력을 완벽하게 구현해냈다.”


모두를 위한 다이아몬드

[사진 제공 · 스와로브스키]

[사진 제공 · 스와로브스키]

터질 듯한 반짝임을 자랑하는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은 ‘로켓맨’뿐 아니라 ‘신사는 금발을 좋아한다’(1953), ‘사브리나’(1954), ‘티파니에서 아침을’(1961) 같은 고전 명작 영화에도 등장한다. 메릴린 먼로는 1962년 5월 19일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로 장식된 매혹적인 드레스를 입고 미국 대통령 존 F. 케네디 앞에서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먼로의 드레스는 1999년 경매에서 126만 달러(약 15억 원)에 낙찰됐다. 

다니엘 스와로브스키가 스와로브스키를 창업한 해는 1895년. 유리세공업자의 아들이던 그의 비전은 ‘모두를 위한 다이아몬드’를 만드는 것이었다. 모두를 위한다는 비전처럼 창업한 지 124년이 된 지금 스와로브스키를 한 번도 사보지 않은 여성이 드물 만큼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스와로브스키는 주얼리뿐 아니라 시계와 장식품도 선보이고 있고, 매년 한정품으로 출시하는 크리스마스 오너먼트는 전 세계에 수집 열풍을 일으켰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다이아몬드다. 

‘아뜰리에 스와로브스키’는 나디아 스와로브스키 회장이 2007년 설립한, 최첨단의 보석과 액세서리, 홈 데코 아이템들을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을 통해 선보이는 브랜드다. 전 세계 패션, 주얼리, 건축, 디자인 분야 전문가들과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끊임없이 독창성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스와로브스키와는 형제 뻘로, 스와로브스키가 공부 잘하는 모범생 장남이라면 아뜰리에 스와로브스키는 공부보다 다방면에 소질이 더 많은 차남 격이다. 아뜰리에 스와로브스키에서는 ‘스와로브스키 크리에이티드 다이아몬드’를 생산하고 있는데, 쉽게 말해 천연 다이아몬드가 아닌 합성 다이아몬드다.

5월 18일 프랑스 칸영화제에서 여배우 페넬로페 크루즈는 아뜰리에 스와로브스키와 공동작업으로 탄생한 파인 주얼리를 착용하고 자신의 신작(‘페인 앤 글로리’) 시사회에 참석했다. 그는 레드카펫에서 스와로브스키 크리에이티드 다이아몬드인 ‘컨셔스 럭셔리’를 널리 알렸다. 이 브랜드에서 공개한 것 가운데 가장 큰 크리에이티드 다이아몬드였다.

다이아몬드 업계에서도 자연산이냐 인조냐, 즉 천연이 아닌 합성 다이아몬드를 다이아몬드로 볼 것이냐 말 것이냐의 논쟁이 있었다. 그러나 2018년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크리에이티드 다이아몬드 업계의 요청을 받고 정의를 내렸다. “실험실에서 생장했든, 땅에서 나왔든 다이아몬드는 다이아몬드”라고.


새로운 세대의 다이아몬드

 아뜰리에 스와로브스키 컬렉션. [사진 제공 · 스와로브스키]

아뜰리에 스와로브스키 컬렉션. [사진 제공 · 스와로브스키]

원래 다이아몬드에 관한 FTC의 정의는 ‘순수한 탄소를 주성분으로 해 결정화된 천연광물’이다. 1956년 이래의 결론이었다. 하지만 FTC는 “이런 정의를 내렸을 때는 시장에 단 한 가지 종류의 다이아몬드 상품만 존재했다. 땅에서 채굴한 천연 스톤뿐이었다. 하지만 기술 발전으로 실험실에서 다이아몬드를 생산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스톤들도 본질적으로 천연 다이아몬드와 동일한 광학적·물리적·화학적 특성을 갖고 있으므로 다이아몬드라고 불러야 한다”고 했다. 다이아몬드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스와로브스키 크리에이티드 다이아몬드는 땅속에서 채굴한 천연 다이아몬드를 대체할 대안으로 꼽힌다. 온실에서 야생 난과 똑같이 잘 키운 난초처럼, 스와로브스키 크리에이티드 다이아몬드는 천연 다이아몬드와 차이가 거의 없다. 천연 다이아몬드의 조건과 동일한 실험실 환경에서 가공하고 커팅하기 때문이다. 아뜰리에 스와로브스키는 2019년 9월부터 전 세계 스와로브스키 매장과 편집숍에서 2019 가을·겨울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다시 ‘로켓맨’으로. 과연 중독자 엘턴 존은 중독을 치유했을까. 정답이 애매하지만 유쾌하다. 그는 28년 만에 거의 모든 중독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쇼핑 중독만은 벗어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는 중독치료 시설에서 나온 후 에이즈 재단을 설립했다. 그리고 4억5000만 달러(약 5325억7500만 원)의 기금을 모아 전 세계 에이즈 환자들을 도우며 음악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의 나이 72세. 무대에서 그를 빛냈던 100만 개의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보다 더 빛나는 인생 2막이다.






주간동아 2019.10.18 1210호 (p28~31)

민은미 주얼리칼럼니스트 mia.min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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