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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의 미식세계

건강과 맛을 동시에 잡은 목이버섯 피클 & 뮤즐리

음용수로 버섯 키우는 ‘새암농장’

건강과 맛을 동시에 잡은 목이버섯 피클 & 뮤즐리

목이버섯이 자라는 풍경. [사진 제공 · 새암농장]

목이버섯이 자라는 풍경. [사진 제공 · 새암농장]

대학을 졸업할 무렵부터 지금까지 20여 년간 먹을거리와 관련된 공부와 일만 했다. 돌이켜보면 ‘먹는 일’에서 얻은 기쁨이 적잖았다. 맛있는 것, 좋은 것, 귀한 것을 맛보는 일도 잦지만 무엇보다 오래 기억되는 건 ‘새로운 발견’이다. 예를 들면 이탈리아 사람들이 돼지껍데기를 뻥튀기처럼 튀겨 먹는다는 것이 놀라웠다. 특히 신기했던 점은 거기서도 우리나라처럼 돼지껍데기를 즐긴다는 사실이었다. 생선껍질로 만든 묵의 이상하리만치 무덤덤한 맛, 직접 만들면서도 신기했던 아이스크림 튀김도 기억에 남는다. 참깨를 으깨고 또 으깨 눅진하게 만들면 거짓말 조금 보태 백배는 고소해지고, 오리엔탈 드레싱에 고춧가루를 섞으면 최상급 겉절이 양념이 된다는 것도 일하면서 발견했다. 최근 맛본 목이버섯도 ‘새로운 발견’ 목록에 더하고 싶어졌다. 

사람들은 특별한 맛이 없는 의외의 식재료에 열광한다. 무미, 무취의 마나 정결하고 은은해 맛을 쉬이 느끼기 어려운 죽순이 그렇다. 해파리와 우뭇가사리도 맛이나 향이 거의 없다. 이들의 공통점이라면 특이한 질감 또는 식감이 아닐까 싶다. 독특한 식감이라면 버섯도 한몫한다. 그중에서도 목이버섯이 그러하다. 개성 있는 맛과 향이 적은 대신 부들부들 씹는 맛이 있다.


눈꽃목이 피클의 색다른 맛

말린 목이버섯(위)과 수분이 차 있는 싱싱한 목이버섯. [사진 제공 · 새암농장, 사진 제공 · 김민경]

말린 목이버섯(위)과 수분이 차 있는 싱싱한 목이버섯. [사진 제공 · 새암농장, 사진 제공 · 김민경]

버섯류는 대체로 건강한 식재료로 여겨진다. 수분이 많고, 열량이 낮으며,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비타민과 무기질도 함유하고 있다. 향이 좋은 송이, 능이, 표고, 그리고 약효가 좋은 상황, 영지, 차가는 버섯 중에서도 귀한 대접을 받는다. 양송이, 새송이, 느타리, 팽이처럼 일상적으로 먹는 버섯 종류 역시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이쯤에서 목이버섯도 조심스럽게 한 자리를 차지하면 어떨까 한다. 

우리가 식당에서 맛보는 목이버섯은 대부분 중국산이다. 국내에서도 목이버섯을 재배하는 농가가 4~5년 전부터 늘고 있지만 생산량은 여전히 많지 않다. 대표적인 곳이 오호영 농부가 운영하는 ‘새암농장’이다. 오 농부는 목이버섯 재배뿐 아니라 이를 활용한 가공품인 피클과 뮤즐리(곡식, 견과류, 말린 과일 등을 섞어 만든 스위스 시리얼)도 선보인다. 목이버섯으로 만든 피클과 뮤즐리라니, 어떤 맛일지 예측이 안 된다. 

채소 피클은 물, 식초, 설탕, 그리고 피클용 향신료만 있으면 누구나 어느 정도 맛을 낼 수 있다. 피클 재료로 주로 사용되는 오이, 무, 당근, 양배추는 삼투압 작용으로 간간한 피클주스를 빨아들이고 제 몸의 수분은 빼낸다. 그러면 간이 맞고 꼬들꼬들 씹는 맛도 좋아진다. 하지만 같은 방법으로 목이버섯 피클을 만들면 지나치게 짜고 시며 버섯도 금방 무른다. 목이버섯은 다른 채소처럼 삼투압 작용이 활발하게 일어나지 않아서다. 그래서 피클주스를 버섯에 맞도록 개발했다. 버섯과 여러 채소를 함께 섞어 1차 절임을 만들고, 채소에서 맛이 우러나면 채소는 건진다. 이 채수로 다시 피클주스를 만들어 버섯에 붓는다. 이런 과정 덕인지 목이버섯 피클은 감칠맛이 남다르다. 시고, 짜고, 단맛의 균형이 자로 잰 듯 딱 맞는다. 




일반 목이버섯(왼쪽)과 눈꽃목이. [사진 제공 · 김민경]

일반 목이버섯(왼쪽)과 눈꽃목이. [사진 제공 · 김민경]

특히 톡톡 터지듯 씹히는 식감이 독보적이다. 이는 오 농부가 피클용으로 따로 키우는 목이버섯인 ‘눈꽃목이’를 사용했기에 가능하다. 눈꽃목이는 버섯균은 같으나 조금 다른 환경에서 키운다. 보통 목이버섯은 5~6월과 10~12월에 수확하지만, 눈꽃목이는 1~2월에만 채취한다. 일반 목이버섯보다 작고 도톰하며 공처럼 동그스름하게 말려 있다. 만져보면 탱글탱글한 탄력이 굉장히 좋다. 목이버섯 피클은 상온에서 6개월 정도 보관할 수 있으며 먹기 전에 차게 하면 더 맛있다. 버섯에서 우러나는 수분감이 시원하고 개운하다.


간식으로 먹어도 제격인 목이버섯 뮤즐리

요구르트와 곁들이는 목이버섯 뮤즐리. [사진 제공 · 김민경]

요구르트와 곁들이는 목이버섯 뮤즐리. [사진 제공 · 김민경]

목이버섯 뮤즐리는 말린 목이버섯의 오독오독한 식감에 과일의 맛과 향을 더했다. 뮤즐리는 목이버섯을 말리고, 세척해 다시 말리고, 숙성시키는 과정을 반복해 완성한다. 바나나와 레몬 맛 두 가지가 있는데 모두 100% 과일 농축액을 사용한다. 버섯이 87%, 과일 농축액이 13%라 맛이 꽤 진하다. 

입자가 곱고 단단해 보이는 뮤즐리는 간식 대용으로 먹어도 맛있다. 야문 것 같아도 입에 넣고 오물거리면 금세 아작아작 씹힌다. 시리얼과 함께 우유 또는 주스에 타거나 요구르트에 섞으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 샐러드를 만들 때 드레싱에 섞어 가볍게 불린 뒤 곁들여 먹어도 좋다. 다만, 한꺼번에 많이 먹는 것은 피한다. 말린 목이버섯이 배 속에 들어가면 천천히 붇기 때문이다. 

목이버섯은 식이섬유가 굉장히 풍부하다. 물에 녹으면서 지방과 당을 몸 밖으로 빼주는 수용성 식이섬유, 유익균의 먹이가 되며 배변 활동에 도움이 되는 불용성 식이섬유가 모두 들어 있다. 식사량을 줄이는 중이거나 변비에 시달린다면 버섯 뮤즐리가 확실한 조력자 구실을 할 것이다.


은은한 맛이 일품인 생 목이버섯

목이버섯을 활용한 요리들(위)과 
눈꽃목이 피클. [사진 제공 · 새암농장, 사진 제공 · 김민경]

목이버섯을 활용한 요리들(위)과 눈꽃목이 피클. [사진 제공 · 새암농장, 사진 제공 · 김민경]

가공한 목이버섯도 좋지만 생 목이버섯 역시 꼭 맛볼 필요가 있다. 싱싱한 목이버섯은 향이 은은하고 거의 맛이 나지 않지만 씹을 때 버섯 속에서 수분이 우러난다. 쉽게 부서지거나 풀이 죽지 않고, 잘게 썰거나 찢어도 식감이 탱탱하다. 생 목이버섯은 먹기 전 끓는 물에 담갔다 건져 물기를 뺀다. 체에 버섯을 담고 뜨거운 물을 골고루 끼얹어도 된다. 

살짝 데친 목이버섯을 차게 식혀 숙회로 즐기거나 기름진 재료와 함께 먹으면 맛있다. 기름기가 촘촘하게 낀 쇠고기를 핏기 있게 구운 뒤 고추냉이를 살짝 바른 목이버섯을 얹는다. 소금에 찍어 먹으면 탱탱하고 찬 버섯과 야들야들하고 뜨거운 고기, 톡 쏘는 짠맛이 기막히게 잘 어울린다. 또 하나의 궁합은 참치회다. 참치 살 한 조각과 목이버섯을 김에 싸 참기름소금장에 찍어 먹어도 일품이다. 곧 다가올 방어철에는 참치 대신 방어와 곁들여보고 싶다. 이외에도 차돌박이, 삼겹살, 오리고기, 장어와 함께 먹으면 기름진 맛은 그대로 살리면서 개운한 맛이 더해져 한 입 한 입이 새롭다. 

여러 식감이 어우러지는 골뱅이무침이나 다양한 샐러드에 곁들여도 좋다. 제육볶음, 불고기, 가지·호박 같은 채소볶음에 넣어도 맛좋다. 식어도 버섯에서 물이 빠지지 않아 반찬에 넣어 먹어도 괜찮다. 잘게 썰어 달걀말이를 할 때 넣으면 토독토독 씹는 맛이 재밌다. 단, 국물 요리에 사용할 때는 주의할 점이 있다. 육수에 담가 오래 끓이면 버섯이 흐물흐물해질 수 있으니 먹기 직전에 목이버섯을 얹어 한소끔 끓인다. 그래야 씹는 맛을 즐길 수 있다.


‘새암농장’ 오호영 농부
[사진 제공 · 새암농장]

[사진 제공 · 새암농장]


이곳의 목이버섯은 무엇이 다른가. 

“버섯을 키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물이다. 새암농장에서는 농업용수가 아니라 음용수, 즉 바로 마셔도 되는 물을 사용한다. 버섯의 수확 시기도 중요하다. 너무 이르게 따도, 늦게 따도 안 된다. 제때 수확한 버섯은 도톰하고 탄력 있으며 골이 선명하고 깊다. 버섯을 말릴 때도 건조기를 사용하지 않고 햇볕에 말려 비타민D 함량이 높다. 피클을 만드는 눈꽃목이는 다른 곳에서는 쉽게 맛볼 수 없는 독특한 식감을 자랑한다.” 

목이버섯 보관 방법은. 

“생 목이버섯은 구입하자마자 냉동 보관하는 것이 좋다. 목이버섯은 냉동한 뒤 해동해도 식감에 거의 변화가 없다. 먹기 전 냉장실에서 충분히 녹이거나 찬물에 30분 정도 담가둔다. 마른 목이버섯은 상온에 두되 햇볕은 피한다.” 

새암농장 경기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 934-1






주간동아 2019.09.06 1205호(창간기념호①) (p122~124)

  •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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