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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꿀조합’ 모디슈머 레시피 확산에 칼로리 폭탄 경보음

‘꿀조합’ 모디슈머 레시피 확산에 칼로리 폭탄 경보음

‘꿀조합’ 모디슈머 레시피 확산에 칼로리 폭탄 경보음
지난주 휴가를 보내던 기자는 여섯 살배기 딸아이와 ‘집콕’을 했다. 인스타그램을 뒤적이던 중 앙버터를 재현한 ‘앙빠’가 눈에 들어왔다. 과자 빠다코코낫과 팥 앙금, 버터만 있으면 완성되는 초간단 디저트인데, 아이가 만들기 쉬울 듯하고 모양도 그 나름 근사했다. 바로 집 앞 마트에서 재료를 사와 만들기에 도전했다. 한 입 먹어보니 그야말로 꿀맛. 딸아이도 ‘엄지 척’ 하며 신나게 먹었다. 앙빠를 먹고 난 뒤 다른 요리에 도전하려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뒤져보니 각종 모디슈머 먹방과 레시피가 가득했다.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어 먹는 ‘짜파구리’. [사진 제공 · 농심]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어 먹는 ‘짜파구리’. [사진 제공 · 농심]


내 맘대로 조합해 먹는 모디슈머 열풍이 한층 진화하고 있다. 모디슈머(Modisumer)란 Modify(수정하다)와 Consumer(소비자)의 합성어. 일반적으로 알려진 조리법이 아닌, 자기 취향대로 재료를 조합해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내는 소비자를 일컫는 말이다. 모디슈머의 원조 격으로는 라면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은 ‘짜파구리’를 들 수 있다. 당시 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짜파구리가 인기를 모았고 ‘나만의 요리’를 만들어 먹는 소비자도 덩달아 늘었다. 2010년 이후 1인 가구와 ‘혼밥족’이 증가하면서 기존 식품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바꿔 먹는 요리문화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요즘 인기 있는 꿀조합 모디슈머 레시피인 앙빠, 홈런볼빵빠레, 초코대야빙수(위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인스타그램 같은 SNS 채널에는 다양한 인증샷도 올라오고 있다. [사진 제공 · 롯데제과, 오리온, 강현숙 기자]

요즘 인기 있는 꿀조합 모디슈머 레시피인 앙빠, 홈런볼빵빠레, 초코대야빙수(위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인스타그램 같은 SNS 채널에는 다양한 인증샷도 올라오고 있다. [사진 제공 · 롯데제과, 오리온, 강현숙 기자]

빠다코코낫 2개 사이에 팥 앙금과 버터를 넣어 만드는 ‘앙빠’, 과자 포카칩에 구운 삼겹살을 올려먹는 ‘쌈칩’, 얼린 초코우유와 흰 우유를 큰 그릇에 담은 뒤 각종 초코과자와 젤리, 초콜릿 등을 넣어 부숴 먹는 ‘초코대야빙수’, 아이스크림 빵빠레에 과자 홈런볼을 붙여 먹는 ‘홈런볼빵빠레’ 등이 요즘 인기 있는 ‘꿀조합’이다. 이런 모디슈머 레시피는 SNS 인증샷과 동영상 문화가 발달하면서 종류가 다양해지고 소비층도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오리온과 롯데제과 등 제과업체는 회사 공식 SNS 채널을 통해 모디슈머 레시피를 소개하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요즘 모디슈머는 진화하는 ‘먹방’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모디슈머 관련 제품의 판매율 역시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데, 1979년 출시된 롯데제과의 빠다코코낫은 ‘앙빠’의 인기로 매출이 급증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포장 후면에 레시피를 넣어 앙빠를 알리고 있을 정도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빠다코코낫이 장수 제품이라 구매층의 연령대가 높았는데 앙빠의 인기로 20, 30대 여성 소비자가 늘었다”고 말했다.


식품업체들, 인기투표로 제품 내놓고 대박

‘꿀조합’ 모디슈머 레시피 확산에 칼로리 폭탄 경보음
모디슈머 레시피의 인기를 반영한 제품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삼양식품의 불닭소스와 까르보불닭볶음면, 농심의 트러플 짜파게티(왼쪽부터)가 그 대표적인 제품이다. [사진 제공 · 삼양식품, 농심]

모디슈머 레시피의 인기를 반영한 제품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삼양식품의 불닭소스와 까르보불닭볶음면, 농심의 트러플 짜파게티(왼쪽부터)가 그 대표적인 제품이다. [사진 제공 · 삼양식품, 농심]

모디슈머 레시피의 인기를 반영한 제품이 속속 나오고 있다. 삼양식품의 치즈불닭볶음면은 편의점 모디슈머 레시피였던 불닭볶음면과 스트링 치즈의 조합을 반영했다. 2017년 12월 출시된 까르보불닭볶음면 역시 소비자들의 조리법을 차용한 제품으로, 출시 3개월 만에 3600만 개가 판매됐다. 불닭볶음면이 모디슈머들 사이에서 필수 재료로 인식되자 소스만 따로 판매해달라는 요구가 많아졌다. 이에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 소스’를 한정판으로 출시했다. 처음에는 5000박스만 판매할 예정이었지만 선풍적 인기로 2만6000박스가 팔렸으며, 결국 ‘불닭소스’로 이름을 바꿔 시판하고 있다. 




가수 화사가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선보여 화제가 된 ‘트러플 짜파게티’. [사진 제공 · 농심]

가수 화사가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선보여 화제가 된 ‘트러플 짜파게티’. [사진 제공 · 농심]

농심은 5월 짜파게티 출시 35주년을 기념해 스페셜 짜파게티의 콘셉트를 정하는 소비자 투표를 진행했다. 약 5만5000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트러플 짜파게티’가 득표율 70%를 얻어 7월에 신제품으로 나왔다. 유어스의 ‘구르미만든크림소다’는 롯데칠성음료의 밀키스와 유어스의 블루레몬에이드를 조합한 듯한 맛의 음료로, 지난해 출시 한 달 만에 20만 개 이상 판매됐다. 빙그레의 ‘비비빅 더 프라임 인절미’는 팥빙수나 팥죽을 만들 때 아이스크림 비비빅을 활용하는 레시피가 온라인에서 회자되면서 출시됐는데, 1년 만에 250만 개가 팔렸다.


꿀조합이 칼로리와 염분 ‘폭탄’ 될 수도

[shutterstock]

[shutterstock]

서울 마포구 대흥동에 사는 회사원 김모(39) 씨는 휴일이면 종종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다니는 두 아이와 함께 인터넷으로 모디슈머 레시피를 검색해 만들어 먹곤 했다. 아이들도 자신만의 요리를 만든다는 즐거움에 놀이하듯 재미있어 했는데, 우연히 과자와 라면 봉지에 적힌 칼로리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일일 권장량을 훌쩍 넘긴 칼로리를 한번에 흡입하고 있었던 것. 

젊은 층은 다양한 모디슈머 레시피를 재미있는 요리놀이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요리연구가 겸 바른 식생활 지도사인 김영빈 씨는 “요즘 인기 있는 모디슈머 레시피를 보면 각종 과자와 라면 등 인스턴트식품을 조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런 제품을 섞어 먹으면 나트륨 섭취가 많아지고 칼로리도 훨씬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여러 제품을 섞어 먹으면 합성첨가물이나 당분, 나트륨 등의 성분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럴 경우 높은 칼로리와 더불어 몸에 해로운 성분까지 체내에 쌓이면서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김씨는 “창의적인 요리문화가 나쁜 건 아니지만, 유행만 좇다 자연 식품에서 얻을 수 있는 건강한 힘을 놓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주간동아 2019.07.19 1198호 (p24~27)

  • 강현숙 기자 life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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