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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연남동 한복판 원룸 월세가 42만 원

20~35세 위한 신개념 원룸 ‘셀렉티드 바이클리’ 1호점…공유 오피스도 구비

연남동 한복판 원룸 월세가 42만 원

3월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건설된 셀렉티드 바이클리 1호점. [김도균]

3월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건설된 셀렉티드 바이클리 1호점. [김도균]

서울에 있는 여러 ‘젊은이의 거리’ 가운데 최근 몇 년 사이 예술인, 창작자 등이 눈에 띄게 늘어난 곳은 마포구 연남동이다. 2015년 서울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인근 연남동에 경의중앙선 폐철길을 개선한 일명 ‘연트럴파크’(연남동+센트럴파크)가 조성된 이후 변화가 시작됐다. 연트럴파크를 중심으로 다양한 카페, 레스토랑, 문화공간이 생겨난 것.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연트럴파크가 20, 30대 젊은이 사이에서 크게 화제가 됐다. 일부는 거처를 옮기기까지 해 연남동에는 젊고 색다른 감각의 주거공간이 차츰 늘어났다.


완공 1개월 만에 21개 호실 계약 완료

1층은 입주민이 24시간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라운지고(왼쪽), 안쪽에는 공용주방이 마련돼 있다. [김도균]

1층은 입주민이 24시간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라운지고(왼쪽), 안쪽에는 공용주방이 마련돼 있다. [김도균]

연남동은 특유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있다. 도심 고층 아파트 단지보다 다세대주택, 빌라 등 5층 이하의 낮고 아담한 주거공간이 밀집해 있어 낮 시간에 돌아보면 조용하고 사람 냄새 풍기는 동네다. 대부분 오래된 건물이라 임대료도 비교적 저렴한 편인데, 원룸의 경우 보증금 2000만~6000만 원에 월세 30만~60만 원 정도다. 마을버스 외에 마을 안쪽까지 들어가는 다른 대중교통편이 없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살기 좋은 주거지다. 

이런 연남동 한복판에 실험적 형태의 주거 플랫폼이 생겨 관심을 끌고 있다. 사모펀드 ‘알레프커넥티드’에서 3월 완공한 ‘셀렉티드 바이클리’ 1호점이 주인공이다. 지난해 1월 착공한 후 13개월 만에 대지면적 323㎡, 5개 층으로 완공됐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서만 입주민을 모집했는데 한 달 만에 21개 호실이 모두 계약 완료됐다. 현재 건물 임대와 운영에 관한 세부사항은 영국 종합 부동산 서비스 회사 ‘체스터톤스’의 자회사인 ‘클리㈜’가 담당하고 있다. 어떤 형태의 공간인지 알아보고자 6월 18일 현장을 찾아가 봤다. 

홍대입구역에서 차량으로 5분, 도보로 15분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해 찾기가 쉽지 않았다. 좁은 골목길 안쪽에 있는 셀렉티드 바이클리는 한눈에 봐도 신축 빌라의 깔끔함과 세련된 디자인 감각이 물씬 느껴졌다. 한보혁 클리㈜ 과장은 “접근성이 떨어져 고심한 끝에 공유 전동킥보드 스타트업 ‘킥고잉’과 협업해 셀렉티드 바이클리의 주차장 일부를 킥고잉 주차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아침저녁으로 킥고잉 서너 대가 비치돼 있어 입주민이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1층은 입주민 공용공간이자 카페로 활용되고 있다. 낮 시간에는 인근 주민들에게 커피를 2500원에 판매하는데 취재 중에도 이용객이 종종 드나들었다. 입주민은 1층을 24시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건물 안쪽에 공동 주방이 자리해 식사시간이면 입주민들이 직접 요리해 여럿이 나누기도 한다. 



바로 위층은 공유 사무실 ‘데스크 셀렉티드’로 운영되고 있다. 입주민은 물론 외부인에게도 임대한다. 한 달 사무용 데스크 임대와 복합기 사용권, 회의실과 탕비실 이용권이 16만5000원이다. 개인사업자는 해당 주소로 사업자등록도 할 수 있다. 1석을 사용하는 이도 있고, 6석을 임대한 이도 있다. 이외에 데스크 2개짜리 독립공간은 월 50만 원으로 1년짜리 임대가 이미 나간 상태다. 매일 자유롭게 아무 책상이나 이용할 수 있는 1일 사용권은 9900원, 1개월 사용권은 3만 원이다.


20~35세만 거주 가능, 여성 압도적으로 많아

2층에는 공유 사무실도 마련돼 있는데 구획별로 사업자등록도 할 수 있다. [김도균]

2층에는 공유 사무실도 마련돼 있는데 구획별로 사업자등록도 할 수 있다. [김도균]

3~5층은 주거공간으로 엘리베이터로 오르내릴 수 있다. 층마다 지문인식 도어록이 설치돼 아무나 출입할 수 없다. 층별 입주 가구 수가 다른데 5~8개, 총 21개 호실로 구성돼 있다. 방마다 크기는 다르지만 대체로 10~13㎡이다. 개별 화장실이 있고 냉장고와 냉난방시설, 침대, 책상은 기본적으로 마련돼 있다. 임대료는 보증금 500만 원 선에 월세 42만 원으로 넓이에 상관없이 동일하다. 여기에 관리비 7만 원과 세탁기, 건조기, 탕비실 등 부대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멤버십 비용 3만 원이 추가된다. 안타깝게도 21개 호실 모두 임대가 나간 상태고, 프라이버시 존중 원칙 때문에 내부까지 돌아볼 수는 없었다. 

3층은 여성 전용 임대고, 4·5층은 성별에 관계없이 입주할 수 있다. 구획이 나뉘긴 했지만 여성의 입주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이유는 철저한 보안 때문이라고. 한 과장은 “지문인식으로만 출입할 수 있는 데다 층별 도어록이 설치돼 있어 여성분들이 매우 만족해한다. 또 임차인은 이사할 때를 제외하고 계약 기간에 외부인을 세대 내로 들일 수 없다. 반려동물도 키울 수 없다. 여러 제약이 따르지만 입주민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4층 외부와 6층 옥탑 테라스에는 실외용 소파를 마련해놓아 입주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김도균]

4층 외부와 6층 옥탑 테라스에는 실외용 소파를 마련해놓아 입주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김도균]

특히 매력적인 공간은 외부 테라스다. 4층 외부와 6층 옥탑에는 나무데크가 깔린 테라스에 테이블과 실외용 소파가 마련돼 있다. 멀리 홍대 앞 번화가와 서대문 안산까지 보여 맥주 한잔하며 하루를 마무리하기에 좋을 듯했다. 한 과장은 “실제로 저녁시간에 입주민끼리 와인을 즐기기도 한다”고 전했다. 

공유주택 가운데 입주민 커뮤니티가 활성화된 곳도 있지만 셀렉티드 바이클리 1호점은 임차인의 프라이버시를 철저히 존중하는 공간이다. 물론 원한다면 입주민끼리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고, 실제로 일부 입주민은 SNS 방을 개설해 소통하고 있다. 입주 초반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에게도 입소문이 났고, 현재 10개 호실은 홍콩에서 온 사람들이 각각 거주하고 있다. 뒤늦게 알게 된 입주 희망자들이 e메일로 지원서를 대거 보내놓은 상태다.


프라이버시 존중, 외부인 출입 금지

3층부터 5층까지는 주거공간으로, 면적은 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월세는 42만 원으로 동일하다. [사진 제공 · 셀렉티드 바이클리]

3층부터 5층까지는 주거공간으로, 면적은 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월세는 42만 원으로 동일하다. [사진 제공 · 셀렉티드 바이클리]

신축 빌라, 저렴한 임대료, 편리한 공용시설로 입주를 희망하는 사람이 많지만 누구나 살 수 있는 건 아니다. 셀렉티드 바이클리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임대료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젊은 층을 위해 건설된 민간 임대주택이어서 20~35세만 거주할 수 있다. 또한 임차료를 밀리지 않고 낼 수 있는 경제력을 갖춘 직장인이나 프리랜서 등을 선별해 입주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통상 1년 단위로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는데 임대 만료 기간에 여러 상황을 고려해 재임대차계약을 맺는다. 그러나 ‘주택임대차보호법’(임차인 보호법) 때문에 강제 퇴거를 명령할 수 없어 자발적으로 퇴실하지 않는 이상 새로운 계약을 맺기 어렵다. 입주를 희망하는 이에게는 다소 안타까운 일이다. 

셀렉티드 바이클리는 다른 지역에 추가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이르면 7월 마포구 성산동에 착공될 2호점은 서울시와 협력해 ‘공동체주택’ 모델로 운영된다. 입주민 전원이 공용공간 운영에 참여해야 하고, 각각 노동으로 기여해 관리비를 획기적으로 낮추기로 했다. 노동 기여 조건이 추가되기 때문에 이를 적극적으로 지키지 않으면 입주 유지가 어려울 수 있다. 또한 대지면적이 넓어질 경우 헬스장 등 생활편의공간도 마련할 계획이다. 1호점 멤버십으로 2, 3호점 공용공간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요즘 청년들은 현실적으로 서울 시내 집을 자력으로 소유하기 어렵다. 서울을 떠나면 된다고 얘기할 수 있겠지만 통학, 통근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생각하면 그마저도 쉽지 않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고시원, 원룸 등에 비싼 돈을 주고 둥지를 틀지만 수입이 대부분 주거비로 나가는 통에 미래를 꿈꿀 수조차 없다.


“자선사업 아냐. 청년을 위한 합리적 주거공간”

층마다 탕비실과 세탁기, 건조기가 마련돼 있다. [김도균]

층마다 탕비실과 세탁기, 건조기가 마련돼 있다. [김도균]

셀렉티드 바이클리 설립 주체인 알레프커넥티드는 어려운 가정환경을 딛고 자수성가한 30대 사업가들이 자금을 출자한 사모펀드다. 대주주인 여상진 대표는 수리논술 분야의 ‘1타’ 강사로 평소 청년 주거 문제에 관심이 많은 터라 이 같은 신개념 청년임대사업을 하고 있다. 여 대표는 “청년이 사회에 진출해 버는 수입에서 가장 많이 나가는 비용이 주거비다. 힘겹게 월세를 내지만 대우는커녕 집주인에게 갑질을 당하기 일쑤다. 그런 불합리한 구조를 깨고, 청년이 합리적인 가격에 쾌적한 공간에서 정당한 대우를 받으며 생활할 수 있게끔 돕고자 청년임대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대료가 지나치게 비싸면 취지에 맞지 않고, 지나치게 싸면 수익이 나지 않는다. 또한 주변 시세보다 지나치게 쌀 경우 임대사업자들로부터 원성을 살 수 있다. 이에 알레프커넥티드는 회계법인에 의뢰해 사모펀드 투자금의 6% 정도 수익이 나는 선에서 주변 시세의 최대 95%까지 임대료를 낮춰 운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주변 임대인들과 불협화음이 없다. 여 대표는 “여력이 닿는 한 청년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주거공간을 계속 만들겠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2019.06.21 1194호 (p22~25)

  •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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