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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뉴스9은 왜 검증 없이 인터뷰했나”

‘윤지오’ 사태 둘러싼 KBS 내 갈등

“KBS 뉴스9은 왜 검증 없이 인터뷰했나”

고(故) 장자연 씨와 관련된‘13번째 증언’을 출간한 후 ‘KBS 뉴스9’에 출연한 윤지오 씨. [KBS 뉴스9 캡쳐]

고(故) 장자연 씨와 관련된‘13번째 증언’을 출간한 후 ‘KBS 뉴스9’에 출연한 윤지오 씨. [KBS 뉴스9 캡쳐]

한 언론인이 “대한민국은 5년마다 건국하는 나라”라고 규정한 바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몇 년 전 일을 되풀이하는 ‘도돌이’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흔들리기 시작하던 2016년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2014년 당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으로부터 세월호 관련 보도를 줄이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밝혀 파문을 일으켰다.


“5년마다 건국하는 나라”

이어진 수사와 재판에서 김 전 국장은 이 수석과 통화한 내용을 녹음한 파일을 증거로 제출했다. 그는 또 2013년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문 사건이 일어났을 때도 “이 수석으로부터 보도를 축소해달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현행 방송법상 정부 여당, 청와대 권력이 일방적으로 (KBS 인사를) 선임할 수 있는 구조”라며 “수석들이 KBS를 자신의 홍보 도구로 생각하는 측면이 있었고 이명박 정부 때도 그런 전화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2017년 정권이 바뀐 후 KBS, MBC 등 지상파방송사의 경영진과 이사들이 대거 교체되면서 뉴스 보도의 방향이 크게 바뀌었다. 대표적 사례가 고(故) 장자연 씨 관련 보도에 대한 것이다. 2009년 장씨가 성상납 등을 강요받았다는 글을 남기고 자살함으로써 이슈가 됐다. 

장씨가 남긴 글에 거론된 5명은 드라마 PD와 금융업체 대표, 언론사 관계자 등이었다고 한다. 이 가운데 관심을 모은 것은 언론사 관계자였다.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의 이모 의원은 ‘그’를 조선일보 대표라고 언급해 파문이 일었다. 하지만 ‘그’는 이 의원의 주장대로 조선일보 대표로 확정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조선일보 대표의 가족이 장씨를 만난 것만 밝혀냈다.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을 명분으로 만든 검찰과거사조사위원회(검찰과거사위)는 장씨 사건을 재조사했다. 그러나 특별한 진전은 없었는데 올해 초 장씨의 문건을 봤다는 등의 이유로 검찰과거사위 조사에 응해오던 윤지오 씨가 장씨의 억울함을 전하는 ‘13번째 증언’이라는 책을 출간하면서 화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3월 7일 ‘KBS 뉴스9’은 ‘장자연 문건 성추행 유일한 목격자 윤지오의 생생 증언’이라는 제목으로 윤씨를 스튜디오로 불러 8분간 대담하는 장면을 방영했다. 이때 KBS 뉴스9 진행자는 “장씨 문건에 조선일보 사장의 이름도 있었느냐”고 물었으나, 윤씨는 “신변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섣불리 대답할 수 없다”며 회피했다. 윤씨는 MBC, JTBC의 메인 뉴스에도 출연해 10분 가까이 앵커들과 문답을 주고받았다. 

열흘이 지난 3월 18일 문재인 대통령은 박상기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장씨,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버닝썬 관련 사건을 보고받은 뒤 “검경 지도부가 명운을 걸고 철저히 진상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김의겸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세 사건의) 공통된 특징은 사회 특권층에서 일어난 일이고,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들이 고의적인 부실 수사를 하거나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진실 규명을 가로막고 비호·은폐한 정황들이 보인다’ ‘국민이 보기에 대단히 강한 의혹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오랜 세월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거나 심지어 은폐돼온 사건들이 있다’고 지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통령이 수사에 관한 의견을 밝힌 것은 검경 수사에 지침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현령비현령이 된 공정보도

4월 24일 캐나다로 출국한 윤지오 씨. [뉴시스]

4월 24일 캐나다로 출국한 윤지오 씨. [뉴시스]

장씨 사건에 대한 문 대통령의 언급이 있은 뒤 반전이 일어났다. 윤씨가 ‘13번째 증언’ 출간을 놓고 상의했다는 작가 김수민 씨가 윤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며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윤씨가 반발하자 김씨는 인스타그램에 윤씨와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하고, 윤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어 판사 석궁테러 사건, 고 김광석 씨의 부인 서해순 씨 사건, 배우 곽도원 씨의 미투(Me Too) 사건을 맡아 주목을 끌었던 박훈 변호사는 4월 23일 김씨를 대리해 윤씨를 고소하면서 윤씨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윤씨는 인천국제공항에 나갔다 비행기를 타지 못하고 돌아왔고, 그다음 날 ‘진짜로’ 캐나다로 떠나버렸다. 윤씨의 증언을 생방송까지 하며 보도한 KBS 등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돼버렸다. 

중·장년 직원이 주축인 KBS공영노조는 윤씨를 둘러싼 공방이 격화되던 4월 23일 ‘KBS 뉴스9도 윤지오에게 놀아났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KBS공영노조는 성명에서 ‘윤씨의 행보는 본인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것으로 오히려 고인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왜 KBS 뉴스9은 윤씨에 대한 검증을 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공영노조는 뉴스의 본질도 거론했다. 손혜원 의원 투기 의혹이 일었을 때 KBS 뉴스9이 손 의원을 스튜디오로 불러 10여 분간 해명성 발언을 할 기회를 준 것을 지적하며, ‘KBS 뉴스9은 공정 · 중립 · 객관이라는 가치를 상실한 것은 물론, 정파나 진영의 홍보 수단이 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KBS는 언론사가 아니라 문재인 정권의 홍보기관이 돼버린 듯하다’ ‘대한민국에서 언론 자유는 죽었고, 기자 정신은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KBS공영노조의 이러한 비판과 오버랩되는 것은 기자와 PD 중심의 제2노조(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의 과거 행적이다. 제2노조는 박근혜 정부 시절 여러 차례에 걸쳐 공정보도를 요구하며 파업한 바 있다. 진보 노조인 제2노조와 보수노조인 공영노조가 똑같이 공정보도를 지향하고 있지만, 이들이 말하는 공정보도는 달라 보인다. 이는 공정보도가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이 되고 있다는 뜻일 수 있다.






주간동아 2019.04.26 1186호 (p72~73)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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