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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지금 안철수에게 필요한 것은?

‘과거 회귀 바이러스’ 퇴치하고 미래 함께 열어갈 ‘희망백신’ 제공해야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지금 안철수에게 필요한 것은?

지금 안철수에게 필요한 것은?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12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뜨고 있다. 동아일보

‘장고 끝에 악수 둔다’는 말이 있다. 고민하는 시간이 긴 것은 그만큼 선택이 쉽지 않다는 방증이다. 그런데 ‘이렇게 하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저렇게 하면 어떤 위험이 있을까’를 홀로 골똘히 생각할수록 점점 자기 도그마에 빠져들 개연성이 높다. 바둑은 상대가 있는 게임. 스스로 치밀한 계산과 완벽한 논리로 회심의 한 수를 둬도 상대가 그 논리를 깡그리 무시하고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면 장고하며 계산해둔 자신만의 형세 판단이 한순간에 무용지물로 변할 수밖에 없다. 때론 장고보다 직관에 따른 판단으로 상대의 허를 찌르는 것이 불리한 형세를 바꾸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야당 리더십 바로 세우기

‘혁신 전당대회’(혁신전대)를 거듭 요구하며 최후통첩을 한 뒤 장고에 들어간 새정치민주연합(새정연) 안철수 의원은 과연 어떤 카드를 꺼내 들까. 새정연 문재인 대표는 12월 8일 관훈토론에서 안 의원의 혁신전대 요구를 거부했다. 6일 기자회견에서 혁신전대 요구가 최후통첩이었다면, 문 대표의 혁신전대 거부에 대해 안 의원이 화답할 차례. 그러나 선택지는 많지 않다. 당 잔류냐 탈당이냐 둘 중 하나다. 거부당한 혁신전대를 뛰어넘는 제3의 제안으로 국면 전환을 꾀할 수도 있겠지만 여의치 않아 보인다.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든 혁신전대든 모두 야당 리더십 바로 세우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새정연 비주류 한 인사는 “총선 승리, 나아가 2017년 대선(대통령선거) 승리를 바라는 야당 지지층이 문 대표와 안 의원에게 바라는 것이 고작 새정연 지도체제 변경 수준이겠느냐”며 “총선이란 전국 선거를 앞두고 박근혜 정부와 여당을 상대로 한 대여(對與)전선이 아닌, 야당 내 주도권 다툼으로 비치는 것이 문-안의 한계”라고 지적했다.
만약 안 의원이 새정연을 탈당한다면? 안 의원이 스스로 언급했듯이 세력도, 조직도 없는 그가 새정연이라는 틀을 깨고 나가는 순간, 섣달그믐 북풍한설이 몰아치는 광야에 혈혈단신으로 서는 상황이 될 수 있다. 광야에서는 이미 무소속 천정배, 박주선 의원과 박준영 전 전남도지사 등 호남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이 자신만의 둥지를 만들려 애쓰는 중이다. 저마다 창당 작업에 나섰지만, 국민의 적은 관심으로 고전하고 있다. 그에 비해 대선주자급 인지도와 10% 가까운 지지율을 보유한 안 의원은 군소 야권 신당의 통합에서 구심이 될 수 있다. 만약 그들을 한데 묶어 둥지를 움막 수준으로 키우고 야권 지지층의 기대와 지지를 이끌어내 움막에 온기가 돌게 할 수만 있다면 새정연에서 주류와 친노무현(친노)계 위세에 눌려 눈칫밥 먹던 비주류, 비노무현(비노)계 인사의 상당수가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명분이다. 혁신전대를 거부당해 탈당한 것으로 비쳐서는 오십보백보요, 도긴개긴이란 평가를 받기 십상이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야권 지지층의 열망에 불씨를 당길 만한 대의명분을 찾는 것이 탈당을 고려하는 안 의원의 고민 지점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친노계 수장인 문 대표와의 ‘당권 다툼에서 밀려난 안철수’로는 정치적 홀로 서기에 나설 명분이 궁색하기 때문이다.

또다시 당 잔류 가능성도

‘안철수 새 정치’의 대의명분은 과거 그가 ‘의사’라는 약속된 미래 대신 ‘컴퓨터 바이러스 전문가’로 변신한 데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의미 있고 보람된 일, 즉 ‘공익성’에 답이 담겼을 수 있다. 안 의원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과거로 회귀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박근혜 정부의 독주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것이라고 야권 지지자들은 입을 모은다. 새정연 한 원외위원장은 “반대를 위한 반대로는 반짝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을지 몰라도 수권능력을 갖춘 지도자로 바로 서기 힘들다”며 “미래 한국을 책임질 수 있는 능력 있는 정치인이란 신뢰를 국민으로부터 얻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이종훈 시사평론가도 “미래 한국을 그와 함께 열어가려는 지지자가 많아져야 안 의원이 탈당하든 당에 잔류하든 다시 한 번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 잔류는 총선 이후 기회를 기다리는 전략인데, 그렇게 해서 안 의원에게 기회가 돌아갈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안 의원이 정치에 입문한 지 3년이 지났다. ‘서당 개 3년에 풍월을 한다’는 속담처럼 이제 안 의원은 ‘왜 정치를 하는가’라는 기초적인 물음에 명쾌한 대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국회의원과 대통령은 정치가에게 수단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앞으로 어떤 정치를 펼쳐 보이려는지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언어로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새 정치’라는 추상어로 국민의 관심을 붙들어두기에는 안 의원이 그동안 너무나 많은 기회를 놓쳤고 긴 시간을 허비했다.
지금 안철수에게 필요한 것은?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안철수연구소(현 안랩) 최고경영자(CEO) 시절 펴낸 책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장고 중인 안 의원이 선택할 수 있는 또 다른 선택지는 ‘당 잔류’다. 문재인 체제의 한계에도 총선을 앞두고 야권 분열만은 피해야 한다는 야권 지지층의 여론이 적잖기 때문이다. 새정연 한 당직자는 “만약 대선이라면 우리 당 대표선수가 문재인이냐 안철수냐가 중요하겠지만, 내년 4월 총선 투표용지에는 문 대표나 안 의원 이름이 올라가지 않는다”며 “누가 총선을 주도하느냐보다 후보자 이름 앞에 올라갈 새정치민주연합이란 우리 당이 분열 없이 단일대오로 나가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총선 결과가 더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정묵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부소장은 “2012년 19대 총선 당시 서울 등 수도권 30여 곳 이상 선거구에서 2000여 표 이내 근소한 표차로 당락이 갈렸다”며 “내년 총선 역시 수도권 선거는 박빙 승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새정연이 총선을 앞두고 분열하면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가 만들어져 여당인 새누리당 후보에게 훨씬 유리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야권 분열에 따른 여당의 어부지리 가능성은 안 의원의 탈당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어떤 명분을 앞세워 탈당하더라도 ‘야권 분열 행위자’로 국민 사이에 인식되면 정치적 내상을 크게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안 의원이 요구한 혁신전대를 문 대표가 최종 거부했음에도 장고 끝에 안 의원이 최종적으로 당 잔류를 선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안 의원과 함께 일한 경험이 있는 한 인사는 “서울시장 후보와 대선후보 사퇴를 했던 과거 안 의원의 선택을 반추해보면 또다시 당 잔류를 선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며 “안 의원은 YS(김영삼 전 대통령)나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단호하게 승부수를 던지는 스타일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안 의원은 10여 년 전 안철수연구소(현 안랩) 최고경영자(CEO) 시절 ‘어려울 때 무엇을 하는가에 미래가 달렸다’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이란 화두를 한국 사회에 던졌다. 2015년 12월 새정연 안철수 의원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어려울 때 그가 무엇을 선택하는지에 그의 정치 미래가 달렸다. 





주간동아 2015.12.16 1017호 (p12~13)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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