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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IS 파리 테러, 몰아치는 후폭풍

테러로 물거품 위기 유럽 통합

난민 사태 이은 치명타…‘하나의 유럽’ 상징 솅겐조약 폐기되나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테러로 물거품 위기 유럽 통합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 인접한 소도시 몰렌베이크에 국제 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프랑스 파리 동시다발 테러 공격을 주도한 압델하미드 아바우드(27)가 이곳 출신이다. 파리 11지구에 있는 카페에서 자살 폭탄을 터뜨려 숨진 이브라힘 압데슬람(31)과 테러범 운송을 도운 동생 살라(26)도 이곳에서 거주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4명의 사망자를 낸 브뤼셀 유대인박물관 테러범, 19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2004년 스페인 마드리드 열차 폭탄 테러범도 몰렌베이크를 거쳐 갔다.

인구 10만 명의 소도시 몰렌베이크가 유럽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허브’가 된 이유는 무엇보다 무슬림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벨기에 무슬림은 전체 인구 1100만 명의 6%가량이지만 몰렌베이크에서는 30%에 이른다. 이 도시 실업률은 벨기에 평균 실업률(8%)의 4배 수준인 30%다. 프랑수아 셰프망 몰렌베이크 시장은 “높은 실업률과 넘쳐나는 아랍계 이민자들에 불만이 많은 무슬림 젊은이들이 이슬람 극단주의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특히 벨기에는 테러에 취약한 측면이 있다. 벨기에는 본토 출신과 이민자의 실업률 차이가 유럽 내에서 가장 크다. 벨기에 무슬림은 대부분 사회 취약층이다. 무슬림 이민자들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나라는 작지만, 정부 구조가 복잡하고 지역마다 사용 언어가 달라 경찰과 첩보기관들의 정보 교류가 잘 안 된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국제급진주의연구센터(ICSR) 조사로는 2011~2013년 시리아와 이라크를 찾은 지하디스트는 약 1만1000명이고, 이 가운데 서유럽에서 이동한 이들이 20%를 차지하며, 벨기에에서 다녀간 이가 296명이었다. 유럽에서는 독일과 프랑스 등 주요 국가를 넘어서는 인구 대비 최고 수준이다.

일자리 찾아 대도시로, 다시 인근 소도시로

특히 최근 들어 손꼽히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벨기에가 유럽연합(EU)의 중심국으로서 솅겐조약을 철저하게 준수한다는 사실이다. 솅겐조약은 EU 회원국들이 1985년 국경에서 검문검색 폐지와 여권 검사 면제 등 인적 교류를 위해 국경을 철폐하기로 약속한 국경개방협정이다. 룩셈부르크 솅겐에서 체결됐다고 해서 솅겐조약이라 부른다. 외국인의 경우 솅겐조약 가입국에서 비자를 받으면 검문검색 없이 다른 가입국들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다. 솅겐조약에는 EU 29개 회원국 가운데 22개국과 스위스,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등 비(非)EU 4개국이 가입했다.



유럽으로 이민을 오거나 난민으로 들어온 무슬림은 솅겐조약에 따라 그동안 자유롭게 가입국들을 왕래했다. 벨기에는 지금까지 자국으로 들어오는 무슬림은 물론 EU 회원국들 국민과 외국인을 막은 적이 없다. 특히 EU 본부가 있는 브뤼셀은 외국인의 천국이라는 말까지 들어왔다. 이 때문에 무슬림은 그동안 브뤼셀로 대거 몰려왔지만, 물가와 집값이 비싼 브뤼셀에 거주하지 못하고 외곽에 있는 몰렌베이크 등 소도시에 대거 정착했다.

이런 현상은 유럽의 다른 주요 대도시에서도 비슷하게 벌어지고 있다. 프랑스 마르세유와 네덜란드 로테르담은 전체 인구의 25%, 스웨덴 말뫼는 20%, 영국 버밍엄은 15%가 무슬림이다.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덴마크 코펜하겐 등도 무슬림 인구가 10%를 넘는다. 무슬림은 이들 대도시 인근 지역에 있는 소도시에 대거 몰려 살고 있다. 유럽 각국에 거주하는 무슬림이 일자리 등을 찾아 대도시로 몰려왔다 다시 소도시로 이동하는 것이다. 이들 소도시에는 대부분 모스크(사원)도 세워져 있어 무슬림의 구심점 노릇을 한다. 바로 이 점을 노리고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유럽 각국 무슬림 집단 거주지를 일종의 테러 거점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유럽의 무슬림 인구는 난민의 대거 유입으로 더욱 늘어나고 있다. 10월 말까지 EU 지역으로 들어온 난민이 120만 명에 달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 입국자 수가 28만2000명이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 벌써 4배를 넘어선 것이다. 유럽 전체의 무슬림 인구는 현재 56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7.6%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유럽인의 평균 출산율이 1.3~1.6명인 데 비해 무슬림은 평균 8.1명의 아이를 낳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수십 년 뒤에는 무슬림계 인구가 유럽의 주류가 되리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분명한 것은 이번 파리 테러로 솅겐조약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사실이다. 파리 테러범 가운데 일부가 시리아에서 그리스로 건너와 난민 등록을 한 후 프랑스로 입국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솅겐조약이 아예 폐기될 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난민으로 위장한 테러범이 자유롭게 유럽 각국을 다니도록 할 수는 없기 때문. 실제로 유럽 각국은 국경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프랑스는 국경 전체를 봉쇄했으며, 벨기에도 프랑스와 맞닿은 국경에서 검문검색을 대폭 늘렸다. 난민에게 관대했던 스웨덴도 국경에서 검문검색과 여권 검사 등을 실시하고 있다.

‘유럽 통합의 수호자’를 자처하던 독일마저 하루 수만 명씩 난민이 유입될 것을 우려해 오스트리아와의 국경을 임시로 통제했다. 솅겐조약에 따라 가입국들은 국가 안보에 위협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최대 30일간 국경을 통제할 수 있다. 파리 테러와 난민의 대거 유입 사태로 이미 솅겐조약의 효력은 일시 중단 상태인 셈. 그리스와 영국의 EU 탈퇴를 뜻하는 그렉시트(Grexit)와 브렉시트(Brexit)에 이어 솅겐조약 이탈을 가리키는 ‘셰시트’(Schexit·Schengen+exit)란 신조어가 화제로 떠올랐다.

‘셰시트’와 ‘유라비아’

솅겐조약은 ‘하나의 유럽’을 구현하는 유럽 통합의 상징이었다. 유로화가 유럽의 경제적 통합에 따라 도입된 것이라면, 솅겐조약은 유럽의 지리적 통합을 위해 만들어진 것. 통합 반대론자들은 이참에 아예 조약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 마린 르펜 대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에 ‘이제 솅겐조약은 안녕’이라는 글을 올렸고, 영국독립당 나이절 패라지 대표도 ‘독일의 국경 통제야말로 솅겐조약의 실수를 알려준다’고 지적했다.

국제정치·경제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 창설자인 이언 브레머는 “난민에 대한 반감과 파리 테러에 따른 공포심이 확산되면서 유럽 국가들이 국경을 굳게 걸어 잠글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칫 ‘유라비아(Eurabia)’가 될지 모른다는 유럽인의 두려움과 파리 테러 같은 폭력이 유럽 통합과 정체성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의미다.



주간동아 2015.11.23 1014호 (p62~63)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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