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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내 입에 들어온 ‘불량 초콜릿’ 50만 개

매년 반복되는 위해식품 회수율 문제…안 하면 불이익 기업의 자진회수 유도해야

  • 김수빈 객원기자 subinkim@donga.com

내 입에 들어온 ‘불량 초콜릿’ 50만 개

내 입에 들어온 ‘불량 초콜릿’ 50만 개

최근 5년간 부적합 판정을 받은 초콜릿류 제품의 회수율은 10%에 그쳤다.

먹거리 문제는 언제나 세인의 이목을 끈다. 불량식품이 제대로 회수되지 않고 우리 입속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화가 날 수밖에 없다. 여론의 분노는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기업에 쏠리지만, 실제 문제는 제도적 한계에서 기인한 바 크다.

국정감사(국감)가 한창이던 9월 18일 새정치민주연합 인재근 의원(서울 도봉갑)은 ‘불량 초콜릿 약 50만 개 국민 입속으로, 회수·폐기율 10%도 안 돼’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최근 5년간 시중에 유통된 초콜릿류 제품에서 부적합 판정으로 회수 명령을 받은 제품 60여t 가운데 실제 회수된 것은 6t에 불과했다는 것. 여론은 다시금 출렁였고 많은 사람이 기업의 불성실함을 꾸짖었다.

국감 ‘단골메뉴’ 불량식품 회수율

사실 위해식품 회수율 문제는 국감의 단골메뉴다. 보통 세균 수나 색소 사용량이 기준치를 초과할 때 회수명령이 내려진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들은 다양한 품목을 두고 수년간 꾸준히 낮은 회수율을 지적해왔다. 지난해에는 전체 위해식품 생산량 622t 가운데 182t만 회수돼 29% 회수율을 보였다는 사실을 새누리당 김기선 의원이 지적했고, 2012년에는 남윤인순 의원(당시 민주통합당)이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위해식품 회수율이 30% 초반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2011년에는 대형마트 PB(자체 브랜드) 상품의 회수율이 문제가 됐으며, 2010년에는 일부 분유의 회수율이 1~2%대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문제는 매년 이런 지적이 반복된다는 데 있다. 대체 그 원인은 무엇일까. 일부 언론에서는 제품을 회수하지 못하더라도 뚜렷한 처벌 규정이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하지만 현행 식품위생법은 이미 충분한 정도의 처분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회수 명령을 위반한 경우 영업정지부터 영업허가 취소까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고 규정(제75조)하고 있으며, 그 시행규칙에서는 회수 명령을 받고 회수하지 않은 경우부터 회수하지 않았으나 회수한 것으로 속인 경우까지에 대한 처벌 기준(시행규칙 별표23)을 적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업체 비위에 대해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지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소비자정의센터 간사의 말이다.

“정부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제대로 회수되지 않는 일이 발생했을 때 업체를 엄단하면 되는데 여태껏 그렇게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회수명령 위반 등의 사례에서 허가 취소 같은 강력한 조치를 내린 적이 있는지 의문이다.”

식품위생에 관한 주무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회수 조치와 미이행에 따른 처분 등이 자신들의 소관 사항이 아니라고 변명한다. 식약처 식품안전정책국 관계자는 “영업소에 대한 인·허가권을 각 지방자치단체(지자체)가 갖고 있기 때문에 처벌 역시 인·허가권을 가진 지자체에서 내린다”고 답했다.

인·허가권을 지자체가 가진 것은 사실이지만 법령에서는 처분권을 식약처장에게도 부여하고 있다. 또한 식약처 스스로 식품안전정책국의 업무 관장 범위에 ‘위해식품 등(농축수산물 제외)의 회수·관리 및 행정제재 총괄’을 명시하고 있다는 점으로 볼 때 궁색한 변명이다.

한편 기업도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번 국감에서 최근 사례로 언급되며 여론의 된서리를 맞은 롯데제과를 보자. 인재근 의원에 따르면, 경남 양산에 위치한 공장에서 4월 16일 생산한 ‘가나초코바’ 2798상자가 회수 명령을 받았지만 그중 300상자만 회수됐다. 90%에 달하는 제품은 이미 소비된 것. 롯데제과 측은 회수 명령이 늦게 내려와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한다.

“4월 생산한 제품에 대해 7월 회수 명령이 내려왔다. 해당 제품은 한 달 매출액이 10억~12억 원으로 회전율이 높아 소진 속도가 빠르다. 명령이 내려왔을 때 300상자 정도 회수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예상치에 근접하게 회수한 것이다.”

내 입에 들어온 ‘불량 초콜릿’ 50만 개

회전율이 높은 과자류 제품들은 회수 조치가 내려지더라도 이미 대부분 소비된 지 오래다.

제도적 한계 커···자진회수 유도해야

회수 명령이 너무 늦게 내려진다는 지적에도 일리는 있다. 다만 이는 강제회수제도 자체의 한계다.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부 교수는 “문제가 발생하거나 무작위로 검사하다 발견된 이후에야 조치가 취해지기 때문에 (정부 명령에 의한) 강제회수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하 교수는 정부가 명령을 내리기보다 업체가 자진회수하게끔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회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안 하는 게 이익이라 일부러 하지 않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력 추적이 제대로 되지 않아 제품이 어디 있는지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위해식품으로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그에 따른 처벌이나 배상책임이 크지 않다며 더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해 기업으로 하여금 자진회수가 오히려 이익이라고 판단하게 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최근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4대 개혁’(공공·노동·금융·교육)에 가려졌지만, 사실 불량식품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 취임 초기에 강조했던 ‘4대 사회악’(성폭력·학교폭력·가정폭력·불량식품) 가운데 하나다. 위해식품 회수율 문제는 단순히 단속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 위해식품 회수율을 실질적으로 높이려면 기업의 자진회수를 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책임을 강화해야 하는데, 이는 법적 제도 등에 대한 근본적인 정비가 필요한 일이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것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아마 내년에도 이번과 비슷한 ‘오래된 새 소식’을 듣게 될 듯하다.



주간동아 2015.10.05 1007호 (p40~41)

김수빈 객원기자 subin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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