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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댓글조작

“댓글 알바 아닌데요. 조작단인데요”

댓글 여론조작, 간단한 프로그램으로 손쉽게 ‘좋아요’ 회수 올려

“댓글 알바 아닌데요. 조작단인데요”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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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이럴 줄 알았지.’ 

더불어민주당 당원이 정부 관련 기사에 부정적 댓글을 달고 추천 수를 조작했다는 ‘드루킹 게이트’ 보도내용에 달린 댓글 가운데 하나다. 그동안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게시된 기사의 댓글이 일부 세력에 의해 조작된다는 이야기는 어렴풋이 알아도 확신할 수는 없는 ‘유력한 설’일 뿐이었다. 하지만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에 이어 드루킹 게이트까지 터지면서 댓글을 통한 조직적인 여론조작이 이뤄졌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온라인 공간의 여론조작은 언제부터,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이뤄져 왔을까.


무한 스밍, 화력 지원 가즈아~

실제로 온라인상에서 댓글이나 순위를 조작하는 일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단적인 예로 음원사이트 음원 순위를 들 수 있다. 보통 음원사이트 1위는 아이돌그룹의 몫이다. 특히 유명 그룹의 신곡이 나오면 발표와 동시에 음원사이트를 점령한다. 물론 아이돌그룹의 새 노래가 대중 취향을 말 그대로 저격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팬덤의 ‘작업’ 흔적이 엿보이는 경우도 존재한다. 

보통 음원사이트의 차트는 실시간 재생인 스트리밍과 다운로드 횟수로 결정된다. 하지만 스트리밍과 다운로드를 반복해도 모두 반영된다는 맹점이 있다. 한 명이 한 노래를 여러 번 재생해도 그 횟수가 그대로 차트에 반영된다. 이에 팬들은 하루 종일 자신이 응원하는 가수의 새 앨범 타이틀곡을 반복 재생한다. 이를 팬덤에서는 ‘무한 스밍’이라고 부른다. 무한 스트리밍의 줄임말이다. 유명 아이돌 팬카페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팬 계정을 보면 무한 스밍을 독려하는 글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최정상급 아이돌그룹 EXO의 팬클럽 EXO-L의 회원 수는 400만 명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가운데 10%만 무한 스밍에 가담한다면 대중의 취향과 관계없이 EXO 노래를 차트 상위에 진입시킬 수 있다. 

정치나 사회 현안 관련 기사의 댓글창에서도 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베스트 댓글조작이 가능하다. 물론 정치인이나 정당은 아이돌 팬클럽처럼 지지자들이 모일 온라인 공간이 마땅치 않다. 이에 그들은 각자 자신의 성향에 맞는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활동한다. 일반적으로 ‘오늘의 유머’(오유)와 ‘클리앙’은 진보성향,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와 ‘디시인사이드’(디씨)는 보수성향으로 분류된다. 커뮤니티의 정치 성향에 반대되는 글을 올리면 회원들이 비공감이나 신고 버튼을 눌러 삭제시키는 일이 허다하다. 



이들 커뮤니티 사이트는 평소에는 관심사나 취미 공유라는 본분에 충실한 편이다. 하지만 특정 정치 현안이나 사회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면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각 사이트의 성향에 맞거나 맞지 않는 기사가 뜨면 해당 기사가 올라온 포털사이트 주소를 하이퍼링크로 공유한 뒤 댓글 달기를 독려한다. 이를 ‘화력 지원’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기사나 게시글에 댓글을 달아 싸우는 ‘키보드 배틀’을 하고, 반대 의견이 많아지면 도와달라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이것이 포털사이트에서 조직적 여론조작으로 발전했다.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화력 지원으로 게시글을 검색하면 해당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최근에는 댓글을 달기보다 각 기사의 베스트 댓글을 노린다. 화력 지원으로 성향에 맞는 댓글의 공감 수를 높여 베스트 댓글로 만드는 방식이다. 반대로 성향에 맞지 않는 댓글에는 비공감 수를 높인다. 네이버에서 100만 명 넘게 본 기사의 베스트 댓글 공감 수는 보통 1만~2만 개. 회원이 100만 명인 커뮤니티 사이트의 화력 지원이면 베스트 댓글을 만드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응원에서 사업으로, 알바의 시대

한 커뮤니티 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사이트(SNS)에 올라온 ‘화력 지원’ 요청글.

한 커뮤니티 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사이트(SNS)에 올라온 ‘화력 지원’ 요청글.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에서도 화력 지원을 요구하는 게시물을 종종 볼 수 있다. SNS에서는 친구 시스템을 통해 비슷한 성향의 사람을 쉽게 모을 수 있다. 게다가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과 달리 공유 버튼 하나면 쉽게 퍼뜨리는 것도 가능하다. 남녀 성대결 등 불특정 다수가 관심을 가질 만한 사안의 경우 커뮤니티보다 더 큰 여론몰이 효과가 있다. 

이 같은 온라인 여론조작은 자발적 응원이나 홍보에 가깝다. 좋아하는 가수나 지지하는 정치인·정당·정책·의견을 사이트나 댓글창 상위에 올려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것이 목적이다. 응원에 참여한다고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사회적 이득은 없다. 하지만 댓글 등을 이용한 여론조작이 실제 사회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알려지자 응원은 사업이 됐다. 기업에서 자사 상품이나 서비스를 홍보하고자 사람을 고용하기 시작한 것. 이들은 커뮤니티나 포털사이트 블로그 등에 지속적으로 상품과 서비스에 대해 호의적인 글을 올리는 일을 했다. 단순히 홍보성 내용을 쓰는 직원은 이전에도 있었으나 이들은 회사에 소속되지 않은 것처럼 글을 작성해 올린다. 소비자를 가장하고 사용후기를 쓰는 식이다. 보통 이들을 ‘댓글 알바’, 줄여서 ‘알바’라고 부른다. 

댓글 알바라는 별칭이 붙은 이유는 이들이 댓글창에서도 활발히 활동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르바이트 포털 검색창에 ‘재택근무’나 ‘댓글’이라고 입력하면 댓글 알바를 구한다는 구인광고가 수십 건 뜬다. 댓글 알바는 특정 회사 제품에 호의적인 댓글을 달거나 경쟁사 제품에 비방 댓글을 다는 일도 한다. 자동차, 휴대전화, 인터넷 강의 등 소비자 충성도가 높은 상품 설명이나 기사에 달린 댓글창을 보면 ‘알바’ 운운하는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사실과 다른 내용을 적거나 악의적 비방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러한 형태의 마케팅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마케팅 업계 관계자는 “게시글이나 댓글을 쓰는 일은 일종의 바이럴 마케팅이다. 블로그 포스팅 정도의 긴 글은 일정 대가를 받고 썼다는 내용을 명시하는 것이 관례지만, 댓글처럼 짧은 글은 없는 사실을 만들어내지 않는 한 법적 분쟁이 생길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쟁이 심해지면 규칙 위반이 생기기 마련이다. 댓글 바이럴 마케팅도 마찬가지였다. 사실과 다른 내용의 비방이나, 악의적 비방글을 쓰는 마케팅업체가 생긴 것. 2013년 10월 삼성전자는 대만 당국으로부터 거액의 벌금 처분을 받았다. 대만 공평교역위원회(공평위)는 삼성전자에 1000만 대만달러(약 3억6000만 원) 벌금을 부과했다. 공평위 발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현지 협력업체를 통해 댓글 알바 인력을 고용한 뒤 온라인상에서 자사 제품을 치켜세우고 HTC 등 경쟁사 제품을 깎아내리는 식의 댓글 여론조작 행위를 했다.


유령이 누른 ‘좋아요’ 버튼

네이버에 ‘댓글 알바’를 검색하면 여론조작 마케팅업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네이버에 ‘댓글 알바’를 검색하면 여론조작 마케팅업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인력을 많이 채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차명 아이디(ID)를 이용하기도 한다. 지난해에는 인터넷 강의업체 ‘이투스교육’이 댓글 알바를 고용해 자사 인터넷 강의를 홍보한 사실이 드러났다. 수사기관 발표에 따르면 이들은 3년간 9억 원을 들여 홍보대행사를 통해 댓글 알바 20여 명을 고용한 뒤 경쟁사 강사를 비방하거나 이투스 강사를 홍보하는 댓글 수만 건을 남겼다. 알바들은 수험생 커뮤니티에서 주로 활동했다. 수험생 커뮤니티는 댓글 알바의 진입을 막고자 같은 ID나 동일한 아이피(IP)로 홍보성 글을 작성하면 단속에 나선다. 댓글조작단은 인당 수십 개의 차명 ID를 사용해 단속을 피했다. 직원이라는 의심을 피하고자 ‘야구’ ‘게임’ 등 인터넷 강의와는 관련 없는 주제의 게시글도 많이 남겼다. 경찰은 지난해 해당 사건 관련자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댓글조작도 점차 간편한 방식으로 진화했다. SNS 이용이 늘어나면서 ‘좋아요’ 버튼 등 간편하게 의사를 남기는 방법이 생긴 것. 버튼만 눌러도 숫자가 커지면 그만큼 게시물의 영향력은 강해진다. 

이에 착안한 일부 업체는 차명 ID를 여럿 만든 후 자동 프로그램을 통해 ‘좋아요’ 수를 뻥튀기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 게시글에 차명 ID를 통해 여러 번 ‘좋아요’를 누르는 것. 물론 사람이 여러 번 로그인해 조작하기도 하지만, 프로그램을 이용해 차명 ID들이 순차적으로 ‘좋아요’를 누르게 만든다. 댓글을 다는 것도 아닌 데다 자동화까지 돼 있으니 혼자서도 여론조작이 가능하다. 

광고업계 한 관계자는 “‘좋아요’ 수를 올려주는 서비스는 이미 업계에서 공공연한 비밀이다. SNS 홍보사업이 큰 관심을 받지 못할 경우 대부분 이 서비스를 이용한다. 일단 ‘좋아요’ 수만 늘어나도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고 광고주에게도 성과 보고를 할 수 있으니 이 같은 방법을 쓰는 업체가 많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프로그램 개발자는 “자동 프로그램은 프로그래밍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다. 문제는 계정을 구하는 일인데 최근에는 개인정보 보호 목적으로 본인인증 없이도 만들 수 있는 계정이 늘어났다. 재료를 구하는 일이 한층 쉬워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드루킹의 여론조작도 무대만 다를 뿐 방식은 이러한 마케팅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글을 통해 제품을 선전하는 방법도 여전히 성행한다. 버튼만 누르는 것보다 인력과 돈이 많이 들긴 하지만 그 이상 효과가 있기 때문. 포털사이트 댓글창이나 블로그보다 글을 퍼뜨리기 쉬운 SNS가 주요 활동 무대다. 방법은 일단 신원 미상의 가계정을 만들고, 바이럴 마케팅 특성상 홍보 목적을 드러내지 않는다. 보통 가공의 인물을 사용하거나 별명을 이용해 계정을 만든다. 

SNS에 글을 퍼뜨리려면 많은 사람이 봐야 한다. 커뮤니티 게시판은 단순히 글을 쓰면 회원들에게 공개되지만 SNS는 ‘팔로어’ ‘친구’ 등 글을 받아보는 사람이 필요하다.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있는 법. 친구를 늘리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페이지도 존재한다. 페이스북은 ‘페이스북 친구만들기’ 등에 간단한 소개를 써두면 불특정 다수로부터 친구 요청을 받을 수 있다. 트위터에서는 ‘트윗애드온즈’를 이용한다. 자신의 지역, 맞팔(상대방이 팔로하면 자신도 팔로로 응답하는 것)률, 지역 등을 입력하면 트위터 이용자들이 보고 팔로하는 방식이다.


언제나, 어디에나 댓글부대가 있다

댓글 여론조작 등 불법 국내정치 공작을 진두지휘한 의혹을 받고 있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 여론조작 등 불법 국내정치 공작을 진두지휘한 의혹을 받고 있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온라인 여론조작이 민간에서 마케팅 수단으로 성행하고 있는 만큼 정치 등 공적 영역에서도 이를 활용하려는 시도가 종종 발견된다. 대부분 지지자들이 자발적으로 나선 댓글 작성이나 댓글 공감 수 조작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자 모임인 ‘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박사모)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사이버전사대’를 만들었고,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 ‘달빛기사단’이라 부르는 지지자들이 있다. 

여론조작의 위험은 있지만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온라인 댓글 등을 통해 응원하는 것을 말릴 수는 없다. 일단 법적 근거가 없다. 아무리 조직적으로 활동한다 해도 이들이 여론조작 행위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없다면 ‘표현의 자유’로 볼 수 있기 때문. 

과거에는 일부 처벌이 가능했지만 2010년 이후 전기통신기본법의 일부 조항이 삭제되면서 규제가 어려워졌다. 사라진 조항은 제47조 1항으로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허위의 통신을 할 경우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헌법재판소는 2010년 12월 이 조항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위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오프라인에도 실체를 갖춘 조직이라면 선거 기간 여론조작은 위험하다. 특히 선거 기간에 만든 유사조직이나 사조직의 경우 ‘공직자윤리법의 시행에 관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규칙’(공직선거법)에 저촉될 수 있다. 흔히 ‘십알단’으로 알려진 개신교 계열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 모임도 이와 같은 이유로 2013년 공직선거법을 위반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처분을 받았다. 

드루킹 사태처럼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일은 고의적 여론조작에 해당한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통신의 안정적 운영을 방해할 목적으로 대량의 신호 또는 데이터를 보내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댓글 순위를 조작한 것이니 일종의 해킹 범죄로 볼 수도 있다. 특히 선거 기간에도 여론조작을 한 사실이 확인되면 공직선거법 위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국가기관이 직접 댓글조작에 나선 사례도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이 ‘국가정보원 댓글 공작’으로 알려진 2012년 대선 개입 의혹이다. 이처럼 국가기관이 여론조작에 나서면 굳이 선거 기간이 아니더라도 처벌이 가능하다. 세금을 이용해 여론조작팀을 운영한 사실이 드러나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 국고 등 손실죄 혐의를 받을 수 있다. 실제로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과 관련해 국고 손실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주간동아 2018.04.25 1135호 (p14~17)

  •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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