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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인터뷰

피아니스트 손열음 | 이효리 같은 클래식계 팔방미인

칼럼니스트·작가·공연기획자·기획사 운영…

피아니스트 손열음 | 이효리 같은 클래식계 팔방미인

[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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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손열음(32)은 클래식계 이효리 같다. 칼럼을 쓰고책을 내고 공연을 기획하는 등 끊임없이 변신을 꾀하고 있어서다. 계획에 따른 변신은 아니다. 그저 “원하는 음악 활동을 하면서 사회에 기여하고 싶을 뿐”이다. 야무진 ‘팔방피아니스트’ 손열음을 최근 만났다.


연주자와 기획자, 모두 좋아서 하는 일

손열음은 최근 모차르트 연주의 대가 네빌 매리너 경과 함께 음반 ‘모차르트’를 발매했다. [동아DB]

손열음은 최근 모차르트 연주의 대가 네빌 매리너 경과 함께 음반 ‘모차르트’를 발매했다. [동아DB]

통통 튀는 목소리가 경쾌하다. 웃을 때 언뜻 드러나는 잇몸이 말괄량이 같다. 사진을 찍을 때 살짝 올라가는 입꼬리가 개성 있다. 당황하면 눈동자를 위로 치켜뜬다. 

피아노 앞에서 손열음과 밖에서 손열음은 다른 사람 같았다. 눈을 감은 채 무섭게 음악에 몰입하던 그는 피아노 의자에서 내려오자 적당히 유쾌하고 진지한 서른둘 젊은이로 돌아왔다. 4월 16일 서울 서초구 야마하홀 대기실에서 새 음반 ‘모차르트’ 발매 기자회견을 막 끝낸 손열음과 마주 앉았다. 

“요즘 제가 두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연주자와 기획자 역할을 동시에 하는 게 다소 버겁지만 즐겁게 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손열음은 요즘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 중이다. 지난달 평창대관령음악제(대관령음악제) 예술감독에 취임했고, 4월 20일 새 음반을 냈으며, 5월까지 공연 일정이 꽉 차 있다. 지난 10년간 부지런히 보냈지만 요즘은 숨이 차오를 정도로 바쁘다. 



공연과 음반 관련 일은 익숙하다. 4월 중순 국내에서 공연과 음반 홍보를 마무리한 그는 5월까지 거주지인 독일 하노버를 기점으로 세계를 누빈다. 스페인, 영국, 미국 등의 무대에 오른다. 올해 하반기에는 음반에 실린 곡들을 국내 관객에게 들려줄 예정이다. 

하지만 예술감독 일은 아직 낯설다. 2004년 시작된 대관령음악제는 강효(73) 미국 줄리아드음대 교수가 1회 때부터 7년간 예술감독을 맡다 8회부터 정명화(74)·정경화(70) 자매가 이끌어왔다. 매해 여름에 열다 2016년부터는 겨울 음악제도 시작했다. 

강원 원주시 출신인 그는 2011년부터 대관령음악제에 연주자로서 적극 참여해왔다. 2016년 6월부터는 부예술감독을 맡아 음악제를 물심양면 도왔다. 음악제에 깊이 관여해왔지만 예술감독 취임 소식에 음악계는 깜짝 놀랐다. 수장을 맡기엔 다소 어리다는 이유였다. 

“당연히 부담을 느껴요. 하지만 상대적 시간과 절대적 시간이 있는 것처럼 나이도 그렇다고 생각해요. 물리적 나이를 뛰어넘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첫 시험대는 7월 열리는 여름 대관령음악제. 준비할 시간이 많지 않다. 그는 “정명화·정경화 감독이 토대를 잘 닦으셨다. 그 연장선에서 매무새만 다듬을 생각”이라며 “좀 더 지역친화적이고 친근한 축제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해외에 살면서 그는 시골 마을에서 펼쳐지는 음악제가 늘 부러웠다. 마을 전체에 음악적 분위기가 흐르고 축제를 즐기려고 전국에서 ‘깡촌’까지 찾아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손열음은 “그동안 강원 도민을 대상으로 축제 홍보가 부족했던 것 같다. 강원도와 음악제가 함께 성장해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역 음악학도에게 기회를 주고, 찾아가는 음악회를 활성화하는 등 참여도를 높일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했다. 

두 번째 목표는 누구나 웃고 떠드는 동네잔치 같은 축제를 만드는 것. 그는 클래식을 대할 때 늘 주눅 드는 관객이 안타까웠다. 클래식에 벽을 느끼는 관객에게 누구보다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


관객과 연주자 사이 벽 없는 공연 기획이 꿈

그가 꿈꾸는 공연은 미국 보스턴 탱글우드 페스티벌. 이 페스티벌처럼 야외 대형무대에서 공연하고 관객 일부는 객석에서, 또 일부는 잔디밭 돗자리에서 음악을 즐기길 바란다. 갓난아기나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축제도 재밌을 것 같단다. 

“축제 공간인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에 들어서자마자 음악의 공기를 느끼셨으면 해요. 지금까지 실내악 위주였다면 실외 공연 비중을 높여 모든 분이 한 번쯤 다녀갈 만한 축제로 만들고 싶습니다. 좋은 음향 설비를 갖춘 홀 공연과 먹고 떠들면서 즐기는 공연이 공존하는 클래식계를 꿈꿉니다.” 

손열음은 기획에도 꾸준히 관심을 보여왔다. 2015년 발간한 에세이집 ‘하노버에서 온 음악 편지’를 바탕으로 지난해 기획 공연 ‘손열음의 음악편지’를 선보였다. 2년 전에는 기획사 ‘예스엠아트’를 세웠다. 1인 기획사로 시작해 현재 오보이스트 함경, 플루티스트 조성현, 불가리아 바이올리니스트 스베틀린 루세브를 영입했다. 연주자로선 보기 드문 행보다. 

“연주자도 자신의 공연 레퍼토리를 직접 꾸리는 경우가 많아요. 기획 능력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획은 종합적인 지적 활동이라는 점에서 연주와는 또 다른 성취감을 주는 것 같아요. 하나에 꽂히면 관련 자료를 전부 찾아볼 정도로 깊이 빠져드는 편이에요. 그런 몰입이 예기치 못한 순간 아이디어를 선물처럼 안기는 것 같습니다.” 

예스엠아트 소속 연주자는 루세브 외엔 모두 목관악기 연주자다. 여기엔 그 나름의 뜻이 있다. 손열음은 “한국은 관악기 분야가 취약한 편이다. 그런데 최근 한국인 관악주자가 해외 명문 오케스트라에 연이어 입단했다. 새로운 길을 개척한 의미가 큰 것 같아 특별히 두 사람을 모셨다”고 했다. 연말에는 이들과 함께 하는 무대를 꾸밀 계획이다. 관객과 연주자 사이 벽이 없는 클래식 공연을 고민하고 있다. 

손열음은 예열까지 시간이 필요하지만 몰입하면 100% 혼을 다하는 성격이다. 평소 감정 변화도 깊고 넓다고 한다. 인터뷰 말미 결혼, 출산 등에 대한 계획이 궁금해졌다. “보통 가정을 꾸리면 일상의 바퀴 속에서 모든 면이 평온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하자 잠시 멈칫한 뒤 돌아온 대답.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일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은 없어요. 막연하게 굉장히 해내기 어려운 일일 거란 생각이 들어요. 가정의 행복한 울타리 안에서 흔히 말하는 예술가적 기질이 무뎌지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되고요.(웃음)”






주간동아 2018.04.25 1135호 (p66~67)

  • | 이설 동아일보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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