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02

2017.08.23

경제

규제에도 끄떡없는 서울 신축아파트

서울 입주 7년 미만 단지 12% 불과…실수요 풍부해 몸값 비싸

  •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입력2017-08-21 15: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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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거는 삶의 질과 직결된다. 사람은 대부분 쾌적한 환경, 훌륭한 인프라, 우수한 학군 등이 자리한 곳에서 살고 싶어 한다. 이러한 이유로 서울 시내에 교통이 편리하고 주변 환경이 잘 갖춰진 지역의 집들은 언제나 수요가 넘친다. 여기에 ‘새로 지은 집’이라는 조건이 하나 더 붙으면 절대강자가 된다.

    정부가 집값을 잡고자 8·2 부동산대책을 발표했지만 서울 시내 신축아파트는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있다. 오히려 대책 발표 이후 집주인들이 호가를 올리면서 가격대가 7월보다 더 뛴 단지도 있었다.



    8·2 부동산대책 발표 후 집주인 호가 올려

    최근 몇 년 새 재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신축아파트가 대거 들어선 서울 마포구 공덕동과 아현동 일대는 대책 발표 이후 가격 변동이 거의 없었다. 2014년 가을에 입주한 아현동의 마포래미안푸르지오의 7월 실거래 가격은 전용면적 84㎡의 경우 8억6000만~9억7000만 원에 형성됐다. 정부 대책이 발표되고 2주가 지난 뒤 아현동 부동산공인중개업소에 전용면적 84㎡의 시세를 문의하자 “저층을 제외하고는 9억 원대 후반에 매물이 나와 있는 상태”라며 “딱히 급하게 팔아야 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매매가를 낮추는 경우가 없고, 시세대로 내놔도 사는 사람이 있어 대책 발표 이후 매매가가 소폭 올랐다”고 답했다. 그는 “전셋값도 6억5000만~7억 원에 형성돼 2억 원대로 갭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에 대책 이후에도 전세를 낀 매물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2015년 봄 입주한 아현동 공덕자이도 상황은 비슷했다. 7월 한 달 동안 거래된 가격은 전용면적 84㎡의 경우 매매가 8억6000만~8억7000만 원이었다. 대책 발표 2주 뒤 해당 단지의 호가는 9억1000만~9억5000만 원까지 올랐다. 인근 부동산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이들 단지는 서울지하철 5호선 애오개역을 끼고 있어 교통이 편리하고, 광화문과 여의도 등으로 통근도 용이해 전세와 매매 수요가 꾸준한 곳”이라며 “대체로 최근 지은 집이기 때문에 향후 어떤 대책이 나와도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서울 강동구도 재건축이 곳곳에서 진행돼 신축아파트들이 들어선 덕에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올봄 입주한 고덕동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는 7월 전용면적 84㎡가 7억9000만~9억 원에 거래됐는데, 대책 발표 이후 호가는 8억5000만~9억5000만 원으로 올랐다. 2011년 완공된 인근 고덕아이파크도 7월 전용면적 84㎡의 매매가가 8억3000만~8억5500만 원이었으며 호가는 8억5000만 원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고덕동 부동산공인중개업소에 문의하자 “고덕산, 샘터공원 등이 인접하고 서울지하철 5호선 고덕역도 끼고 있어 실거주자가 많은 단지라 매물이 잘 나오지 않는다. 앞으로 오르면 올랐지 떨어질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신축아파트의 몸값이 이렇게 높은 이유는 부족한 공급량 때문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주택보급률’을 보면 전국이 102.3%를 기록하긴 했지만 서울은 96%, 경기는 98.7%로 100%에 미치지 못한다. 전국에서 100%를 넘기지 못한 지역은 서울과 경기 두 곳뿐이다. 통상적으로 적정 주택공급 수준은 주택보급률 105%를 넘어선 경우인데, 지표상으로 수도권은 주택이 모자란 상황이다.



    전세가율 높아 갭투자자 선호

    더욱이 수도권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아파트의 비율도 낮은 편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지역별 주택유형’을 살펴보면 단독주택·다세대주택·다가구주택 등을 제외한 아파트의 비율은 전국 48.1%이고 이 가운데 서울 41.6%, 경기 52.6%, 부산 51.6%, 대구 62.7% 등이다. 서울의 아파트 비율은 42.7%를 기록한 강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서울의 경우 일반주택에 비해 선호도가 높은 아파트의 노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신축아파트에 쏠리는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보통 신축아파트 하면 지은 지 7년 미만인 아파트를 말한다. 서울 시내 신축아파트는 12.28%에 불과하다(표 참조).

    단독주택·다세대주택 등 서울에 있는 전체 주택 유형을 포함한 수치에서 7년 미만 아파트단지가 차지하는 비율을 계산해보면 5.1%로 희소가치가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다.

    신축아파트는 매매뿐 아니라 전세 수요도 풍부하다. 새로 지은 아파트단지는 대부분 커뮤니티, 체력단련실, 단지 내 상가 등 편의시설을 잘 갖추고 환경도 정비돼 있다. 이런 까닭에 신혼부부나 자녀를 키우는 부부는 돈을 더 내더라도 신축아파트 전세를 선택한다. 따라서 신축아파트의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은 비교적 높은 편이다. 온라인 주택거래 정보 사이트 부동산114의 김은진 리서치센터장은 “막 입주한 아파트는 물량이 많기 때문에 전세가율이 높지 않지만 2년 차 전세 만료기에 접어들면 전세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는 경향이 있다. 또한 5년 이상 10년 미만 아파트는 서울에서도 선호가 높게 형성돼 있어 전세가율도 평균적으로 70%가 넘는다”고 말했다.

    전세가율이 높은 아파트단지는 갭투자 대상이 된다. 최근 인터넷 부동산 정보 커뮤니티에서는 ‘똘똘한 한 채’에 관한 이야기가 화제다. 얘기인즉슨 “8·2 부동산대책으로 다주택자에 대한 제재가 강화되면서 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판단되는 여러 채는 팔고 똘똘한 한 채만 보유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실수요가 풍부하고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은 신축아파트에 갭투자를 한 사람은 장기 보유를 선택하는 추세다.

    이에 서울 신축아파트들은 앞으로도 규제 무풍지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신축아파트는 같은 평형이라도 1990년대 아파트에 비해 전용면적이 넓고, 구조나 마감재, 커뮤니티 시설 등에도 차별성을 둬 주거의 질을 높였다.

    전세금 1억~2억 원을 더 지불하더라도 신축아파트에 거주하려는 수요가 탄탄하게 받쳐주는 한 매매가격이 떨어질 염려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 시내 신축아파트는 대부분 값이 상당히 오른 상태이기 때문에 무주택 실수요자라면 청약통장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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