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00

2017.08.09

스포츠

열여덟 풋내기가 2000억 넘게 받는다고?

유럽 구단들 선수 영입 자금 부담에 허리 휠 노릇

  • 홍의택 축구칼럼니스트 releasehong@naver.com

    입력2017-08-07 15:50:56

  • 글자크기 설정 닫기
    킬리앙 음바페(18). 국적 프랑스. 소속팀 AS 모나코. 포지션 최전방 공격수. 2016~2017시즌 프랑스 리그앙,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등에서 44경기 26골. 생년월일 1998년 12월 20일.

    열여덟 살에 불과한 이 선수의 시장 가치는 1억6000만 파운드(약 2373억 원)다. 영국 ‘타임스’는 ‘음바페 지수’까지 발표하고 나섰다. 음바페의 예상 이적료와 다른 물가를 비교한 것인데, 미국 스텔스 전투기 F-35B를 2대 구매할 수 있으며, 1100에이커(약 445만㎡)에 달하는 그리스 섬을 4개나 사들일 수 있다. 영국 총리에게 1122년간 연봉을 지급할 수 있고, ‘타임스’를 1억 부나 발행할 수 있다. 그럼에도 “영입하겠다”며 군침 흘리는 구단은 한둘이 아니다.



    음바페만 특급 대우를 받는 게 아니다

    기량 좋은 선수에게 그에 준하는 대우가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음바페처럼 10대 공격수가 ‘별들의 전쟁’이라 불리는 챔피언스리그 9경기(선발 6회)에서 6골을 넣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대회 4강 2차전 유벤투스전에서는 골키퍼의 전설로 꼽히는 잔루이지 부폰(39)의 방어망까지 뚫고 골망을 흔들어 시장 가치가 급상승했다. 

    음바페 외에도 이적료가 높은 선수가 많다. 전체적으로 이적시장에 인플레이션이 일어난 것. 지금은 선수 이적료 1000억 원쯤은 우스운 시대가 됐다. 지난해 여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유니폼을 다시 입은 폴 포그바(24)는 이적료만 1억500만 유로(약 1393억 원)를 기록하며 ‘세계에서 가장 비싼 선수’란 수식어를 얻었다. 지난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돌풍을 일으킨 RB 라이프치히의 나비 케이타(22)도 마찬가지. 소속팀은 여러 다른 클럽의 구애에 “이적료로 7000만 파운드(약 1038억 원)는 받아야겠다”고 고집했다.



    “이적시장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잉글랜드는 미쳤다.”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이 푸념했다. 조제 모리뉴 맨유 감독의 반응도 다르지 않았다. “이번 여름 총 4명을 영입할 계획이었는데, 자금 문제로 수를 줄여야 할 것 같다”며 아쉬움을 피력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는 각지에서 유망하다는 자원은 죄다 쓸어갔다. 챔피언스리그 같은 유럽대항전은 물론이요, 해당 대회 진출권이 주어지는 자국 리그 경쟁마저 극심한 탓이다. 여기에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 파리 생제르맹 등 각 리그의 큰손도 뛰어든다.

    너도나도 좋은 선수를 원한다. 선수 쟁탈전에서 승리하는 전략은 남보다 조금이라도 더 돈을 얹는 것이다. 제1 옵션이 가장 비싸게 팔리고, 차선에게도 그에 못지않은 가격표가 붙는다. ‘이 정도까지 써야 하나’라는 회의에도 지갑을 열 수밖에 없다. 이렇게라도 들여와야 리그에서 도태되지 않을 것이라는 공포 때문.

    이적료 무한 경쟁의 시작은 중동권과 러시아였다. 2000년대 중·후반 석유와 천연가스를 팔아 생긴 수익이 유럽 축구판으로 흘러들었다. 노동자, 성직자 등이 일으켰던 유럽 축구 클럽 가운데 일부는 이제 부호의 투자처 혹은 놀이터가 됐다. 첼시, 맨체스터 시티, AS 모나코가 대표적 사례다.

    여기에 ‘황사머니’라 부르는 중국 돈다발이 불어닥쳤다. 시진핑 국가주석 주도 아래 축구를 정책적으로 밀고 있는 중국은 유럽에까지 손을 뻗었다. 올여름 AC 밀란의 폭발적인 선수 영입 행보에도 중국 자금이 깔려 있다. 자국에 쓰는 돈도 굉장하다. 지난겨울 중국 슈퍼리그는 같은 시기 EPL 20개 구단이 쓴 금액의 1.5배에 달하는 비용을 들이부었다. 오스카르(상하이 상강), 헐크(상하이 상강), 카를로스 테베스(상하이 선화) 등 유럽에서 한창 뛸 선수들까지 머나먼 동아시아로 불러 모았다. 유명 선수들을 비교적 인지도가 떨어지는 중국 리그에 모을 수 있었던 것은 ‘시세보다 높은 이적료와 연봉’이라는 당근 덕분이었다.



    모두 악순환의 끝을 두려워하지만…

    아시아 등 제3시장까지 떠오르면서 선수들의 몸값을 제값보다 더 쳐주는 쪽으로 움직이는 흐름이다. 각 구단을 잇는 연결고리도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소수 정예 에이전트는 우수 선수를 대거 거느리고 있다. 이미 확보한 다양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선수를 각지로 보낸다. 비용 일부를 수수료로 챙기는 이들은 때로는 루머를 자체 생산하기까지 한다. 원하는 협상 결과를 위해 밀고, 당기고, 구단 간 경쟁까지 붙인다. 그사이 이적료는 부풀어 오른다. 이와 동시에 본인들이 취할 이득도 올라간다.

    물론 선수 몸값을 필요 이상으로 지불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 같은 부작용을 막고자 UEFA는 FFP(Finance Fair Play·재정 페어플레이)룰을 점진적으로 강화해가고 있다. 이적료와 연봉에 지출하는 금액이 클럽 수익의 일정 비율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제한선도 뒀다. 벌금 부과, 챔피언스리그 선수 등록 제약 같은 벌도 준다. 하지만 효과는 아직 ‘글쎄’다.

    UEFA 발표에 따르면 FFP룰에도 구단의 부채는 나날이 늘었다. 이 중 1위로 꼽힌 맨유는 빚만 4억6500만 파운드(약 6899억 원)였다. 스폰서십 등 여러 통로로 거둬들인 이익 덕에 올여름 로멜로 루카쿠(에버턴) 외 빅토르 린델로프(SL 벤피카), 네마냐 마티치(첼시)를 추가 영입하는 데 큰 제약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시장 전체 거래액의 단위를 높이는 데는 단단히 한몫했다.

    ‘마르지 않는 샘’ 같던 중국 슈퍼리그에서도 부작용의 조짐이 보인다. 빚에 시달리던 1부 리그 13개 팀에서 선수 연봉과 수당 등을 주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는 팀은 다음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 자격까지 박탈될 수 있다.

    그럼에도 축구판은 계속 들썩이고 있다. 네이마르(바르셀로나)의 파리 생제르맹 이적이 임박한 듯 보인다. 복수 매체는 파리 생제르맹이 네이마르의 이적 제한을 해제할 수 있는 조항 금액인 2억2000만 유로(약 2917억 원)를 부담하리라고 내다봤다. 세금까지 붙는다면 최대 3억 유로(약 3978억 원)까지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이적료를 책정하는 눈높이는 몰라보게 높아졌다. 투자 흐름이 꺾이면 값도 떨어질 것이라는 시장 경제논리를 들이댈 법도 하지만, 없는 돈을 당겨서라도 쏟아부어온 게 현 풍토다. 거품이 꺼진 뒤 푹 주저앉을 이적시장에 대한 두려움. 그럼에도 일단 구단은 어쩔 수 없이 돈 쓸 궁리를 하고 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