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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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생명력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11-11-11 16: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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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신이 타전한 ‘점령 시위’(Occupy Wall Street 등) 기사를 훑어보다가 사진 두 컷에 눈길이 멈췄습니다.

    사진 하나는 시위대가 화물차에 실은 컨테이너에 올라가 ‘1% vs 99%’라는 팻말을 들고 있는 것입니다. 컨테이너는 세계화의 상징입니다. 직사각형 상자는 물류 혁명의 첨병으로 구실했습니다.

    신고전학파 경제학(주류 경제학 혹은 신자유주의 경제학으로도 부릅니다)의 복음은 생산력을 폭발적으로 늘렸습니다. 무역은 자본, 상품의 가치를 배가합니다. 전 지구적으로 물류가 오가면서 부의 총량이 빠른 속도로 늘었습니다.

    신자유주의는 빈익빈, 부익부를 고착화한다는 결함을 가졌습니다. 1%는 컨테이너 때문에 천문학적 부를 쌓지만 99%는 실업과 저임금에 시달리다 보니 아무리 노력해도 사다리에 올라탈 수 없다고 아큐파이(Occupy)시위대는 주장합니다.

    또 다른 사진은 아파트 발코니에서 고급 와인을 마시며 무심한 듯 ‘점령 시위’를 내려다보는 이들을 찍은 것입니다. 위쪽 세상에서 내려다본 아래쪽 시위는 남의 나라 얘기일 겁니다. 한국 대통령 사저 논란도 아랫동네 사정을 모르는 윗동네 사람의 경박함에서 비롯한 게 아닐까요. 누구도 둘로 나뉜 사회가 바람직하다고 말하지는 못할 겁니다.



    자본주의 생명력
    자본주의 이후의 자본주의가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인류는 사회주의 실험의 참혹한 실패를 목도했습니다. 대안이 없습니다. 학자들은 자본주의를 보정하겠다면서 ○○자본주의, △△자본주의 식의 신조어를 내놓습니다. 자본주의 자체는 문제가 아닌데 ‘고삐 풀린 자본주의’가 죽일 놈이라는 겁니다. 시위대가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우리는 99%다(We are 99%)’라는 구호의 상표 등록을 신청했습니다. 시위 구호를 새겨넣은 상품이 날개 돋친 듯 팔립니다. 관련 상품만 전문으로 취급하는 인터넷 쇼핑몰도 등장했습니다. 자본주의를 향한 분노마저도 자본주의 상품으로 변모해 팔리는 아이러니라 하겠습니다. 사진 두 장을 오랫동안 들여다보면서 컨테이너가 창출하는 부가가치가 빚어낸 양극화, 발코니의 고급 와인과 아스팔트 위 시위의 엇갈림, 뜨거운 분노를 시장에서 사고파는 역설이―몹쓸 놈이라고 욕하면서도 숙명처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자본주의 생명력의 원천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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