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03

2011.09.05

젊은 세대 감성 베스트셀러 영화가 된다

  •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장 khhan21@hanmail.net

    입력2011-09-05 14: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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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세대 감성 베스트셀러 영화가 된다
    올해 소설시장 최대 화제작인 정유정 장편소설 ‘7년의 밤’과 김애란 장편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의 영화 판권을 따내려고 영화사들이 대거 뛰어들었다고 한다. 영화사들이 블록버스터 경쟁을 벌이다 영화 침체기가 닥치자 이야기성이 확실한 원작을 찾고 있다. 특히 추리적 기법과 시각적 문체가 강점인 정유정은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 ‘내 심장을 쏴라’도 이미 영화로 만드는 중이라 영화계가 가장 탐내는 작가가 됐다.

    영상작품과 책의 결합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출판시장에서는 콘텐츠가 영상과 연결되지 않으면 책을 팔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온 지 오래다. 출판 역사상 최고의 브랜드가 된 ‘해리포터’ 시리즈를 비롯해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 등의 판타지 소설이 전 세계 출판시장과 영화시장을 동시에 뒤흔들고 있다. 우리라고 예외는 아니다.

    우리 문화시장에서 영화와 드라마 등 영상작품의 원작이 된 콘텐츠의 변화 양상은 대략 4기로 나뉜다. 처음에는 ‘문학성’이 뛰어난 소설이었다. 그러다 로맨스 판타지소설을 거쳐 만화로 옮겨갔다. 그렇다면 4기인 지금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이야기성이 확실한 작품이면 선택되는 시대다. 영화를 최고의 문화 코드로 삼는 젊은 세대 입맛에 맞을 만한 새로운 감성을 품고 있으면 그만이다. 만화가 강풀의 원작을 영화화한 ‘그대를 사랑합니다’가 인기를 끌었지만, 장르적 특성이 강한 ‘7년의 밤’이나 소셜미디어 정서가 반영된 ‘두근두근 내 인생’에 대한 관심이 폭증하는 이유다.

    요즘 ‘충무로’가 소설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분명하다. 공지영 장편소설 ‘도가니’와 김려령의 청소년 소설 ‘완득이’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가을 개봉을 앞두고 있다. 황선미의 장편동화가 원작인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은 한국 애니메이션 최다 관객 기록인 73만 명의 3배에 가까운 200만 관객 돌파를 앞두고 있다. 김언수 장편소설 ‘설계자들’도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갔다.

    종이와 펜보다 마우스와 스크린에 익숙한 젊은 세대는 총 23권으로 출간된 ‘해리포터’ 시리즈나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와 ‘마법 천자문’ 등 수천만 부 시대를 연 학습만화 시리즈를 열렬하게 읽으며 자랐다. 수십 권의 시리즈를 사볼 수 있었던 이유는 이들이 자본주의 세례를 ‘긍정적’으로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들이 관심을 두는 것은 사회개혁과 역사적 진실 같은 ‘개혁적 열망’이 아닌, 오로지 ‘개인의 삶’이다. 글로벌 경쟁으로 극도의 피로감, 갈수록 심각해지는 빈부 격차, 보수와 진보의 극단적 대립, 일자리 확보의 어려움, 점증하는 노동시간, 결혼·연애·육아를 모두 포기할 정도의 불안한 미래에 시달리는 이들은 자기결단과 자아실현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다.

    이들이 추구하는 것은 역사적 ‘진실’이 아닌 역사를 차용한 ‘재미’일 뿐이다. 올해 영화시장에서 최대 화제작으로 떠오른 ‘최후병기 활’의 주인공이 ‘누이’가 아닌 ‘국가’를 위해 목숨을 걸고 활을 쐈다면 18일 만에 400만 관객을 모으지는 못했을 것이다. ‘도가니’ ‘완득이’ ‘마당을 나온 암탉’도 문제적 현실의 외피를 잔뜩 두르고 있지만 결국 개인의 성장이 화두다.

    젊은 세대 감성 베스트셀러 영화가 된다
    영화시장에서 소설이 인기를 끌자 한때 소설을 포기하고 시나리오에 매달렸던 이들이 다시 소설로 돌아오고 있다고 한다. 소설 원작 판권료가 억대를 호가하자 소설 인세, 영화 판권료 등을 감안할 경우 베스트셀러 소설 한 편만 쓰면 인생이 확 핀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그들 역시 한평생 ‘개인의 삶’에 헌신해도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다. 그들의 선택이 우리 소설시장의 활성화를 이뤄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1958년 출생.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학교도서관저널’ ‘기획회의’ 등 발행. 저서 ‘출판마케팅 입문’ ‘열정시대’ ‘20대, 컨셉력에 목숨 걸어라’ ‘베스트셀러 30년’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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