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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드 협력으로 美 백신 확보한 日 스가 … 한국은?

한미일 공조 아닌 북한 택하면 ‘백신 한일전’ 패배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쿼드 협력으로 美 백신 확보한 日 스가 … 한국은?

4월 16일(현지 시각) 미국을
실무 방문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오른쪽)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햄버거 조찬’에 나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트위터]

4월 16일(현지 시각) 미국을 실무 방문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오른쪽)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햄버거 조찬’에 나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트위터]

4월 16일(현지 시각)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실무 방문했다. 같은 날 청와대는 “5월 후반기 문재인 대통령이 워싱턴을 방문해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상세 일정에 대해선 “구체적 사항이 정해지면 알리겠다”면서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 진전을 위한 공조 방안을 긴밀히 논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미국의 초청엔 그 나름 이유가 있을 텐데 그것에 대한 설명은 없이 문재인 정부의 바람만 나열한 모습이다.

4월 16일 방미 일정 중 스가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을 세 번 대면했다. 그중 한 번인 오찬의 메뉴는 햄버거. 20분간 대면에서 스가 총리는 긴장했는지 햄버거에 손도 대지 못했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일본 총리는 스가 총리의 그런 모습을 “가련하다”고 비판했다. 한국 언론도 하토야마 전 총리의 발언을 집중 보도했다.

화이자 CEO와 전화 한 통화로 백신 확보

한국과 일본은 해외 제약사의 백신 연구개발에 투자하지 않았기에 백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접종률 세계 순위에서 두 나라 모두 100위권 바깥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대면한 다음 날 스가 총리는 미국 정부 주선으로 화이자 최고경영자(CEO)와 통화할 수 있었다. 그러고 나서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행정개혁담당상이 “9월 말까지는 일본 내 모든 접종 대상자에게 접종할 수 있는 (백신) 수량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백신에 관해 빈말을 하면 ‘희망고문’을 했다는 비난을 받고 정권이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일본은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한 것이다.

4월 1일 멕시코 대통령이 백신 지원을 요청했을 때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 국민이 우선이다. 모든 미국인에게 백신을 접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취지로 거절했다. 당시 CNN은 “국무부는 거의 매일같이 밀려드는 다른 나라의 백신 관련 요청을 ‘미국 상황이 다 관리되기 전 해외 배송은 없다’는 취지로 처리한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자국민을 대상으로 3차 접종까지 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일본의 ‘백신 확보’ 발표가 나왔다.

두 정상의 이름을 따 ‘조-요시’ 밀월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曽根康弘) 총리가 협력한 ‘론-야스’ 밀월에 견준 것이다. 햄버거 오찬을 두고도 박대가 아닌 격의 없는 친구로 대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조’는 ‘요시’에게 “미국은 도쿄올림픽을 지지한다” “미국은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방위에 기여한다”는 등의 약속을 해줬다. 요시로부터는 “양국은 자유롭게 열린 인도·태평양(Free and Open Indo-Pacific:FOIP)을 만들어간다는 공동 목표를 갖고 있다”는 언급을 받아냈다. 이 발표와 연결된 것이 바로 쿼드(Quad)다.



중국도 비준한 유엔해양법협약은 독도처럼 암석으로 된 무인도의 경우 영해와 접속수역을 인정한다. 다만 산호초나 모래톱으로 된 무인도의 영해와 접속수역은 인정받지 못한다. 중국은 남중국해의 산호초와 모래톱에 시멘트를 쏟아부어 인공섬으로 만들어놓고 “영해와 접속수역을 갖는다”고 주장해왔다. 중국의 힘이 두려운 동남아 국가들은 불만만 토로하지만, 미국은 “웃기지 마라”며 그러한 ‘영해’로 군함을 운항시켰다. 중국의 해양 패권을 무력화한 것인데, 이는 바로 2011년 시작된 남중국해 사태다. 이렇게 시작된 미·중 대립은 홍콩과 위구르, 티베트, 그리고 대만 위기로 확대하고 있다. 중국은 핵을 개발한 북한이 미국에 맞서는 것을 용인함으로써 이 전선을 한반도로 확대하려고 한다. 이를 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가 중국의 팽창주의를 막아야 한다며 미국·인도·호주와 협력하는 ‘다이아몬드’ 구성을 주장했는데,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이를 쿼드로 변경해 받아들였다.

美 ‘조용한’ 한일관계 정도로 만족할까

미국은 중요한 동맹국 한국도 ‘쿼드 플러스’에 들어오라고 손짓한다. 바이든 대통령이 문 대통령을 초청한 이유는 이에 대해 합의하자는 것일 개연성이 높다. 일본은 쿼드 협력 재확인만으로 전 국민을 위한 백신 확보에 성공했다. 문재인 정부에도 선택지가 있다. 쿼드 플러스에 참여해 내년 3월 대선 전 백신 접종을 끝낼 것이냐, 남북관계 회복에 주력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냐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IAEA(국제원자력기구) 기준에 맞춘다면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에 반대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쿼드 플러스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일 수 있다. 그 대신 미국 바람대로 한일관계를 조용히 유지할 테니 백신을 제공해달라는 암시인데, 미국이 그 정도로 만족할지 의문이다.

문 대통령의 5월 방미 후 “한국은 쿼드 플러스에 참여하고 미국 제약사는 한국에 필요한 백신을 공급하기로 했다”는 발표가 나올 수 있을까. 백신을 충분히 확보하면 문재인 정부는 이 중 일부를 북한에 제공해 남북관계도 개선할 수 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다수 국민이 좋아하는 결과를 내놓으면 이어지는 G7 정상회의는 문 대통령을 위한 장이 될 수 있다. 그러한 스포트라이트는 대선을 앞둔 여당에겐 호재다. 문 대통령의 한마디로 ‘백신 정치학’이 결정된다. 백신 공급 ‘한일전’ 패배는 대통령과 여당뿐 아니라 국민에게도 나쁜 뉴스가 될 것이다.





주간동아 1286호 (p4~5)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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