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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비, 성폭력 예방교육 예산의 35배

  •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비, 성폭력 예방교육 예산의 35배

  • ● 여성가족부 예산안 설명 위한 국회 여가위 파행
    ● 경력단절 여성 2만7900명에게 지원할 규모
    ● 위안부 피해자는 17년간 지원할 예산
서울 부산 시장 보궐선거가 “성인지 감수성 집단학습 기회”라는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의 발언 파문이 10일까지 이어졌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여가위) 전체 회의는 이 장관의 5일 전 발언에 대한 비판 때문에 10분 만에 중단됐다. 이 회의는 이 장관이 내년도 여가부 예산안을 설명하기 위해 열렸다. 

앞서 이 장관은 5일 국회 예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 질의에서 내년 4월 실시되는 서울 ·부산 시장 보궐선거에 관해 “굉장히 큰 예산이 소요되는 사건을 통해 국민 전체가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집단학습을 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윤주경 의원이 “(보궐 선거비용) 838억 원이 학습비라고 생각하느냐”고 되묻자 이 장관은 “꼭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어떠한 상황에서도 저희가 국가를 위해 긍정적인 요소를 찾아내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이 발언이 나온 이후 오거돈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는 5일 “성범죄 피해자가 성교육 학습교재냐”며 ‘피해자를 학습 교재로 취급하는 여성가족부 장관은 사퇴하라’는 성명을 냈다.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공동행동도 6일 성명을 통해 ‘수사 중인 사건이라며 입장을 지속적으로 회피하는 것이 수사기관도 아닌 여성가족부 장관이라면, 자신의 역할을 먼저 학습해야 한다’며 ‘학습하지 않은 것은 정치권과 정부 여당이다’고 꼬집었다.

보궐선거비는 취약층 성폭행 예방 교육 예산의 35배

10일 파행을 겪은 여가위에 이 장관이 제출한 2021년도 예산은 1조2000억원. 서울 부산 시장 선거비의 14배 규모다. 하지만 여가부의 세부 예산 항목을 보면 838억원이 어느 정도 규모인지 비교할 수 있다. 여가부의 개별 사업 예산은 10억에서 100억 대 단위 사업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11월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했다. [뉴스1]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11월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했다. [뉴스1]

올해 예산을 기준으로 여가부의 개별 예산을 보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생활안정 및 기념사업’에 47억4500만원이 배정돼 있다. 서울 부산시장 선거비와 비교하면 17분의 1 수준이다. 예산 규모 변동이 없다면 내년 선거비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17년간 지원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장관은 보궐선거를 학습 기회로 빗댔다.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전제하더라도 여가부의 개별 교육 예산을 보면 보궐선거비가 너무 크다. ‘2020년도 여성가족부 소관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개요’에 따르면 교육 부문 예산은 여성·가족정책 의식 확산(18억 4600만 원)과 아동·여성안전교육문화사업(23억 7700만 원),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지원(93억 9900만 원) 등 개별 단위로 배정됐다. 선거비가 개별 사업의 8~45배 더 많다. 아동·여성 안전교육문화 사업은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성폭행 예방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사업의 골간이다. 양성평등교육진흥원 지원 사업에는 주로 공무원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교육이 포함돼 있다.



경력단절여성 지원 4.5배 늘릴 수 있어

선거비로 여성 일자리를 지원하면 어떨까. 9월 기준 여성 경제활동 인구는 1199만 4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1만 3000명 감소했다. 감소폭은 남성의 3.4배에 달한다. 여가부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에 따라 여성이 남성에 비해 일자리 위기를 더 크게 겪는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여가부가 올해 경력단절 여성 지원 사업인 ‘새일인턴’에 배정한 예산은 148억 2500만 원으로 지난해와 동일했고, 직업교육훈련 예산은 190억 1200만 원으로 3.9% 증가에 그쳤다. 각각의 정책 수혜자는 1만 4000명과 6177명이다. 경력단절 여성 1인 당 최대 300만 원이 지원되는 새일인턴에 838억 원이 확보될 경우 2만 7900여 명의 경력단절 여성을 지원할 수 있다. 예산이 변동되지 않고 838억원이 투입된다면 올해 지원 대상인 6177명을 4년 이상 지원할 수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570억 9900만 원,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267억 1300만 원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유권자 수를 근거로 산정한 해당 비용에는 투·개표 비용과 선거운동 비용 등이 포함됐다. 선거를 치르는 서울시와 부산시가 그 비용을 부담한다. 

서울시 예산을 봐도 선거비용의 크기를 실감할 수 있다. 서울시가 부담하는 선거비용 570억 9900만 원은 올해 하반기에 편성한 서울시 아동급식 지원 예산(449억 3000만 원)을 크게 웃돈다. 

서울시는 3월 서울시내 초중고교 학생 중 방학 중 중식 지원 대상자를 3808명으로 발표했다. 해당 학생들에게는 한 끼 당 6000원의 단가로 식비가 지원된다. 코로나19로 등교 중단 기간이 늘어나면서 이들 학생들에 대한 지원금도 늘어났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비용 570억 9900만 원으로는 이들 결식 우려 학생 모두에게 하루 3끼씩 2년 동안의 식사를 지원할 수 있다. 서울과 부산 시장 선거비용으로 한 끼 당 6000원씩 결식 학생을 지원할 경우 모두 1397만 끼를 제공할 수 있다.

현역 출마시 추가 비용 또 발생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 때문에 추가비용이 또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지역구 현역 의원이 광역단체장 후보로 출마하며 의원직을 사퇴하면 그 지역구 역시 새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를 또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내년 선거에 누가 후보자가 출마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선거 비용에는 서울·부산 시장 선거 비용만 포함됐다”고 말했다. 

당초 민주당은 출마를 위해 임기를 마치지 않는 선출직 공직자는 공천에 불이익을 줬다. 하지만 8월 19일 해당 당헌 변경을 통해 광역단체장 선거에 한해 불이익을 주지 않기로 했다.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에 현역 의원들의 출마 기회를 열어준 셈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선거에 천문학적 비용이 필요한 만큼 민주당이 이를 부담하라는 비판을 받아들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다만 민주당 출신 지자체장이 임기를 마치지 못해 발생한 문제인 만큼 당 차원에서 비용 외적으로라도 도의적 책임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1264호 (p22~24)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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