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1가 ‘청진옥’의 해장국.
소 내장 가운데 한국인이 가장 사랑한 부위는 단연 양이다. ‘고려사’(1451년 완성) ‘최안도’전에는 마계량(馬系良)이란 사람이 우두(소의 위)를 즐겨 먹는 탓에 ‘말이 소를 먹는다’고 비웃었다는 기록이 있다. 어의 전순의가 지은 ‘산가요록’(山家要錄·1450년쯤 출간)에는 양을 꿀이나 탁주를 넣고 삶은 팽양이나 솥 안에 참기름을 조금 넣고 쪄낸 증양, 양으로 만든 식해인 양해 등 양으로 만든 다양한 조리법이 등장할 정도로 양은 오래전부터 먹어왔고 조선시대 내내 내장의 왕으로 군림했다.
소의 첫 번째 위인 양의 중간에 있는 두툼한 부위는 양깃머리라 부르는데 일반 양보다 가격이 비싸다. 소는 원래 풀을 먹고 자란다. 위 속에 사는 박테리아가 풀을 분해해 소에게 영양분을 공급한다. 양은 되새김질을 하는 소의 특성 때문에 강하고 졸깃한 맛을 낸다. 하지만 최근 마블링이 많은 고기를 만들기 위한 곡물 사료가 발달하면서 양의 기능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 좋은 양은 풀을 먹고 자란 소에게서 나온다. 풀을 먹고 자라는 뉴질랜드산 양이 인기를 얻는 이유다.
하지만 예전이나 지금이나 양 가격은 만만치 않다. 서울 중구 을지로 ‘양미옥’은 좋은 재료를 사용해 가격은 좀 비싸지만 사람이 끊이지 않는다. ‘양미옥’ 양구이는 양념을 발라주는 형태다. 몇 년 전 질 나쁜 내장에 양념을 사용한다는 논쟁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적이 있다. 한민족은 오랫동안 고기나 내장을 구울 때 양념을 발랐다. 재료 질의 좋고 나쁨은 식당 개개의 문제다.
서울 중구 다동 ‘부민옥’의 양곰탕(왼쪽)과 양무침.
고려대 근처 동대문구 용신동에 있는 ‘개성집’ 양무침은 삶은 양을 후추와 소금으로만 살짝 간하고 오이, 대파, 양파, 풋고추, 붉은 고추를 양과 같은 크기로 썰어 버무린 뒤깨를 뿌려 낸다. 재료 맛에 충실한 음식이다. 원래 양은 담요처럼 쭈글쭈글하고 검다. 해장국집에서는 양 껍질을 벗기지 않고 국에 넣어 끓이기 때문에 양의 참모습을 볼 수 있다. 종로1가 ‘청진옥’은 양과 선지로 만든 해장국이 좋다. 선지의 부드러움과 양의 쫄깃한 식감이 잘 어울린다. 개운한 국물과 내용물의 균형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