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의 든든한 벗’ 퇴직연금으로 미리미리 노후를 대비하자.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연금에 대한 세액공제 폭이 지난해보다 추가로 300만 원이늘어난다는 점이다. 기존 연금저축계좌 400만 원에 더해 퇴직연금에 추가 납부한 300만 원을 합쳐 모두 700만 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된 것. 만일 세액공제 한도인 700만 원을 납부했다면, 내년 연말정산 시 92만4000원을 돌려받게 된다. 여기에 연금의 세액공제 비율을 12%에서 15%로 상향 조정하는 안(案)이 검토되고 있는데, 이 안이 통과될 경우 115만5000원을 환급받게 된다.
내가 가입한 퇴직연금 유형은?
퇴직연금 추가 납부액으로 절세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자신이 다니는 회사가 퇴직연금을 도입한 사업장이어야 한다. 옛 퇴직금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면, 추가 납부를 통한 절세 혜택을 볼 수 없다. 참고로 2014년 3월 말 기준 전체 사업장(기업체) 대비 퇴직연금 가입률은 15.4%에 불과한 형편이다.
먼저 자신이 가입한 퇴직연금이 어떤 유형인지를 살펴봐야 한다. 퇴직연금은 DB(확정급여)형과 DC(확정기여)형으로 나뉜다. DB형과 DC형의 가장 큰 차이점은 ‘운용주체’다. 운용주체가 회사면 DB형이고, 근로자 개인이면 DC형이다. DB형 가입자는 은행, 증권, 보험사 등을 방문해 IRP(Individual Retirement Pension) 계좌를 만들어야 한다. DC형 가입자는 기존 퇴직연금에 납부하거나 따로 IRP 계좌를 만드는 것, 둘 다 가능하다.
IRP는 회사와 함께 가입하는 퇴직연금과 달리 개인이 직접 가입하는 개인형 퇴직연금이다. 2012년부터 퇴직금은 의무적으로 IRP 계좌로 이전되고 있다. 회사에서 퇴직금을 IRP 계좌로 입금하고, 근로자는 IRP 계좌에서 인출하는 구조다. IRP 계좌는 이직 시에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기존 퇴직금을 IRP 계좌로 옮겨놓고, 새로 입사한 회사에서 퇴직연금에 가입할 수 있는 것. 세법상 퇴직금은 일시금으로 받는 것보다 나중에 연금으로 받는 게 유리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근로자 대부분이 연금이 아닌 일시금을 선택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3년 말 기준으로 퇴직연금 수령자 중 연금 수령자는 전체의 3.0%에 불과하다.
IRP는 목돈을 한 번에 납부하거나 적립식으로 낼 수도 있다. 또 예금, 주가지수연동예금(ELD), 국내펀드, 해외펀드 등 다양한 상품으로 포트폴리오를 짤 수도 있다. 스스로 포트폴리오를 설계하는 게 어려우면, 자산배분을 자동으로 해주는 자산배분형 랩어카운트(Wrap Account)에 투자하면 된다. 자산배분형 랩어카운트는 자신의 투자 성향에 따라 주식 비중을 설정할 수 있고, 국내외 펀드로 분산해 투자할 수도 있다.
세액공제 한도인 연금저축계좌 400만 원과 매년 IRP 계좌에 300만 원을 납부하면 나중에 연금을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35세로 연봉이 4000만 원인 근로자를 생각해보자. 이 사람은 30세부터 60세까지 직장생활을 했고, 65세부터 90세까지 연금을 받는다. 임금상승률 3%, 투자수익률 4%로 가정할 경우 65세부터 90세까지 연금저축계좌에서는 매월 약 145만 원, 퇴직연금과 IRP를 합해서는 233만 원가량을 받게 된다. 여기에 65세부터 나오는 국민연금 95만 원가량을 합치면, 매월 473만 원의 연금 수령이 가능하다. 동일한 가정하에 현재 연봉 4500만 원인 40세 직장인은 매월 446만 원, 50세인 직장인은 449만 원의 연금을 받을 수 있다.
700만 원 채워 넣으면 연금 두둑
이 계산에서 국민연금은 향후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금액이 아닌 현가이므로 나중에 받는 금액은 더 많아질 수 있다. 반대로 운용 기간이 짧거나 수익률이 낮아지면 금액이 줄어들 수도 있다. 임금상승률과 물가상승률, 투자수익률에 따라 금액이 변경될 여지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세제 혜택을 주는 한도 범위까지 채워 적립하면, 상당한 노후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이 노후자금에 대해 상당히 불안해하는데, 세제 혜택이 주어지는 연금상품과 퇴직연금만 잘 활용해도 의외로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1997년 말 외환위기 직후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나라 기업들의 부채비율이 높다며 부채비율을 200% 이하로 낮추도록 했다. 이때 기업들은 부채비율을 낮추고자 중간정산제도를 도입했다. 기업에게는 퇴직금이 부채였기 때문이다. 당시 상당수 직장인은 이 제도를 환영했다. 목돈을 쥘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제 중간정산을 받은 사람 대부분이 후회하고 있다. 퇴직금이 그나마 노후 안전판이었음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필자가 만난 40, 50대 직장인 대부분은 중간정산이 결국 독(毒)이 됐다고 말한다. 가장 후회하는 사람들은 주식 투자로 돈을 날리거나 자동차를 바꾼 경우이다.
노후 준비라고 거창하게 하기보다 현재 있는 제도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훨씬 현명하다. 고세율 시대에 절세라는 인센티브를 받으면서 장기로 저축하고 투자하는 것이 노후를 준비하는 쉬우면서도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점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