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2일 한국방송통신대가 개최한 K-MOOC 지식공유 워크숍에서 김광조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지역 교육부문 본부장이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2002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정규 강의를 인터넷에 공개하면서 OCW(Open Course Ware·오픈코스웨어) 형태로 온라인 강좌를 시작한 이래 세계적으로 수많은 대학과 기관이 온라인을 통한 강좌를 시행해왔다. 그보다 앞서 원격교육의 시초격인 영국 공개대학(Open University)이나 우리나라 한국방송통신대처럼 등록자들에게만 교육을 제공하는 형태의 강좌도 존재해왔다.
그러나 MOOC는 일방적인 강의 형태의 온라인 강좌에서 한 발 나아가 상호 평가와 토론, 퀴즈 등 현실 강좌에서나 가능한 것으로 여겨지던 입체적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히 ‘21세기 교육 혁신’으로 불릴 만하다.
입체 시스템 ‘21세기 교육 혁신’
MOOC의 위력은 날로 커지는 추세다. 일부 웹사이트에선 강좌를 이수한 사람에게 수료증까지 발급해 지구 반대편에서도 세계적인 명문대생 자격을 갖게 됐으며, 이러한 학위 수료증이 실제 학위와 같은 효력을 발휘한 사례도 적잖다. 일례로 세계 3대 MOOC 웹사이트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유다시티(Udacity/ www.udacity.com)가 미국의 다양한 정보기술(IT) 기업과 합작해 나노학위 과정을 개설하자 AT·T에서는 학위 취득 학생 중 100명에게 인턴십 기회를 주겠다고 발표했다. 바야흐로 온라인 교육의 진정한 글로벌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MOOC의 시작은 2011년 서배스천 스런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만든 유다시티로 볼 수 있다. 스탠퍼드대에서는 이듬해인 2012년 인공지능 연구소 책임자 앤드루 응 박사와 대프니 콜러 박사 등이 의기투합해 본격적인 MOOC 강의 시스템 코세라(Coursera/ www.coursera.org)를 설립했고, 문을 연 지 1년 만에 170만 명이 넘는 수강생을 모집했으며, 지난 한 해에만 4300만 달러(약 430억 원) 규모의 자금을 모은 것으로 전해진다. 2014년 7월 현재 코세라에는 세계 22개국 236개 대학이 참여해 650만 명의 수강생이 함께 하고 있다.
아난트 아가르왈 MIT 교수 역시 2011년 동료들과 함께 온라인 강의와 토론을 수업에 접목하고 실험실을 온라인 공간에 구현한 웹사이트를 제작했다. 그의 수업이 큰 반향을 일으키자 MIT는 온라인 강의 사이트 MITx(www.mitx.org)를 개설한 데 이어 하버드대와 공동 출자를 통해 비영리 MOOC 웹사이트 에드엑스(edX/ www.dex.org)를 출범해 다른 대학들과도 플랫폼을 나누기 시작했다.
초중고교생을 위한 강의가 주를 이루는 칸 아카데미(Khan Academy), 영국 공개대학이 만든 퓨처런(Futurelearn) 등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칸 아카데미는 2006년 살만 칸이 설립한 비영리 교육 서비스로, 초중고교 수준의 수학, 화학, 물리학부터 컴퓨터공학, 금융, 역사, 예술까지 4000여 개 동영상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
일부 국내 대학도 MOOC에 조금씩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추세다. 서울대는 3월부터 에드엑스에 참여해 강의를 제공하고 있고, KAIST(한국과학기술원)는 코세라, 연세대는 코세라와 퓨처런에 각각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
서배스천 스런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만든 MOOC ‘유다 시티’(왼쪽)와 숙명여대가 운영하는 ‘글로벌 무크 캠퍼스’.
MOOC 탄생 이후 세계 교육 시스템에도 거대한 지각변동이 예견되고 있다. 세계인은 무료 또는 아주 적은 금액만 내면 자기 집 안방에서 유명 대학 교수나 강사의 수준 높은 강의를 들을 수 있게 됐고, 각국에선 미국 중심의 MOOC 서비스가 가진 언어적 한계를 극복하면서 양질의 국내 콘텐츠를 생산해내고자 자체 MOOC 서비스 개발에 심혈을 쏟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서울대와 KAIST 등에서 MOOC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제공하는 스누온(snuon.snu. ac.kr)은 서울대생을 위한 온라인 강의를 목적으로 하던 콘텐츠를 일부 일반인에게까지 개방하는 형태로 진행 중이다. KAIST는 한국의 주입식 교육이 가진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플립러닝(Flipped Learning)’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역전학습’ 또는 ‘뒤바뀐 학습’으로 해석할 수 있는 플립러닝은 수업시간 전에 교수가 제공한 강의를 학생 스스로 학습하고 수업시간에는 그에 대한 토론 또는 그와 관련한 응용학습을 하는 학습 방식을 뜻한다. KAIST는 미국의 칸 아카데미를 벤치마킹한 한국형 MOOC를 제공하는 소셜 벤처 ‘촉 아카데미’도 지원하고 있다. 촉 아카데미는 각 분야 교수진의 재능기부를 통해 운영되는 무료강의 서비스로, 개념 중심의 강의를 제공해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고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안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자체 강좌는 아니지만 숙명여대의 경우 세계의 MOOC 시스템에서 자신이 원하는 강좌를 선택, 지도교사와 학습 파트너를 연결해 자발적으로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공부할 수 있는 글로벌 무크 캠퍼스(kc4dh.com)를 운영 중이다. 교육부에서도 내년 하반기 시범 운영을 목표로 대중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 플랫폼 ‘K-MOOC’를 준비하고 있다. K-MOOC는 우수대학 강의를 대학생은 물론 일반에 공개하고, 학점은행제를 통해 학점을 인정해주는 형식이 될 전망이다.
교육부 관계자에 따르면 K-MOOC는 당초 내국인과 재외 국민을 타깃으로 했지만 세계적 추세를 반영, 영어자막 서비스가 함께 제공될 예정이다. 30개 국가연구기관을 캠퍼스로 활용하는 UST(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역시 내년부터 MOOC를 도입해 미래 국가전략 과학기술 분야의 연구개발(R·D) 핵심 인재를 양성하는 국가연구소대학으로서 입지를 공고히 한다는 계획.
주제가 제한적이긴 하지만 법률 지식과 학습을 위한 MOOC 형태 커뮤니티인 유스티치아 (justitia.kr)의 경우 강의 동영상을 비롯한 최신 판례, 기출시험문제, 외국 법률정보 등 다양한 포맷의 학습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큰 온라인 학술정보 제공처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이다. KERIS는 초중등 교육 정보 서비스 에듀넷(www.edunet.net), 학술연구 정보 서비스 RISS(www.riss.kr), 고등교육 교수학습자료 공동 활용 서비스 KOCW(www.kocw.net) 등 다양한 교육학술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MOOC가 대학교육의 본질을 저해하는 것은 물론 수익성과 시장성을 보장할 수 없어 발전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회의적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MOOC의 본래 목적이 지식의 공유, 교육 기회의 평등에 있다고 하지만 컴퓨터나 스마트폰, 그리고 동영상 강의를 듣기에 적합한 안정적인 인터넷망까지 구축된 환경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개발도상국과 취약계층에게까지 평등한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실제로 MOOC를 통해 학위를 취득한 수강생 대부분이 교육에서 소외된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아닌 미국에서 이미 학사학위를 취득했거나 일정한 직업을 갖고 있는 젊은 백인이라는 점이 이러한 지적을 뒷받침한다.
그럼에도 세계는 MOOC가 추구하는 비전과 가능성에 대한 커다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있다. 고교 시절 몽골의 집에서 MIT가 제공하는 온라인 강좌를 보고 MIT에 합격한 학생의 일화는 MOOC에 걸고 있는 세계 지성의 기대가 결코 헛된 것만은 아님을 증명하는 단초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