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성과가 균등하게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부터 잠잠할 날이 없는 한 해였다. 기업들의 고민도 깊었다. 제철, 운송, 건설 등 소재 및 산업계에서는 안전관리 부실로 산재 사망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가 하면 금융, 통신, 유통업계에서는 새해 벽두 카드사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시작으로 현재까지도 크고 작은 정보 유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상장기업의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환경, 사회, 지배구조) 정보를 평가해 기업의 비재무적 위험을 발견하고 투자전략상의 의사결정을 돕는 사회책임투자 전문 리서치 기관 ‘서스틴베스트’에 따르면, 2014년 상장기업의 지속가능성 평가에서 안전사고로 감점을 받은 기업은 평가 대상 603개 기업 가운데 20여 개에 달했다. 이들 대부분은 ‘근로자 보건 및 안전’이 지속가능경영의 핵심 이슈로 선정된 소재, 건설, 운송장비, 반도체, 에너지 산업에 속한 기업들이었다. 사고 내용은 유해물질 누출, 가스 폭발, 작업장 붕괴와 추락 사고로 인한 사상 및 사망 사고가 주를 이뤘다. 작업장 안전에 대한 더 철저한 관리감독이 있었다면 사전에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산업재해였다.
이와 동시에 세월호 침몰 사고 여파로 ‘안전’에 대한 국민적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5~6월 많은 기업이 안전관리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한화, 포스코, 효성, 금호석유, SK이노베이션 등이 이에 동참했는데, 특히 S-Oil은 안전보건 시스템을 협력사에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GS와 CJ는 그룹 차원의 안전 전담조직 신설과 전사적 통합 대응체계 구축을 선언했다.
서스틴베스트는 8년간 국내 상장기업의 지속가능성 수준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기관투자자에게 제공, 공표해왔다. 이 평가를 위해 ESGValue™ 모델을 개발했다. ESGValue™의 특징은 △기업의 산업 및 규모별 차별 평가지표 △국제표준 반영과 한국적 특수성 고려 △투자자 관점에서의 기업의 지속가능성 평가로 요약할 수 있다. 올해 평가 대상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603개 기업이며, 그 결과를 분석한 보고서는 서스틴베스트의 인터넷 홈페이지(sustinvest.com)에서 참고할 수 있다.
SK텔레콤, 포스코 지속가능성 최우수
SK텔레콤은 ESG 중에서도 사회와 지배구조 성과가 우수한 것으로 평가됐다.
안전 이슈와 더불어 개인정보 보호 역시 정보사회, 신용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풀어야 할 과제다. 그 시작은 1월 KB국민카드, 롯데카드, NH농협카드 등 3개 카드사에서 발생한 1억500여 건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태였다. 해당 금융회사 사장들과 임원진이 잇따라 사퇴 의사를 밝혔고, 3개 카드사는 영업정지 명령을 받았으며, 무더기 고객 이탈과 손해배상청구소송이 이어지고,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이 ‘3·10 개인정보 유출 재발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하는 등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개인정보 유출은 고객 개인정보를 다루는 유통업계와 통신서비스, IT(정보기술) 업계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책임투자자에게 전 세계 기업의 ESG 평가 결과를 제공하는 네덜란드 서스테이널리틱스(Sustainalytics)와 미국 MSCI사는 이 산업들의 핵심 ESG 이슈로 고객관계 관리 등과 함께 개인정보 보호를 선정하고 있다.
서스틴베스트의 2014년 평가에서 정보 유출 이슈로 감점을 받은 기업은 KB금융지주 외에도 한화손해보험, KT, 롯데쇼핑, 이마트 등이었다. 반면 ‘고객정보 보호’ 평가지표에서 우수한 성과를 보인 기업도 있었다. CJ CGV, GS홈쇼핑, LG유플러스 등이었는데, 이들은 고객정보 보호 전담조직을 설치, 운영하고 고객정보 보호 시스템 인증인 ISMS나 ISO27001를 획득하고 있었다.
중견기업 활약도 두드러져
서스틴베스트의 2014년 평가에서 최우수 기업으로 선정된 기업은 SK텔레콤과 포스코다. SK텔레콤은 특히 사회와 지배구조 성과가 우수한 것으로 평가됐는데, 공정거래자율준수 프로그램과 협력사 성과공유제를 운영하고, 평균 근속 연수가 10년 이상이라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섹터 평균 대비 주주가치 환원율이 높으며, 이사회 내 지속가능경영 관련 위원회를 설치한 점 등이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포스코의 경우 ESG 성과가 균등하게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에서는 환경 관리 전담 조직 설치와 적극적인 친환경 연구개발(R·D) 활동이, 사회에서는 90% 이상의 사업장에 안전보건 경영 시스템 인증 획득과 우수한 공급망 관리 성과가 두드러졌다. 지배구조에서는 이사회의 구성과 활동, 지속가능경영 인프라에서 특히 좋은 평가를 받았다.
또 올해 평가에서는 대기업의 영역으로만 인식되던 지속가능경영 분야에서 중견기업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자산 규모 5000억 이상 기업 중에는 다음카카오, LG하우시스, 코웨이가, 5000억 미만 기업 중에는 MDS테크놀로지와 한독이 각각 눈에 띄는 성과를 보였다. 이들 대부분은 회사의 비전 및 핵심 가치에 지속가능경영의 중요성을 명시하고 이를 실천하고자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 중이었다.
산업 평균 점수 기준으로는 통신서비스와 은행, 에너지, 유틸리티 산업의 전반적인 지속가능경영 성과가 높은 것으로 평가됐으며, 기업 집단 기준으로는 두산과 LG가 계열사의 평균 성과가 높아 그룹 차원의 지속가능경영 활동에 힘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