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 이후 한국 영화 시장이 심상치 않다. 기대작으로 손꼽혔던 ‘제보자’나 ‘빅매치’가 대중적으로 큰 호응을 얻지 못하면서 소소한 소문을 만들어내는 작품까지 전무한 형편이기 때문이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다소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독립영화 수준에서의 선전이다 보니 상업영화 기준에서 보면 조금은 다른 논의 대상이다.
이 상황에서 반전 기회를 엿보는 작품이 연말을 기점으로 대거 개봉한다. ‘상의원’ ‘기술자들’ ‘국제시장’ 같은 영화인데, 이 중 가장 주목받는 작품이 바로 ‘국제시장’이다. 일단 겉모습만 봐도 눈길을 끌 만하다. ‘해운대’로 10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던 윤제균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황정민이 주연을 맡았으니 말이다.
‘국제시장’은 6·25전쟁 시기부터 현재까지 대한민국 역사의 격동기를 ‘가장’으로 살아내야 했던 ‘아버지’를 주인공으로 삼고 있다. 자연스럽게 한국사의 질곡이 배경으로 등장하고, 가난했지만 오늘보다 내일이 나았던 고속 발전 시대의 경제사도 얼굴을 비춘다. 폐허를 딛고 일어선 오늘날의 아버지, 그 아버지의 뜨거운 인생이 2시간의 상영시간 동안 녹아 흐르는 것이다.
영화가 방점을 찍는 것은 아버지의 희생이다. 이 희생은 첫 장면부터 눈시울을 적신다. 흥남철수로 시작되는 첫 장면에서 아버지는 가족을 위해서라면 내 한 몸 바칠 각오가 된 자로 등장한다. 부재하는 아버지의 무게는 겨우 초등학생인 덕수가 이어받는다. 피난길에 헤어진 아버지가 덕수에게 전하는 메시지도 “넌 장남이고, 이 집안의 가장이다”라는 말이다.
주인공 덕수는 그 의무에 단 한 번도 의문을 품지 않는다. 그는 가족을 건사하고자 자기 공부를 포기하고, 위험한 독일 광산으로 가며, 베트남전쟁에도 끼어든다. 중요한 것은 덕수가 자신이 아니라 가족의 원을 들어주려고 돈을 번다는 점이다. 영화는 덕수라는 인물을 표본 삼아 가족을 위한 희생을 운명으로 여기며 살아갔던 대한민국 역사의 한 세대를 눈물겹게 연출해낸다.
덕수의 인생은 한국 현대사의 한쪽 면을 고스란히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다른 한쪽 면, 그러니까 정치적 측면에서의 응달을 전혀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다. 먹고살기 바쁜 덕수에게 정치나 자유, 민주 같은 단어는 끼어들 틈이 없다.
그런데 사실 희생하는 아버지 이미지는 결코 새롭지 않다. 부모 세대의 희생 문제는 그야말로 닳고 닳은 한국형 가족 서사의 전형 아니던가. 그런데 윤 감독은 이 상투적인 서사를 자신만의 감각으로 갱신해낸다. ‘너는 내 운명’에서 이미 보여준 바 있는 황정민의 눈물 연기도 한몫 단단히 해낸다. 뻔히 울릴 걸 알면서 울게 되고, 울다 보면 감독이 매설한 웃음보에 걸려 깔깔거리게 된다. 감정의 시소를 타듯, 영화는 보는 내내 울다 웃다를 반복하게 한다. 그야말로 대중의 감각을 정확히 건드리는 셈이다.
대중영화는 사실 매우 관습적이고 상투적인 윤리감각 위에서 태어난다. 한 사람을 웃기고 울리기보다 여러 사람을 울리고 웃기는 게 훨씬 힘들다는 의미다. 그런 점에서 ‘국제시장’은 대중적 상업영화로서 여러 미덕을 가진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요즘처럼 웃을 일 없는 세상에 웃음을 주고, 울고 싶지만 마땅히 울 기회가 없는 이에게 맘껏 울 수 있는 빌미도 제공해준다. 아버지의 희생을 딛고 일어선 대한민국의 유복한 현재라는 보수적인 주제지만, ‘국제시장’의 대중 감각은 훨씬 더 잘 짜여 있다. 조심스럽게 흥행을 기대해볼 만하다.
이 상황에서 반전 기회를 엿보는 작품이 연말을 기점으로 대거 개봉한다. ‘상의원’ ‘기술자들’ ‘국제시장’ 같은 영화인데, 이 중 가장 주목받는 작품이 바로 ‘국제시장’이다. 일단 겉모습만 봐도 눈길을 끌 만하다. ‘해운대’로 10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던 윤제균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황정민이 주연을 맡았으니 말이다.
‘국제시장’은 6·25전쟁 시기부터 현재까지 대한민국 역사의 격동기를 ‘가장’으로 살아내야 했던 ‘아버지’를 주인공으로 삼고 있다. 자연스럽게 한국사의 질곡이 배경으로 등장하고, 가난했지만 오늘보다 내일이 나았던 고속 발전 시대의 경제사도 얼굴을 비춘다. 폐허를 딛고 일어선 오늘날의 아버지, 그 아버지의 뜨거운 인생이 2시간의 상영시간 동안 녹아 흐르는 것이다.
영화가 방점을 찍는 것은 아버지의 희생이다. 이 희생은 첫 장면부터 눈시울을 적신다. 흥남철수로 시작되는 첫 장면에서 아버지는 가족을 위해서라면 내 한 몸 바칠 각오가 된 자로 등장한다. 부재하는 아버지의 무게는 겨우 초등학생인 덕수가 이어받는다. 피난길에 헤어진 아버지가 덕수에게 전하는 메시지도 “넌 장남이고, 이 집안의 가장이다”라는 말이다.
주인공 덕수는 그 의무에 단 한 번도 의문을 품지 않는다. 그는 가족을 건사하고자 자기 공부를 포기하고, 위험한 독일 광산으로 가며, 베트남전쟁에도 끼어든다. 중요한 것은 덕수가 자신이 아니라 가족의 원을 들어주려고 돈을 번다는 점이다. 영화는 덕수라는 인물을 표본 삼아 가족을 위한 희생을 운명으로 여기며 살아갔던 대한민국 역사의 한 세대를 눈물겹게 연출해낸다.
덕수의 인생은 한국 현대사의 한쪽 면을 고스란히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다른 한쪽 면, 그러니까 정치적 측면에서의 응달을 전혀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다. 먹고살기 바쁜 덕수에게 정치나 자유, 민주 같은 단어는 끼어들 틈이 없다.
그런데 사실 희생하는 아버지 이미지는 결코 새롭지 않다. 부모 세대의 희생 문제는 그야말로 닳고 닳은 한국형 가족 서사의 전형 아니던가. 그런데 윤 감독은 이 상투적인 서사를 자신만의 감각으로 갱신해낸다. ‘너는 내 운명’에서 이미 보여준 바 있는 황정민의 눈물 연기도 한몫 단단히 해낸다. 뻔히 울릴 걸 알면서 울게 되고, 울다 보면 감독이 매설한 웃음보에 걸려 깔깔거리게 된다. 감정의 시소를 타듯, 영화는 보는 내내 울다 웃다를 반복하게 한다. 그야말로 대중의 감각을 정확히 건드리는 셈이다.
대중영화는 사실 매우 관습적이고 상투적인 윤리감각 위에서 태어난다. 한 사람을 웃기고 울리기보다 여러 사람을 울리고 웃기는 게 훨씬 힘들다는 의미다. 그런 점에서 ‘국제시장’은 대중적 상업영화로서 여러 미덕을 가진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요즘처럼 웃을 일 없는 세상에 웃음을 주고, 울고 싶지만 마땅히 울 기회가 없는 이에게 맘껏 울 수 있는 빌미도 제공해준다. 아버지의 희생을 딛고 일어선 대한민국의 유복한 현재라는 보수적인 주제지만, ‘국제시장’의 대중 감각은 훨씬 더 잘 짜여 있다. 조심스럽게 흥행을 기대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