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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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高 끌어내리면 오히려 과열경쟁 부활한다”

김용복 전국자사고교장단협의회장

  • 김지현 객원기자 koreanazalea@naver.com

    입력2014-09-15 10: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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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사高 끌어내리면 오히려 과열경쟁 부활한다”
    서울시내 자율형사립고(자사고) 8개교(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 우신고, 이대부고, 중앙고)에 대한 재지정 취소를 둘러싸고 서울시교육청과 교육부 간 팽팽한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다.

    문용린 전 서울시교육감이 재임하던 6월 서울시내 자사고 중 올해 재지정 평가 대상이던 14개교는 모두 기준 점수를 넘었다. 그러나 조희연 교육감이 취임한 뒤 실시한 2차 평가에서는 결과가 달랐다. 추석 직전인 9월 4일 서울시교육청은 운영성과 종합평가에서 기준 미달점을 받은 자사고 8곳을 발표했고, 2016년도부터 이 학교들을 일반고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에 자사고 재지정 취소 협의 신청도 냈다.

    그러나 바로 다음 날 교육부는 “서울시교육감의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와 그에 따른 지정 취소 결정 등에 부당한 사항이 있다”며 이 신청을 모두 반려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자사고 지정 취소는 본질적으로 교육감의 권한”이라는 의견이다. 교육부에 이미 협의를 요청한 만큼 자사고 취소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 확고하다.

    어이없는 교육감 재량평가 지표

    이런 상황에서 “이번 평가는 ‘끼워 맞추기’식 자사고 몰아내기”라고 주장하는 김용복 전국자사고교장단협의회 회장(배재고 교장·사진)을 만났다. 그는 차분하게 인터뷰를 이어가다 평가 결과에 대한 억울함을 토로하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는 가장 납득할 수 없는 것으로 8월 평가지표에 추가된 ‘교육감 재량평가’를 꼽았다.



    “6월 1차 평가 때와 평가지표가 바뀌어 당혹스럽습니다. 자사고 설립 취지에 맞는 운영 인식 정도, 자부담 공교육비 적절성, 학생 참여 자치문화 활성화 등의 항목을 어떤 기준으로 평가했는지도 모르겠어요. 인권동아리 운영 여부가 재지정 탈락에 영향을 미쳤는데, 인권동아리 유무는 애초에 지정 요건에 없었습니다. 또 자사고에 유리한 학생, 학부모, 교원 만족도 배점은 15점에서 10점으로 줄였어요. 학교 구성원의 의견은 듣지도 않은 비민주적인 방식의 평가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습니다.”

    김 회장은 자신이 교장으로 있는 배재고의 예를 들어 자사고의 장점을 설명했다. 첫째는 자사고 전환 후 면학 분위기가 향상됐다는 점. 자사고 지정 뒤 배재고는 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 영어, 수학 과목 표준점수 평균이 41점 올랐다. 이번 재지정 취소 대상 학교 중 숭문고는 54.3점, 경희고는 50.2점, 신일고는 48.2점 상승했다.

    “자사高 끌어내리면 오히려 과열경쟁 부활한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자율형사립고 운영성과 종합평가 결과와 문용린 전 서울시교육감 재임 시절 실시한 평가 결과를 비교한 자료.

    또 배재고는 학교법인으로부터 13억 원을 지원받아 재정 자립도가 높아졌고, 동아리 활동이 활발해져 학교 전체가 활기를 띠게 됐다고 한다. 배재고에는 창업경제동아리, 대학생들과 겨루는 무동력 항공기 동아리 등이 있다. 다른 자사고도 학습능력과 특기 적성을 함께 계발하고 있어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재지정 취소 대상이 된 세화고의 한 학생은 “방과후 수업에서 실력에 맞게 국·영·수를 공부할 수 있어 의욕이 생기고 학교생활이 즐겁다. 수요일마다 2시간씩 자신이 좋아하는 예체능을 배울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다. 일반고로 전환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또 자사고 평가지표에 추가된 설문조사에 대해 “어이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설문은 자사고 인근 중학교 교사들과 중3 학생, 일반계 고1 학생 및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특정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는 데 대한 찬성 또는 반대, 자사고에 대한 긍정적·부정적 인식에 대한 이유를 객관식으로 묻는 내용이다. 김 회장은 이에 대해 “자사고 폐지 여론을 이용하려는 졸속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황폐화한 공교육을 살리려고 자사고를 엄정하게 평가했다”며 공교육 위기의 주범으로 자사고를 지목했다. 하지만 김 회장은 “자사고 학생들이 일반고로 돌아간다고 일반고의 면학 분위기가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고 반박한다. “외국어고, 과학고가 있는 상황에서 자사고만 일반고로 끌어내린다고 뭐가 달라지겠나. 기대할 것은 하향평준화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김 회장은 “경쟁을 안 한다고 아이들이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또 자사고를 폐지한다고 경쟁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8학군 과열경쟁이 부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이스터고 더 많이 설립해야

    35년 이상 교육계에 몸담아온 김 회장이 자사고 폐지 대안으로 내놓는 것은 마이스터고 증설이다. 마이스터고는 기존 실업계 고등학교를 발전시킨 형태로, 바이오와 반도체, 자동차, 전자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 장인 육성을 목적으로 한 학교다. 김 회장은 자신이 일반계 고교 3학년 담임이던 시절 많은 학생이 정규수업을 듣지 않으려고 예체능계를 선택하는 모습을 보면서 입시 위주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모든 학생이 대학 진학만 바라보지 않게 해야 합니다. 자동차 정비, 미용 기술 등 특기적성을 길러 전문가가 되는 것을 장려하는 게 필요해요. 그러려면 마이스터고를 더 많이 설립하고 지원하는 게 교육의 다양성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선행학습과 학교 서열화를 부추긴다’는 이유에서 자사고를 비판하는 이들도 다양성을 갖춘 교육이 중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안상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부소장은 “고등학교 교육은 수월성이 아닌 다양성 위주로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서울시교육청 평가에서 기준점 이하를 받은 자사고 8개교는 큰 혼란에 빠져 있다. 자사고는 일반계 고교보다 앞서 10월에 신입생 원서를 접수하기 때문에, 중3 학생과 학부모의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전국자사고교장단협의회는 서울시교육청이 재지정 취소를 강행하면 처분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을 포함한 법적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자사고를 둘러싼 논란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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