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마술피리’.
하지만 이런저런 걸림돌에도 이 호사스러운 페스티벌을 체험해볼 만한 이유는 적잖다. 이 지점에서 ‘최고 페스티벌’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나 허영심은 잠시 밀쳐둬도 좋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외양보다 내실에 더 의미를 두는 축제이기 때문이다.
이 축제의 백미는 역시 오페라 공연이다. 오페라를 볼 때는 호화 출연진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무대 연출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시대 정상급 연출가가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오페라 무대의 최신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고, 나아가 작품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이해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12년 ‘마술피리’의 관전 포인트는 먼저 고음악계 최고 거장인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가 ‘빈 콘첸투스 무지쿠스’를 지휘한 데 있었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마술피리’가 시대악기로 연주되기는 그때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다음 포인트는 도르트문트 오페라 감독인 옌스다니엘 헤어초크의 연출에 있었다. 고전적인 연출에 비하면 적잖이 생경하고 특이하게 다가왔던 그 연출은 의외와 반전의 연속이었는데, 그중 압권은 마지막 장면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결합한 타미노 왕자와 파미나 공주는 더는 자라스트로에게도, 밤의 여왕에게도 의존하지 않았다. 자라스트로가 떨어뜨린 ‘일곱 겹 태양판’은 두 사람이 낳은 아이의 장난감으로 주어졌다.
오페라 ‘낙소스의 아리아드네’.
하지만 더욱 돋보인 건 독일 배우 겸 연출가 스벤에릭 베흐톨프의 절묘한 연출이었다. 이 해 페스티벌 극장장으로 지명된 그는 좀처럼 공연하지 않는 이 오페라의 초판본을 무대에 올려 연극으로 진행되는 ‘평민 귀족’ 장면을 되살렸을 뿐 아니라, 대본작가인 호프만슈탈과 오토니 백작부인의 로맨스를 가미해 더욱 복잡하고 정교하며 흥미진진한 극을 만들어냈다.
한편 여건이 허락한다면 잘츠부르크에 머무는 동안 하루 정도는 주변의 ‘잘츠카머구트’로 나가볼 것을 권한다. 장크트길겐, 바트이슐, 할슈타트 등지를 누비며 오스트리안 알프스의 수려한 풍광과 특별한 정취를 만끽하는 일 또한 공연 관람 못지않게 즐겁고 소중한 체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