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8월 14일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25%로 낮췄다. 지난해 5월 2.75%였던 금리를 2.50%로 한 차례 인하하고 줄곧 동결 기조를 유지한 지 15개월 만에 단행한 금리 인하였다.
예상했던 일이긴 하지만 증권업계는 환호성을 질렀다.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수혜 업종으로 건설업, 은행업에 더해 증권업을 꼽았다. 증권사들의 수익이 개선되리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었다.
금리가 인하돼 시중에 유동성이 풀리면 이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몰려 증권사 수익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투자처를 잃은 일부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주식 거래량이 늘어나고, 이때 증권사는 주식 거래 때 발생하는 수수료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또한 증권사가 보유한 채권의 평가 이익이 늘어나 실적 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
증권사에 시련이 닥친 것은 유럽 재정위기 이후다. 최악은 2012년이었다. 2012 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 증권사의 총 당기순이익은 1조2408억 원으로 전년(2조2126억 원)에 비해 43.9% 급감했다. 이는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최저 실적이었다. 당시 62곳이던 증권사 중 15곳이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총규모는 2907억 원에 달했다. 흑자를 냈던 나머지 47곳도 총 5105억 원(33.3%) 규모로 실적이 감소했다.
2013년에도 상황은 좋지 않았다. 2013 회계연도(2013년 4월~2014년 3월)에 증권사는 1098억 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2002년 이후 처음으로 적자로 전환했다.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증권사는 28곳으로 늘어났다.
올 상반기 턴어라운드
증권사 주가도 바닥을 기었다. 일반적으로 주식시장이 강세일 경우 증권사 주가도 함께 오르는 경향이 있다. 시장 전체 분위기가 달아오르면 투자자금이 밀려들고, 이를 통해 증권사가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스피가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음에도 증권사 주가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증권사의 계속되는 실적 악화로 위기감이 지속된 탓이다.
그 원인은 거래 대금 급감으로 위탁매매 수익이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증권사의 주요 수입원은 투자자와 거래소 사이에서 주문을 중개하고 받는 수수료다. 주식이 빈번히 거래될수록, 큰 규모로 거래될수록 증권사는 돈을 번다. 증권사의 위탁수수료 이익 비중은 36.1%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위험회피 심리로 시중 자금은 저마진 단기 안전자산에 집중됐고 이는 주식과 펀드거래 감소로 이어졌다. 거래 대금이 급감했으며, 이는 증권사의 수익 악화로 직결됐다. 게다가 외환위기 이후 증권사가 우후죽순 늘어나고, 온라인 증권사 출범으로 경쟁이 치열해진 탓에 ‘수수료율 인하’라는 제 살 깎아먹기 경쟁까지 펼쳐졌다. 2013년에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시장금리가 상승해 증권사 보유채권의 평가손까지 발생했다.
증권사의 실적 악화는 구조조정을 불러왔다. 다른 표현으로 ‘칼바람’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1년 말 증권사 임직원 수는 4만4055명이었으나 2013년 말에는 4만243명으로 2년 새 3812명이 여의도 증권가를 떠났다. 올 들어서는 3만7723명(6월 말)으로 줄어 2008년 6월 이후 처음으로 3만 명대로 떨어졌다.
증권사 지점도 통폐합 추세에 따라 거듭 감소세를 보인다. 2011년 말 1856개였던 국내 증권사 지점 수는 2012년 말 1674개로 줄어들더니 2013년 말에는 1534개로 감소했다. 이런 추세는 올해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6월 기준 증권사 지점 수는 1343개로 더욱 줄어들었다.
여의도 증권가에 빛이 든 것은 올 상반기부터다. 적어도 실적만 두고 본다면 확실히 턴어라운드 국면에 접어든 듯하다.
올 상반기 증권사는 5753억 원 순이익을 기록했다. 8월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분기 증권사의 순이익(잠정)은 2774억 원으로 전년 동기 1192억 원에 비해 1582억 원(32.7%) 증가했다. 1분기 흑자전환(2979억 원)에 이어 그 나름 선방한 성적이다. 증권사별로는 61개사 중 39개사가 흑자(4086억 원)를 기록했으며, 22개사는 적자(1312억 원)를 냈다.
실적 개선에 힘입어 증권사 주가도 크게 상승했다. 유가증권시장 22개 상장 증권주 가격을 추종하는 증권업지수는 연초 대비 24.4% 상승해 지난해 하락분을 만회한 상태다. 증권업지수는 7월 한 달간 21%나 상승하며 코스피 수익률(3.7%)을 17.3%나 뛰어넘기도 했다.
그러나 증권사의 호실적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증권사가 영업을 잘했다기보다 구조조정에 따른 비용 감축, 우호적인 금리 환경 등 투자심리 완화에 따라 개선된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주력 수익원인 위탁수수료의 경우, 주식거래 대금의 지속적인 하락 추세 속에서 2분기 7813억 원을 기록해 전분기 대비 339억 원, 전년 동기 대비 2150억 원(-21.6%) 감소했다.
향후 정책적 환경은 우호적
반면, 상반기 증권사의 실적 개선에 가장 도움이 됐던 것은 자기매매이익이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채권금리가 하락(채권 가격은 상승)한 덕을 본 것이다. 지난해 5~6월 금리 급등기에 본 채권 운용 손실이 금리 하락기인 현재 채권을 대규모로 보유한 증권사를 중심으로 금리 평가 차익으로 돌아온 것이다.
증권사는 금리 하락을 예상하고, 상반기 동안 채권 규모를 지속적으로 늘려왔다. 증권사 전체 채권 보유 잔액은 지난해 연말 135조7000억 원에서 1분기 말 141조3000억 원, 2분기 말 150조 원으로 점진적인 증가 양상을 보였다.
증권사의 상반기 실적 개선이 금리 인하라는 정책적 이슈와 이에 따른 채권 운용 수익에 바탕을 둔 것이라는 점은 아직 증권업계가 침체 분위기에서 완전히 탈피하지 못했다고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금리 하락기의 채권 보유는 채권 가격 상승 덕에 효자 노릇을 하지만, 반대로 금리 상승기에는 채권 가격 하락 탓에 불효자 노릇을 한다. 올 상반기 증권사가 얻은 채권 평가 이익이 사실 그 이전의 평가 손실에 의한 기저 효과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추세적인 실적 개선을 위해서는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신호가 감지돼야 하는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추가 인하 시그널은 제시되지 않았다. 오히려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를 기점으로 시장금리가 반등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증권사의 채권 운용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시장금리다. 실제로 금리 인하 이후 단기·중기·장기 국채 모두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연내 또는 내년 초 기준금리가 한 차례 더 인하(25bp/ 1bp(basis point)=0.01%p)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실제 성사 여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희망적인 부분은 증권업계를 둘러싼 정책적 환경이 우호적이라는 점이다. 금융산업의 수익성을 높이는 한편,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올해 들어 다양한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을 내놓고 있다. 상장 활성화, 배당 확대, NCR(영업용 순자본 비율) 완화, 주가 가격제한폭 완화 같은 정책 발표가 잇따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예상했던 일이긴 하지만 증권업계는 환호성을 질렀다.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수혜 업종으로 건설업, 은행업에 더해 증권업을 꼽았다. 증권사들의 수익이 개선되리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었다.
금리가 인하돼 시중에 유동성이 풀리면 이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몰려 증권사 수익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투자처를 잃은 일부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주식 거래량이 늘어나고, 이때 증권사는 주식 거래 때 발생하는 수수료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또한 증권사가 보유한 채권의 평가 이익이 늘어나 실적 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
증권사에 시련이 닥친 것은 유럽 재정위기 이후다. 최악은 2012년이었다. 2012 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 증권사의 총 당기순이익은 1조2408억 원으로 전년(2조2126억 원)에 비해 43.9% 급감했다. 이는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최저 실적이었다. 당시 62곳이던 증권사 중 15곳이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총규모는 2907억 원에 달했다. 흑자를 냈던 나머지 47곳도 총 5105억 원(33.3%) 규모로 실적이 감소했다.
2013년에도 상황은 좋지 않았다. 2013 회계연도(2013년 4월~2014년 3월)에 증권사는 1098억 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2002년 이후 처음으로 적자로 전환했다.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증권사는 28곳으로 늘어났다.
8월 14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2.50%에서 2.25%로 인하한다고 발표하자 코스피가 상승세를 보이다 폭을 줄여 2,063.22 강보합으로 마감했다.
증권사 주가도 바닥을 기었다. 일반적으로 주식시장이 강세일 경우 증권사 주가도 함께 오르는 경향이 있다. 시장 전체 분위기가 달아오르면 투자자금이 밀려들고, 이를 통해 증권사가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스피가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음에도 증권사 주가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증권사의 계속되는 실적 악화로 위기감이 지속된 탓이다.
그 원인은 거래 대금 급감으로 위탁매매 수익이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증권사의 주요 수입원은 투자자와 거래소 사이에서 주문을 중개하고 받는 수수료다. 주식이 빈번히 거래될수록, 큰 규모로 거래될수록 증권사는 돈을 번다. 증권사의 위탁수수료 이익 비중은 36.1%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위험회피 심리로 시중 자금은 저마진 단기 안전자산에 집중됐고 이는 주식과 펀드거래 감소로 이어졌다. 거래 대금이 급감했으며, 이는 증권사의 수익 악화로 직결됐다. 게다가 외환위기 이후 증권사가 우후죽순 늘어나고, 온라인 증권사 출범으로 경쟁이 치열해진 탓에 ‘수수료율 인하’라는 제 살 깎아먹기 경쟁까지 펼쳐졌다. 2013년에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시장금리가 상승해 증권사 보유채권의 평가손까지 발생했다.
증권사의 실적 악화는 구조조정을 불러왔다. 다른 표현으로 ‘칼바람’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1년 말 증권사 임직원 수는 4만4055명이었으나 2013년 말에는 4만243명으로 2년 새 3812명이 여의도 증권가를 떠났다. 올 들어서는 3만7723명(6월 말)으로 줄어 2008년 6월 이후 처음으로 3만 명대로 떨어졌다.
증권사 지점도 통폐합 추세에 따라 거듭 감소세를 보인다. 2011년 말 1856개였던 국내 증권사 지점 수는 2012년 말 1674개로 줄어들더니 2013년 말에는 1534개로 감소했다. 이런 추세는 올해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6월 기준 증권사 지점 수는 1343개로 더욱 줄어들었다.
여의도 증권가에 빛이 든 것은 올 상반기부터다. 적어도 실적만 두고 본다면 확실히 턴어라운드 국면에 접어든 듯하다.
올 상반기 증권사는 5753억 원 순이익을 기록했다. 8월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분기 증권사의 순이익(잠정)은 2774억 원으로 전년 동기 1192억 원에 비해 1582억 원(32.7%) 증가했다. 1분기 흑자전환(2979억 원)에 이어 그 나름 선방한 성적이다. 증권사별로는 61개사 중 39개사가 흑자(4086억 원)를 기록했으며, 22개사는 적자(1312억 원)를 냈다.
실적 개선에 힘입어 증권사 주가도 크게 상승했다. 유가증권시장 22개 상장 증권주 가격을 추종하는 증권업지수는 연초 대비 24.4% 상승해 지난해 하락분을 만회한 상태다. 증권업지수는 7월 한 달간 21%나 상승하며 코스피 수익률(3.7%)을 17.3%나 뛰어넘기도 했다.
그러나 증권사의 호실적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증권사가 영업을 잘했다기보다 구조조정에 따른 비용 감축, 우호적인 금리 환경 등 투자심리 완화에 따라 개선된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주력 수익원인 위탁수수료의 경우, 주식거래 대금의 지속적인 하락 추세 속에서 2분기 7813억 원을 기록해 전분기 대비 339억 원, 전년 동기 대비 2150억 원(-21.6%) 감소했다.
향후 정책적 환경은 우호적
반면, 상반기 증권사의 실적 개선에 가장 도움이 됐던 것은 자기매매이익이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채권금리가 하락(채권 가격은 상승)한 덕을 본 것이다. 지난해 5~6월 금리 급등기에 본 채권 운용 손실이 금리 하락기인 현재 채권을 대규모로 보유한 증권사를 중심으로 금리 평가 차익으로 돌아온 것이다.
증권사는 금리 하락을 예상하고, 상반기 동안 채권 규모를 지속적으로 늘려왔다. 증권사 전체 채권 보유 잔액은 지난해 연말 135조7000억 원에서 1분기 말 141조3000억 원, 2분기 말 150조 원으로 점진적인 증가 양상을 보였다.
증권사의 상반기 실적 개선이 금리 인하라는 정책적 이슈와 이에 따른 채권 운용 수익에 바탕을 둔 것이라는 점은 아직 증권업계가 침체 분위기에서 완전히 탈피하지 못했다고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금리 하락기의 채권 보유는 채권 가격 상승 덕에 효자 노릇을 하지만, 반대로 금리 상승기에는 채권 가격 하락 탓에 불효자 노릇을 한다. 올 상반기 증권사가 얻은 채권 평가 이익이 사실 그 이전의 평가 손실에 의한 기저 효과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추세적인 실적 개선을 위해서는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신호가 감지돼야 하는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추가 인하 시그널은 제시되지 않았다. 오히려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를 기점으로 시장금리가 반등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증권사의 채권 운용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시장금리다. 실제로 금리 인하 이후 단기·중기·장기 국채 모두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연내 또는 내년 초 기준금리가 한 차례 더 인하(25bp/ 1bp(basis point)=0.01%p)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실제 성사 여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희망적인 부분은 증권업계를 둘러싼 정책적 환경이 우호적이라는 점이다. 금융산업의 수익성을 높이는 한편,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올해 들어 다양한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을 내놓고 있다. 상장 활성화, 배당 확대, NCR(영업용 순자본 비율) 완화, 주가 가격제한폭 완화 같은 정책 발표가 잇따라 쏟아져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