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만큼 현대인의 삶에 큰 변화를 몰고 온 물건이 또 있을까. 이제 우리는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든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인터넷 검색을 즐기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접속해 지인과 소통할 수 있다. 더욱이 금융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지금도 몇몇 애플리케이션(앱)을 스마트폰에 깔면 휴대전화번호만으로 소액의 현금을 지인과 주고받을 수 있고, 편의점에서 상품을 구매할 때 스마트폰으로 결제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변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먼저 미국의 경우를 보자. 세계적인 IT(정보기술) 기업들은 앞다퉈 자신이 보유한 플랫폼에 창의적인 모바일 금융서비스를 접목해 금융권에 진입하고 있다. 이는 금융거래 수수료를 확보해 수익을 확대하려는 전략이지만, 그 결과로 사람들은 재미있고 편리한 모바일 금융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선두주자는 구글이다. 구글은 2011년 5월 ‘구글월렛(Google Wallet)’을 출시하며 NFC(근거리무선통신)를 탑재한 스마트폰만 있으면 지갑 없이도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시대를 열었다. 출시 초기에는 온라인 결제업체 페이팔(PayPal)을 앞지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으나, 보안 이슈가 불거짐에 따라 시장으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그러나 구글은 지난해 e메일을 이용해 현금을 주고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추가했고, 앞으로는 구글글래스에 구글월렛을 연결해 손쉽게 현금을 주고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애플의 움직임도 빠르다. 9월 출시할 차세대 스마트폰 ‘아이폰6’에 신용카드 기능으로 대금 결제가 가능한 전자지갑 ‘아이월렛(iWallet)’을 도입할 예정이다. 애플의 전자지갑은 블루투스나 와이파이를 이용하며, 지문인식 기능을 활용한 본인 확인 절차로 보안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애플은 모바일 결제서비스 업체 스퀘어를 인수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스퀘어는 영세 상인이 별도의 단말기 없이도 어디서나 신용카드 결제를 받을 수 있는 모바일 카드 결제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 지난해 12월에는 역시 e메일로 송금 가능한 ‘스퀘어 캐시’ 서비스를 출시한 바 있다.
페이스북은 한층 더 적극적이다. 6월 데이비드 마커스 페이팔 사장을 영입한 이래 메신저로 송금 가능한 서비스를 구축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페이스북 메신저로 약 2억 명의 이용자가 하루 평균 120억 건의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2월에는 190억 달러에 ‘와츠앱’을 인수해 메신저 이용자 5억 명을 추가로 확보했다.
한편 페이스북은 일부 중소기업의 페이스북에 ‘구매(buy)’ 버튼을 추가해 페이스북 안에서 온라인 거래가 가능한지를 시험 중이다. 만약 이 시험이 성공한다면 페이스북 이용자는 금융거래 정보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저장해놓고 원하는 상품을 클릭 한 번으로 구매할 수 있게 된다.
6월 아마존은 새로운 온라인 결제 시스템인 ‘아마존 페이먼츠(Amazon Payments)’를 공개했다. 아마존 계정이 있는 회원은 아마존과 제휴한 온라인 상점에서 물건을 살 때 결제 정보를 입력하는 대신 ‘아마존으로 결제하기’(Pay with Amazon)를 선택하면 끝난다. 아마존 계정에 이미 저장해놓은 신용카드 정보로 손쉽게 대금 결제를 할 수 있는 것. 특히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로 결제할 때 편의성이 높고, 6월 아마존이 새롭게 선보인 파이어폰과 함께 이용하면 모바일 쇼핑이 훨씬 쉬워질 전망이다.
자, 이제 한국으로 돌아오자. 국내의 경우 SK텔레콤이 2010년 6월 다양한 멤버십 카드를 하나의 스마트폰에서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스마트월렛’을 선보인 것이 모바일과 금융의 첫 번째 결합이었다. SK텔레콤은 2014년 현재 1200만 명이라는 최대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고, KT와 LG유플러스도 비슷한 전자지갑을 제공 중이다(그래프1 참조).
금융권에서는 은행과 신용카드사가 주축이 돼 모바일 금융서비스를 주도하고 있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이 2012년 2월 각각 출시한 ‘하나N월렛’과 ‘주머니’라는 모바일 앱이 대표적이다. 받는 사람의 은행계좌 대신 휴대전화번호만 알면 소액을 송금할 수 있고, 선불카드에 미리 현금을 충천해놓으면 오프라인 가맹점에서 바코드로 대금을 결제할 수도 있다.
한국 IT 기업들도 사업 모색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최근 실시한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응답자의 60.5%가 전자지갑을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이 이용한 전자지갑은 SK텔레콤의 스마트월렛, 신용카드사, 은행 전자지갑 순이었다. 실생활에서 신용카드나 체크카드 사용이 가장 빈번하기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다.
전자지갑에 대한 서비스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는 은행 전자지갑에 가장 높은 점수를, 신용카드사에 가장 낮은 점수를 줬다. 전자지갑을 사용해본 적 없다고 응답한 39.5%는 스마트폰 분실이나 해킹 등으로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것을 가장 우려했다. 전자지갑을 설치하는 방법을 모르거나 절차가 번거로워 사용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그래프2 참조). 아직은 서비스 수준이 사용자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방증이다.
요컨대 그동안 국내에는 비금융회사가 관련 서비스에 진출하는 데 많은 법적 제약이 있었고, 전자지갑 시장을 주도하는 금융회사들의 서비스는 자사 고객을 중심으로 한다는 한계와 보안사고 우려 등으로 크게 활성화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IT 기업들이 재미있고 편리한 서비스로 한국 시장에 진입한다면 국내 회사는 경쟁력 부족을 절감할 공산이 크다.
이 때문에 최근 몇몇 IT 기업은 아예 국내 은행들과 손잡고 관련 사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메신저를 통해 모바일 송금은 물론 오프라인 결제도 가능한 ‘뱅크월렛 카카오’로, 9월 출시를 목표로 금융감독원의 보안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카카오톡 가입자 수가 3700만 명에 달하는 만큼 이 서비스가 출시된다면 스마트폰으로 소액을 송금하고 결제하는 이용자 수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역시 보안이다. 올해도 크고 작은 금융 보안 사고가 발생했고, 그때마다 이용자는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왔다. 다양한 모바일 금융서비스가 활성화하려면 금융회사와 IT 기업의 긴밀한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보안 문제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전적으로 감당하는 등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는 것이 그 첫 시작일 터다.
그러나 변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먼저 미국의 경우를 보자. 세계적인 IT(정보기술) 기업들은 앞다퉈 자신이 보유한 플랫폼에 창의적인 모바일 금융서비스를 접목해 금융권에 진입하고 있다. 이는 금융거래 수수료를 확보해 수익을 확대하려는 전략이지만, 그 결과로 사람들은 재미있고 편리한 모바일 금융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선두주자는 구글이다. 구글은 2011년 5월 ‘구글월렛(Google Wallet)’을 출시하며 NFC(근거리무선통신)를 탑재한 스마트폰만 있으면 지갑 없이도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시대를 열었다. 출시 초기에는 온라인 결제업체 페이팔(PayPal)을 앞지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으나, 보안 이슈가 불거짐에 따라 시장으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그러나 구글은 지난해 e메일을 이용해 현금을 주고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추가했고, 앞으로는 구글글래스에 구글월렛을 연결해 손쉽게 현금을 주고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애플의 움직임도 빠르다. 9월 출시할 차세대 스마트폰 ‘아이폰6’에 신용카드 기능으로 대금 결제가 가능한 전자지갑 ‘아이월렛(iWallet)’을 도입할 예정이다. 애플의 전자지갑은 블루투스나 와이파이를 이용하며, 지문인식 기능을 활용한 본인 확인 절차로 보안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애플은 모바일 결제서비스 업체 스퀘어를 인수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스퀘어는 영세 상인이 별도의 단말기 없이도 어디서나 신용카드 결제를 받을 수 있는 모바일 카드 결제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 지난해 12월에는 역시 e메일로 송금 가능한 ‘스퀘어 캐시’ 서비스를 출시한 바 있다.
페이스북은 한층 더 적극적이다. 6월 데이비드 마커스 페이팔 사장을 영입한 이래 메신저로 송금 가능한 서비스를 구축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페이스북 메신저로 약 2억 명의 이용자가 하루 평균 120억 건의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2월에는 190억 달러에 ‘와츠앱’을 인수해 메신저 이용자 5억 명을 추가로 확보했다.
한편 페이스북은 일부 중소기업의 페이스북에 ‘구매(buy)’ 버튼을 추가해 페이스북 안에서 온라인 거래가 가능한지를 시험 중이다. 만약 이 시험이 성공한다면 페이스북 이용자는 금융거래 정보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저장해놓고 원하는 상품을 클릭 한 번으로 구매할 수 있게 된다.
6월 아마존은 새로운 온라인 결제 시스템인 ‘아마존 페이먼츠(Amazon Payments)’를 공개했다. 아마존 계정이 있는 회원은 아마존과 제휴한 온라인 상점에서 물건을 살 때 결제 정보를 입력하는 대신 ‘아마존으로 결제하기’(Pay with Amazon)를 선택하면 끝난다. 아마존 계정에 이미 저장해놓은 신용카드 정보로 손쉽게 대금 결제를 할 수 있는 것. 특히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로 결제할 때 편의성이 높고, 6월 아마존이 새롭게 선보인 파이어폰과 함께 이용하면 모바일 쇼핑이 훨씬 쉬워질 전망이다.
자, 이제 한국으로 돌아오자. 국내의 경우 SK텔레콤이 2010년 6월 다양한 멤버십 카드를 하나의 스마트폰에서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스마트월렛’을 선보인 것이 모바일과 금융의 첫 번째 결합이었다. SK텔레콤은 2014년 현재 1200만 명이라는 최대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고, KT와 LG유플러스도 비슷한 전자지갑을 제공 중이다(그래프1 참조).
금융권에서는 은행과 신용카드사가 주축이 돼 모바일 금융서비스를 주도하고 있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이 2012년 2월 각각 출시한 ‘하나N월렛’과 ‘주머니’라는 모바일 앱이 대표적이다. 받는 사람의 은행계좌 대신 휴대전화번호만 알면 소액을 송금할 수 있고, 선불카드에 미리 현금을 충천해놓으면 오프라인 가맹점에서 바코드로 대금을 결제할 수도 있다.
한국 IT 기업들도 사업 모색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최근 실시한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응답자의 60.5%가 전자지갑을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이 이용한 전자지갑은 SK텔레콤의 스마트월렛, 신용카드사, 은행 전자지갑 순이었다. 실생활에서 신용카드나 체크카드 사용이 가장 빈번하기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다.
전자지갑에 대한 서비스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는 은행 전자지갑에 가장 높은 점수를, 신용카드사에 가장 낮은 점수를 줬다. 전자지갑을 사용해본 적 없다고 응답한 39.5%는 스마트폰 분실이나 해킹 등으로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것을 가장 우려했다. 전자지갑을 설치하는 방법을 모르거나 절차가 번거로워 사용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그래프2 참조). 아직은 서비스 수준이 사용자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방증이다.
요컨대 그동안 국내에는 비금융회사가 관련 서비스에 진출하는 데 많은 법적 제약이 있었고, 전자지갑 시장을 주도하는 금융회사들의 서비스는 자사 고객을 중심으로 한다는 한계와 보안사고 우려 등으로 크게 활성화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IT 기업들이 재미있고 편리한 서비스로 한국 시장에 진입한다면 국내 회사는 경쟁력 부족을 절감할 공산이 크다.
이 때문에 최근 몇몇 IT 기업은 아예 국내 은행들과 손잡고 관련 사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메신저를 통해 모바일 송금은 물론 오프라인 결제도 가능한 ‘뱅크월렛 카카오’로, 9월 출시를 목표로 금융감독원의 보안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카카오톡 가입자 수가 3700만 명에 달하는 만큼 이 서비스가 출시된다면 스마트폰으로 소액을 송금하고 결제하는 이용자 수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역시 보안이다. 올해도 크고 작은 금융 보안 사고가 발생했고, 그때마다 이용자는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왔다. 다양한 모바일 금융서비스가 활성화하려면 금융회사와 IT 기업의 긴밀한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보안 문제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전적으로 감당하는 등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는 것이 그 첫 시작일 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