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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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총기난사…고질병 여전하軍!

22사단 사건 임모 병장 개인 문제보다 심각한 병영환경이 ‘뿌리’

  •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 jdkim2010@naver.com

    입력2014-06-30 09: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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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총기난사…고질병 여전하軍!

    6월 24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새마을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강원 고성 GOP 총기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조문을 하러 온 군 장병들이 유가족에게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6월 21일 동부전선 22사단 GOP(일반 전방초소)에서 벌어진 끔찍한 총기난사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임모 병장의 ‘개인 문제’로 보는 관점이다. 군은 이미 관심사병 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그 후 발생하는 문제는 군이 아닌 개인의 문제라는 견해에 가깝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국방부는 관심사병을 A, B, C 3등급으로 분류한 다음 심각한 문제가 있는 병사를 ‘새 사람’으로 만들기 위한 비전캠프와 그린캠프를 운영하며 멘토와 상담을 진행한다고 설명한다.

    이와 반대로 군대라는 집단과 조직문화에 그 원인이 있다고 보는 구조적 관점도 있다. 2011년 해병 2사단의 총기난사 사건과 마찬가지로, 이번 사건도 우리 병영에서 확산되는 고질적인 악습과 부조리의 산물이라는 주장이다. 범죄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것으로 추정되는 ‘왕따 놀이’는 한국 징병제의 독특한 하위문화로 지목된다. 더불어 징집 대상 연령 인구의 감소, 1가구 1자녀 시대의 스마트폰 세대 병사라는 사회적 변화도 배경이다.

    무엇이 진실일까. 일단 국방부는 이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정리하고 더는 공론화를 꺼리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6월 25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이 사건의 본질은 ‘개인의 문제’라고 규정하는 모양을 취했다. 그 배경에는 북한 위협에 직면한 한국군의 기반이 흔들리는 것처럼 비치지 않으려는 강한 조직 보호 논리가 작동한다. 마침 김 장관은 국가안보실장으로 영전해 임명장을 받은 터다. 국방 최고위층의 리더십이 공백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에서 이 문제에 대한 책임 있는 논의가 어려운 환경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간단히 치부해버리면 앞으로도 군이 심각한 재앙에 직면할 가능성이 고스란히 남는다. 2011년 7월 해병 2사단 총기난사 사건과 이번 사건의 유사성을 따져보면 공통 원인이 명확히 확인되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해당 부대에 비정상적으로 가중된 업무다. 해병 2사단의 경우 당시 총 11개 대대 가운데 9개 대대가 전방 경계에 투입됐다. 육군의 경우 통상 1개 대대가 경계에 투입되면 1개는 예비, 1개는 교육훈련이라는 3교대 시스템으로 6~12개월 단위로 순환된다. 그러나 해병은 이러한 교대 개념 자체가 없다. 병력이 영세한 소군의 현실이다.

    근무 여건 가장 열악한 부대



    여기에 당시는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을 겪은 군이 해병대사령부를 주축으로 서북도서방위사령부를 창설하는 대규모 조직 개편을 진행하던 상황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인력이 부족한데 사령부 창설에 추가로 병력이 차출되자 고충은 한층 가중됐다. 총기난사 사건 직전 해병 초병이 여객기를 북한 전투기로 오인하고 사격을 가하는 사건이 벌어진 것은 조직이 붕괴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하나의 신호였다.

    이번에 사건이 발생한 22사단의 경우를 보자. 해당 부대가 2012년 10월 북한군 병사가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철책을 넘어 GOP 생활관에 제 발로 찾아온 일명 ‘노크 귀순’ 사건이 발생한 곳이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전부터 벌어진 잦은 총기 사건과 함께 이 부대는 ‘작전에 실패한 부대’로 낙인찍힌 셈이다.

    그러나 마냥 이를 질타하기에 앞서 이 부대가 처한 독특한 환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22사단 지역은 6·25전쟁 당시 오직 국군 힘으로만 수복한 점령지다. 지도를 살펴보면 군사분계선이 이 일대에서 급격히 북쪽으로 휘어 올라간다. 서쪽을 보면 북한군 초소가 우리 남쪽으로 내려와 있다. 등 뒤와 전방에 모두 북한군 초소가 있는 군사적 긴박성이 남다른 지역이라는 뜻이다.

    게다가 험준한 산악과 해안을 끼고 있어 작전 범위가 여타 보병사단에 비해 5배 이상 넓다. 관광지가 인접한 까닭에 민간 왕래가 잦고 민·군 간에도 분쟁과 갈등이 빈번하다. 험준한 지형으로 서부전선에 비해 보급이 늦는 데다 경계병력 역시 실수요의 70~80%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모든 여건이 열악하기로 손꼽히는 부대인 셈이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직후 군은 가장 험한 오지에 해당하는 이 부대에 대해서도 예외 없이 외출과 외박, 휴가를 일부 제한하고 각종 음주와 회식을 금지시켰다. 장병들로서는 일상을 빼앗긴 셈이고, 이에 대한 불만 역시 급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군이 아무리 보호관심사병 제도를 운용한다 해도 객관적인 여건 자체가 열악하다면 인간의 인내심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총기 사건으로 사망한 한 병사의 아버지가 현장을 둘러보고 “30년 전 내가 군 생활할 때보다 여건이 더 나빠진 것 같다”고 한탄했다는 소식은 이 사건의 일차적 배경을 짐작게 한다. 경계와 작업이 번갈아 이어지는 고달픈 GOP 생활은 이미 감내하기 벅찬 임무다. 열악한 상황에서 조직이 너무 많은 짐을 떠맡은 것이야말로 불행이 시작된 지점이라는 뜻이다.

    또 총기난사…고질병 여전하軍!

    2011년 7월 19일 인천 강화군 해병 2사단 해안소초에서 진행된 해병대 총기난사 사건 현장 검증. 부대원들에게 K-2 소총을 발사해 4명을 숨지게 한 김모(19) 상병은 모자를 눌러쓰고 휠체어를 탄 채 현장 검증에 임했다(왼쪽). 강원 화천군에 위치한 육군 칠성부대 GOP 부대 소속 장병들이 철책 너머 북한 땅을 바라보며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한국군과 북한군 초소의 거리는 1.3km에 불과하다.

    이대론 제2, 제3 사건 벌어져

    상황을 이렇게 정리하고 나면, ‘관심병사’란 과연 어떤 존재이냐는 의문이 자연스레 따라 나온다. 사건을 저지른 임 병장이 문제가 있는 사병이라면 그는 더 존중과 배려를 받아야 맞다. 만약 거꾸로 부대원들로부터 고립된 ‘왕따’가 됐다면 사실상 집단에서 배제됐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병영에서는 갖가지 기상천외한 ‘왕따’ 놀이가 하위문화로 정착됐다는 게 최근 전역자들의 한결 같은 증언이다. 이 또한 2011년 해병 2사단 사건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조직은 높은 수준의 인내와 헌신을 요구하지만 개인이 이를 충족하지 못할 때 집단이 가하는 체벌 가운데 하나가 바로 ‘왕따’일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방 어디에서는 그와 같은 집단 괴롭힘이 일어나고 있다. 취침할 때도 매시간 불침번이 깨우는 잠 안 재우기는 고전적 수법에 해당한다. 줄에 매달아놓은 대검 밑에서 잠자게 하는 고통을 사흘만 겪으면 헛소리를 하게 된다는 체험담도 있다. 이러한 직접 폭력이 아니더라도, 후임과 선임이 계급에 걸맞은 대우를 해주지 않고 오히려 무시하는 ‘투명인간 취급’도 있다. 바로 ‘계급 열외’다.

    이와 같은 현상은 조직이 설정한 목표와 이를 실행할 구성원을 관리하는 능력 사이에 심각한 괴리를 보이는 한국 징병제의 가장 어두운 단면이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병영문화를 개선하겠다고 말해온 국방부의 공언이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사실이 이번 사건으로 다시 한 번 확인된 셈이다. 이 사건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경우 앞으로 더 끔찍한 사건을 막을 방법도 함께 사라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좀 더 근본적으로 성찰하지 않으면 제2, 제3의 임 병장을 막을 길은 없다.

    군 내 자살률 통계의 함정

    20대 국민 남성의 절반?…다른 나라 비교에는 한계


    황일도 기자 shamora@donga.com

    또 총기난사…고질병 여전하軍!
    한국군 장병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명확히 드러내는 지표 중 하나가 군 내 자살자 수다. 통계청의 국가통계체계 ‘e-나라지표’에 따르면, 군 내 자살자 수는 2006년 이후 매년 70~80명 선이었고 2011년 97명으로 최고치였다. 흔히 10만 명당 자살자 수로 계산하는 자살률로 환산해보면 2006년 이후 평균 11~12명, 2011년에는 15.2명이었다(그래프 참조).

    군 내 자살자 통계와 관련해 국방부가 내놓은 설명은 20대 일반 국민 남성의 자살률(2006~2012년 평균 22.7명)과 비교할 때 절반 수준에 불과하고 미국(2011년 22명) 등 외국에 비해 훨씬 적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한해 70~80명에 달하는 자살 사례가 많은 것처럼 보여도 다른 여건을 감안하면 매우 낮다는 이야기다(국방부 병영정책과가 2013년 12월 3일 작성한 설명자료).

    그러나 이러한 설명에는 몇 가지 한계가 있다. 먼저 미국의 군 내 자살자 수는 이라크전쟁이 교착 상태에 접어든 2007년 이후 비약적으로 상승했다는 게 해외 학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2010년대 들어 병력 10만 명당 자살자 수가 20명 선 이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맞지만, 이전에는 11~13명 수준으로 한국군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해·공군의 경우 2006년 이전과 이후가 크게 다르지 않은 반면, 지상전을 수행하는 육군과 해병대의 자살자 수가 크게 뛰어올랐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 전쟁을 수행하느라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재 미군 자살자 수와 비교해 한국군 자살률이 적다는 설명이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일반인 자살률과의 비교 역시 외국자료를 살펴보면 금세 문제가 드러난다. 미국정신의학회(The 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에 2005년 게재된 관련 논문에 따르면, 조사 대상 11개국 가운데 군 내 자살률이 20대 초반 일반 남성 자살률의 절반을 넘는 국가는 러시아와 대만뿐이다. 대부분 국가에서 군 내 자살률이 일반인 자살률의 3분의 1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것. 예컨대 1970~80년대 일반인 자살률이 세계 최고수준(46.8명)을 기록한 핀란드의 경우 군 내 자살자 수는 10만 명당 13.6명이었다. 1980~90년대 일반인 자살률이 7~11명 수준이던 이탈리아의 군 내 자살률은 1~2명에 그쳤다.

    이렇듯 자살률로만 놓고 보면 한국의 병영환경은 러시아나 대만 수준일 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과는 차이가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준전시 상태를 반세기 넘게 유지해온 한국의 안보 현실에 비춰볼 때 비정상적으로 높은 것은 아니라는 평가도 가능하겠지만, 최소한 ‘제반 여건을 감안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국방부의 설명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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