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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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만 채운다고? 우린 스토리를 음미하며 먹는다

용산구 장진우 골목과 식객촌

  • 박정배 푸드 칼럼니스트 whitesudal@naver.com

    입력2014-06-09 15: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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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의 외식 트렌드가 급변하고 있다. 임대료가 엄청나게 오른 기존 중심지 대신, 외곽 지역이 떠오르고 있다. 미국 슬럼가였던 트로피카가 뉴욕과 세계의 미식 중심지가 된 것과 비슷하다. 몇 년 전부터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이 떠오르면서 임대료가 급등하고 사람이 몰려들자 그 주변 지역도 덩달아 인기를 얻고 있다. 개별 식당의 차원을 넘어 독특한 콘셉트를 내세운 식당이 모여 하나의 문화를 만들고 있다.

    경리단길에서 언덕을 조금 오르면 파출소가 나온다. 그곳에서 오른쪽으로 이어진 ‘서울 용산구 회나무로 13가길’은 ‘장진우 골목’으로 널리 알려졌다. 30세도 안 된 청년의 이름이 온전히 골목 하나를 차지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2011년 테이블 하나로 ‘장진우 식당’을 시작한 뒤 최근 문을 연 ‘경성스테이크’까지, 그가 운영하는 식당은 8개에 이른다.

    장진우 사단의 성공으로 사람이 몰려들자 주변에 가게가 잇달아 들어서면서 골목은 순식간에 음식과 패션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장진우 식당’과 ‘장진우 다방’을 제외한 식당들은 장진우 식당의 단골들과 동업하는 구조다.

    사람이 가장 많이 들락거리는 곳은 제주도식으로 문어와 오리를 섞은 전골요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문오리’다. 형무소 콘셉트로 만든 ‘방범포차’는 술꾼이 많이 찾는다. 단순히 무엇을 먹는 행위에서 하나의 스토리로 음식 문화를 이해하는 방식은 일본 회원제 고급식당에서 많이 사용하는 방식이다.

    무지개롤빵과 맥주로 유명한 ‘프랭크’도 인기가 많다. 경리단길에서 시작한, 향이 강한 수제 에일 맥주의 열풍을 흡수한 결과다. 이탈리아 요리를 파는 ‘그랑블루’와 간단하게 스시를 먹을 수 있는 ‘장스시’ 등 장진우 사단의 진격은 거침없다. 장진우 골목 끝에 있는 ‘카롱카롱’은 장진우 사장의 단골집이다. 요즘 젊은이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프랑스식 고급과자인 마카롱 전문점이다.



    장진우 골목이 자연스럽게 형성된 음식 거리라면, 서울 종로2가에 최근 조성된 식객촌은 콘텐츠와 사업이 결합한 모델이다. 한국 대중음식사에 한 획을 그은 만화 ‘식객’에 등장하는 식당 10곳을 선별한 후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 방식으로 식당가를 조성했다. 식객촌은 피맛골의 재림이다. 조선시대부터 서민의 뒷골목이던 피맛골이 없어진 자리에 21세기 피맛골 식객촌이 자리한 것이다.

    이제 걸음마를 시작했지만 팔도 유명 식당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막국수로 경기 파주 일대를 평정했던 ‘오두산 메밀가’와 현존 대한민국 최고(最古)의 어묵공장인 삼진어묵에서 운영하는 ‘부산포어묵’도 반갑다. 곰탕으로 유명한 ‘수하동’과 한우로 유명한 ‘참누렁소’, 부대찌개 원조집인 의정부 ‘오뎅식당’이나 가정식 백반으로 유명한 ‘무명식당’ 같은 곳이 장사를 시작했거나 준비 중이다.

    외식 대국 일본에는 유독 음식거리가 많다. 한국과 다른 점은 일본의 음식거리는 같은 음식으로 유명한 전국 맛집을 모은다는 것이다. 라멘박물관이나 교자박물관, 스위츠 포레스트 같은 음식촌이 대표적이다. 같은 기획으로 다양한 음식을 선보이는 한국 방식이 성공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새 패러다임이 시작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배만 채운다고? 우린 스토리를 음미하며 먹는다

    서울 종로2가 식객촌에 들어선 ‘오두산메밀가’(왼쪽)와 ‘부산포어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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