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립식 펀드도 시황에 따라 투자금과 목표수익률을 조정할 수 있는 상품이 인기다.
가치주 펀드, 배당주 펀드, 롱숏 펀드. 최근 인기 펀드 3인방이다. 이들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명확하다. 수익률이 좋기 때문이다. 이들 펀드는 2011년 5월 2일 코스피지수가 역사상 최고점인 2228포인트를 기록한 이후 3여 년간 1800~2000포인트에서 박스권을 보이자 다른 펀드들을 수익률 경쟁에서 앞지르며 투자자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특히 롱숏 펀드(매수를 뜻하는 long과 매도를 뜻하는 short 전략을 동시에 구사하는 펀드)의 증가세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2012년 말 2000억 원에도 미치지 못하던 롱숏 펀드 설정액은 1년여 만에 10배 이상 성장해 2조 원을 돌파했다. 틈새 상품 정도로 여겨지던 롱숏 펀드가 인기를 끌자 운용회사들은 앞다퉈 펀드를 출시하고 있다.
다른 주식형 펀드는 환매 몸살을 앓는 상황에서 이 펀드들이 약진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겉으로 드러난 이유는 수익률이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먼저 배당주 펀드와 롱숏 펀드부터 살펴보자.
중위험·중수익 상품군의 약진
배당주 펀드는 배당 관련 주식에 투자하는 스타일 펀드다. 배당 수익률이 높은 회사는 성숙기에 진입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시장이 가파르게 상승할 때는 상대적으로 덜 오르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주가 폭락기에는 덜 떨어지고, 요즘 같은 조정 국면에서도 약진하는 경우가 많다.
롱숏 펀드는 일반 주식형 펀드의 ‘매수 후 매도 전략’과 달리 ‘매수·매도 전략’을 활용하는 펀드다. 매수 후 매도 전략은 산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팔아야 수익이 난다. 그런데 주가가 급락하기라도 하면 수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주가 흐름이 비슷한 A와 B 두 종목이 있는데, A가 상대적으로 가격이 많이 올라 고평가되면 이를 공매도하고 떨어진 B를 사는 게 롱숏 펀드 방식이다. 이런 전략을 활용하는 이유는 시장 상황에 상관없이 꾸준히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서다(물론 롱숏 전략도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롱숏 전략이 위력을 발휘하는 시기는 대개 최근 같은 조정 장세가 지속될 때다. 조정 장세는 다른 말로 표현하면, 시장 방향성이 없다는 얘기다. 또 롱숏 전략은 약세장에서도 일반 주식형보다 좋은 수익률을 기록할 개연성이 높다. 반대로 시장이 강세로 간다면, 이 전략은 일반 주식형 펀드에 비해 좋지 않은 성과를 낼 수도 있다.
가치주 펀드는 내재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주식을 산 뒤 가치에 도달했다고 판단될 때 파는 전략을 구사한다. 이 펀드들은 주가 상승기에 상대적으로 덜 오르고, 하락기에 덜 빠지는 경향이 있다.
인기 펀드 3인방은 일반 주식형 펀드에 비해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펀드로 분류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자산운용을 선호하는 투자자가 좋아하는 상품군인 셈이다. 최근 몇 년간 시장이 중위험·중수익 상품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쪽으로 흐르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앞으로도 이 펀드들이 약진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확실한 대답을 내놓을 수 없다. 물론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고착화할수록 기대 수익률이 낮아지면서 안정적인 중위험·중수익 상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리라는 점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최근 3년간 보여준 성과가 계속 나올 것이라고 장담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이런 고민을 더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역사적 안목’을 갖는 것이다. 즉 지난 시간을 훑어보고 오늘의 자리를 생각해보는 것이다. 인기 펀드 3인방이 인기를 끌기 전인 2010~2011년은 차·화·정(자동차, 화학, 정유)과 삼성전자 시대였다. 이때 가장 고전한 펀드가 바로 가치주 펀드였다. 주식시장에서 자금 파이프 구실을 한 것은 자문형 랩어카운트(wrap account·종합자산관리 상품)였다. 랩어카운트로 몰려든 돈은 대부분 차·화·정과 삼성전자로 흘러들어갔다. 2007년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펀드 수익률이 나빠지자 투자자도 새로운 투자처로 랩어카운트를 선호했다.
금융위기 직후에는 주식형 상품보다 채권형 펀드가 좋은 성적을 냈다. 글로벌 채권펀드, 하이일드 펀드(고수익·고위험 채권형 펀드) 등 그동안 국내 개인투자자에게 많이 판매되지 않던 유형의 채권형 펀드가 좋은 수익률을 내며 큰 인기를 끌었다.
만일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 각 시기마다 가장 좋은 수익률을 거두며 인기를 모았던 투자 상품에 투자한다면 성적표는 어떤 모습일까. 아마도 매우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올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짧은 역사만 살펴봐도 어느 한 유형의 펀드가 계속 승자로 남은 적은 없었다. 어제의 승자가 오늘의 패자가 되고, 오늘의 패자가 내일의 승자가 되기도 하는 게 펀드 시장이다.
서로 다른 3~4개로 나눠 투자를
그런데 안타깝게도 최근까지 수익률 정보를 기준으로 투자하는 패턴은 거의 변하지 않은 듯하다. 어쩌면 인간의 인식 깊은 곳에 최근 정보를 선호하는 경향이 자리하는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심리적 편향을 연구하는 행동재무학의 개념 가운데 ‘최근성 편견’이 바로 이런 현상을 설명하는 데 적합한 시각을 제공한다.
최근성 편견이란 인간이 최근 것을 주로 기억하는 경향을 말한다. 다음 실험을 살펴보자.
피실험자에게 전망대에서 초록색 배와 파란색 배를 관찰하게 했다. 각 색깔의 배는 그 수가 동일했다. 단 움직임에는 차이가 있었다. 파란색 배는 동일한 간격으로 움직이거나 주로 초반에 움직였고, 초록색 배는 나중에 집중적으로 움직였다. 피실험자에게 파란색 배와 초록색 배 가운데 어느 배가 더 많은지 묻자 대부분 초록색 배가 더 많다고 대답했다. 초록색 배가 최근에 집중적으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최근성 편견을 제어하고 펀드 투자에 안정적으로 성공하려면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좋을까. 금세기 최고 펀드매니저라 부르는 피터 린치의 펀드 투자법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린치는 1977~90년 13년간 마젤란펀드를 운용하면서 2700%라는 빼어난 수익률을 올린 인물이다. 미국 증시 역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했던 87년 블랙먼데이 때도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해 단 한 해도 마이너스를 기록한 적이 없었다.
린치는 먼저 주식과 채권 비중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초기에 성장(주식)과 이자소득(채권 혹은 예금) 비율을 결정하는 것만큼 미래의 자산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투자 결정은 없다.”
둘째, 펀드 투자도 분산투자를 해야 한다. “가장 좋은 펀드 투자 전략은 서로 다른 3~4개 주식형 펀드에 나눠 투자하는 것이다. 그러면 자산 일부가 주식시장에서 언제나 수익률이 가장 높은 섹터에 투자돼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동일한 스타일의 펀드에 나눠 투자하는 것은 의미 없다는 점이다. 성장주, 가치주, 중·소형주, 배당주, 롱숏 등 스타일이 다른 펀드에 분산해야 한다.
셋째, 꾸준히 좋은 성과를 내는 펀드를 골라야 한다. “과거 수익률을 토대로 미래에 승리할 펀드를 선택하는 것은 전혀 효과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성공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꾸준히 좋은 성과를 내는 펀드에 투자하면서 오래 보유하라.”
투자 상품인 펀드도 유행이 있다. 효용이 즉각적인 자동차나 옷은 유행하는 상품을 구매하면 후회가 적지만, 펀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일관된 프로세스를 갖고 운용하는 다른 유형의 펀드에 분산투자하는 것이 리스크를 줄이면서 안정적인 수익률을 거두는 길이다. 펀드 투자에서는 유행보다 분산투자가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