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합정동 ‘우동 카덴’의 자루우동과 가케우동, 멘타이코우동(아래부터 시계 방향).
합정역과 상수역 사이에 있는 ‘건어물 카바레’는 건어물에 생맥주 한잔하기 좋은 곳이다. 건빵과 쥐치포, 멸치 등 주전부리가 안주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당인리 발전소 근처에 있는 ‘무대륙’은 요즘 유행하는 에일 스타일 맥주를 현대적 공간에서 먹는 재미가 있다. 사케 보관 창고를 개조한 덕에 공간은 널찍하고 단순하지만 편안하다. ‘무대륙’ 옆에 붙은 커피 공장 ‘앤트러사이트(Anthracite)’는 커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최상의 커피를 뽑아낸다. 신발공장을 인수해 개조한 공간도 커피만큼이나 시선을 끈다.
합정역에서 망원역으로 이어지는 공간에도 개성 있는 식당이 생겨나고 있다. 일본 음식 사관학교에 해당하는 츠지 조리사전문학교 출신인 정호영 셰프가 망원역 안쪽에 문을 연 ‘이자카야 카덴’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식객들이 찾아든다. 재료 본연의 맛을 중시하는 일본 음식의 기본에 충실한 정 셰프는 좋은 재료를 고르는 안목에 칼질 솜씨 또한 남다르다. 이곳의 대방어 배꼽살과 뱃살 때문에 겨우내 몇 번이나 문턱을 들락거렸다. 튀김이나 구이도 교과서처럼 잘 만들고 맛있다.
얼마 전 합정역 주변에 ‘우동 카덴’이 문을 열었다. 우동은 일본인이 가장 즐겨 먹지만 제대로 된 우동을 만드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기술에 물리적 힘을 쏟아야 하는 단순하고 정직한 음식이기 때문이다. 밀가루가 가진 물성을 이해하고 그에 적합한 행동이 끈질기게 수반돼야 한다. 한국인이 즐겨 먹는 칼국수는 평면봉으로 밀어내고 치대기를 반복해야 제맛이 난다. 땀이 흘러 면에 섞여야 제맛이 난다고 했을 정도로 고단한 일이다. 중국인은 면발의 졸깃함을 한국인과 일본인보다 중시하지 않지만 수타면을 만드는 노력은 만만치 않다.
일본 우동 하면 가가와현 사누키우동(讚岐うどん)을 빼놓을 수 없다. 졸깃한 면발을 가장 중시하는 우동이다. 손보다 몇 배는 강력한 힘을 지닌 발로 반죽하는 족타면인 사누키우동은 탱탱함의 진수를 보여준다. 하지만 탱탱함만으로는 부족하다. 탱탱함에 매끄러운 목 넘김을 반드시 수반해야 한다. 국물과 고명이 면발 맛을 더욱 고양시킨다.
‘우동 카덴’에선 이런 우동을 만날 수 있다. 커다란 그릇에 나오는 제대로 된 우동 한 그릇을 비우다 보면 우동보다 더 비싼 교통비를 생각지 않고 먹던 사누키의 맛있는 우동집들이 떠오른다. 차가운 면발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자루우동, 멘타이코(명란젓)의 짭짤함과 감칠맛이 파스타처럼 어우러진 멘타이코우동은 식사 겸 술안주로 제격이다. 일본식 우동 국물의 핵심 재료인 다시마와 가츠오부시가 결합한 가케우동은 국물의 시원함과 면발의 조화가 좋다.
운동도, 음식도 기본기가 탄탄해야 높이 오를 수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