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공식별구역은 자국 영공의 외곽 일정 지역 상공에 설정된다. 영공방위를 위해 항적 탐지, 식별, 전술항공 통제 임무를 수행하는 데 기준이 되는 공역으로, 해당 구역 내로 항적이 침투하거나 포착될 때는 반드시 식별하고 필요한 전술조치를 취해야 하는 선이다. 한마디로 공중에서의 조기경보구역인 셈이다. 비록 방공식별구역이 국제법적으로 명확히 규정된 바 없지만, 1950년 미국이 처음 설정한 이후 현재까지 약 27개국에서 운영하고 여타 국가도 사실상 이를 준수한다. 단순한 국제관행에서 벗어나 국제관습법으로 합법성을 인정받는다는 것이 통설이다.
방공식별구역 범위 더 확장될 듯
동북아 역내에서 한국(1951)과 일본(1955)이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해 60년간 운영해온 것에 반해, 중국은 그간 별도의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하지 않았다. 그동안 중국이 방공식별구역 설정에 관심을 갖지 못했던 이유는 지상군 중심적 전략사고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공산당의 군사적 전통은 지상군에 무게를 둔 것이었을 뿐 아니라, 군사전략가들도 대부분 육지로부터의 침략을 자국 안보에 대한 최대 위협으로 간주해왔다. 항공 전략이나 해양 전략은 지상 전략과 동일한 것으로 간주했고, 공군 임무도 지상군 지원과 대만의 공중 침투에 대비해 영공을 방어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요컨대 굳이 공군력이 취약한 상황에서 별도의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해 운영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이후 국력이 급속도로 신장한 중국은 군사 전략에서도 이에 걸맞은 변화를 도모하기 시작했다. 대표적 사례가 1982년 당시 해군사령관이던 류화칭(劉華淸)이 제시한 3단계 해양 전략론이다. 그에 따르면 중국의 해양 전략은 단기적으로는 제1도련 내 해역에서 해양통제권을 확립하고, 중기적으로는 제2도련 내 해역에서 해양거부권을 행사하며, 장기적으로 전 세계 해양으로 작전 범위를 확대할 수 있는 대양해군 건설을 목표로 한다. 특히 1995~96년 대만해협 위기에서 얻은 교훈으로 미군 전력의 개입을 차단, 지연, 거부할 수 있는 반접근(Anti-Access·A2) 및 지역 거부(Area Denial·AD) 능력 구비를 절실히 원하게 됐다.
최근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설정도 이러한 해양 전략 변화와 그 궤를 같이한다. 중국의 현재 전력으로는 지역 전진방어를 기반으로 한 제2도련 내에서의 해양거부권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해군 현대화 프로그램을 본격 추진하면서 제1도련 내에서 해양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을 정도의 해군력을 갖추게 됐다.
여기서 문제는 항공력 운용이다. 비록 바닷길은 신장된 해군력을 통해 커버할 수 있지만, 하늘길을 미국과 일본 항공력이 지배하는 상황에서 이 구역에서의 해상통제권 확보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제1도련 내에서 미국과 일본의 접근을 차단하고 거부하려면 항공력 운영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공식별구역 설정이 필수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제1도련 북단과 최근 선포된 방공식별구역이 어느 정도 일치한다는 사실만 봐도 가늠할 수 있다. 거꾸로 말해 제1도련의 방어 범위를 고려할 때 앞으로 우리 서해와 동중국해 남단까지 방공식별구역 범위가 더욱 확장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논란은 단지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는 뜻이다.
허가받지 않거나 통보되지 않은 항공기가 방공식별구역으로 진입할 경우 해당국 정부는 즉각 전술조치를 취해야 한다. 따라서 각 나라는 보통 자국 항공력의 작전능력을 고려해 방공식별구역을 적절히 설정한다. 중국은 이미 2012년 9월 5만t급 항공모함인 랴오닝호를 취역했고 공중급유기(H-6U)도 10대 보유하고 있다. 그만큼 중국은 새로 설정된 구역에서 필요한 전술조치를 취할 수 있는 능력을 구비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일본도 공중급유기 4대와 F-15J 전투기 201대를 운영하면서 자신들의 방공식별구역 내로 진입하는 항공기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한다.
‘평화 공역’ 등 새로운 대안 제시 고려를
반면 한국의 경우는 두 국가와 사뭇 다르다. 이어도는 말할 것도 없고, 마라도 남단과 홍도 남단 일부가 우리 영해임에도 일본 방공식별구역에 포함됐다는 사실이 이번 논란 과정에서 공론화된 바 있다. 이 구역에서 한국 공군이 임무를 수행하려면 일본 협조를 받아야 한다. 이 구역이 우리나라가 완전하고 배타적인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영해 상부 공간임에도 아이러니하게 일본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 이후 우리 정부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서 분할, 설정한 비행정보구역(FIR)까지 우리나라의 방공식별구역으로 확장하는 방안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될 경우 우리나라의 공역 관할권은 이어도 남단 235km까지 확장돼 중국과 일본의 항공력뿐 아니라 해군력의 적대적 행위에 대해서도 조기경보 기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이는 ‘빛 좋은 개살구’ 정책이 될 개연성이 충분하다. 공중급유기 1대도 확보하지 못하고 북한의 공중 위협에 대응하기에도 벅찬 노후화한 전투기 400여 대를 보유한 우리 항공력으로 기존 방공식별구역을 넘어 새롭게 설정된 구역에서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어놓은 선 안에서 중국과 일본 항공기가 자유로이 활동해도 제지할 물리적 수단이 없다는 뜻이다.
중국이 이미 존재하는 한국과 일본의 방공식별구역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이와 중첩되는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한 속내가 중·일 간 영토분쟁이나 해양경계획정 문제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은 너무 앞서나간 측면이 있다. 오히려 역내, 특히 자국 공중과 해양통제권을 확보하려고 1차 방어선으로 설정한 제1도련 내에서 미군 전력의 개입을 사전에 차단, 지연, 거부하려는 장기적 계획에 따라 수립한 반접근(A2) 및 지역 거부(AD) 전략의 일환으로 봐야 할 것이다. 중국은 이미 30년 전부터 해양 및 항공 전략을 수립하고 이에 맞춰 해군력과 공군력의 현대화에 매진했으며, 그 하나의 결과로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했다.
중국의 선포에 맞서 우리 정부가 단시일 만에 내놓은 방공식별구역 확장이라는 카드가 그리 현명해 보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킬 힘이 부재한 상태에서 내놓은 으름장은 구속력도, 규제력도 없을뿐더러, 득보다 손실을 키울 공산이 크다. 군사·외교적으로 단계적인 접근을 통해 중국 야심에 대응하는 한편, 이어도 남방까지 진출할 수 있는 해·공군 전력을 확보하는 것이 사실상 유일한 길이라는 뜻이다. 구체적으로는 한국과 중국이 중첩되는 방공식별구역에 대한 외교적 해결을 우선적으로 도모하고, 한중일 3국이 마찰을 빚는 구역에 대해선 등거리 원칙에 따라 공동으로 관리할 수 있는 ‘평화 공역’을 설정해 운영하는 등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고려해야 할 카드 가운데 하나다.
방공식별구역 범위 더 확장될 듯
동북아 역내에서 한국(1951)과 일본(1955)이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해 60년간 운영해온 것에 반해, 중국은 그간 별도의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하지 않았다. 그동안 중국이 방공식별구역 설정에 관심을 갖지 못했던 이유는 지상군 중심적 전략사고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공산당의 군사적 전통은 지상군에 무게를 둔 것이었을 뿐 아니라, 군사전략가들도 대부분 육지로부터의 침략을 자국 안보에 대한 최대 위협으로 간주해왔다. 항공 전략이나 해양 전략은 지상 전략과 동일한 것으로 간주했고, 공군 임무도 지상군 지원과 대만의 공중 침투에 대비해 영공을 방어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요컨대 굳이 공군력이 취약한 상황에서 별도의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해 운영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이후 국력이 급속도로 신장한 중국은 군사 전략에서도 이에 걸맞은 변화를 도모하기 시작했다. 대표적 사례가 1982년 당시 해군사령관이던 류화칭(劉華淸)이 제시한 3단계 해양 전략론이다. 그에 따르면 중국의 해양 전략은 단기적으로는 제1도련 내 해역에서 해양통제권을 확립하고, 중기적으로는 제2도련 내 해역에서 해양거부권을 행사하며, 장기적으로 전 세계 해양으로 작전 범위를 확대할 수 있는 대양해군 건설을 목표로 한다. 특히 1995~96년 대만해협 위기에서 얻은 교훈으로 미군 전력의 개입을 차단, 지연, 거부할 수 있는 반접근(Anti-Access·A2) 및 지역 거부(Area Denial·AD) 능력 구비를 절실히 원하게 됐다.
최근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설정도 이러한 해양 전략 변화와 그 궤를 같이한다. 중국의 현재 전력으로는 지역 전진방어를 기반으로 한 제2도련 내에서의 해양거부권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해군 현대화 프로그램을 본격 추진하면서 제1도련 내에서 해양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을 정도의 해군력을 갖추게 됐다.
여기서 문제는 항공력 운용이다. 비록 바닷길은 신장된 해군력을 통해 커버할 수 있지만, 하늘길을 미국과 일본 항공력이 지배하는 상황에서 이 구역에서의 해상통제권 확보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제1도련 내에서 미국과 일본의 접근을 차단하고 거부하려면 항공력 운영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공식별구역 설정이 필수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제1도련 북단과 최근 선포된 방공식별구역이 어느 정도 일치한다는 사실만 봐도 가늠할 수 있다. 거꾸로 말해 제1도련의 방어 범위를 고려할 때 앞으로 우리 서해와 동중국해 남단까지 방공식별구역 범위가 더욱 확장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논란은 단지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는 뜻이다.
허가받지 않거나 통보되지 않은 항공기가 방공식별구역으로 진입할 경우 해당국 정부는 즉각 전술조치를 취해야 한다. 따라서 각 나라는 보통 자국 항공력의 작전능력을 고려해 방공식별구역을 적절히 설정한다. 중국은 이미 2012년 9월 5만t급 항공모함인 랴오닝호를 취역했고 공중급유기(H-6U)도 10대 보유하고 있다. 그만큼 중국은 새로 설정된 구역에서 필요한 전술조치를 취할 수 있는 능력을 구비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일본도 공중급유기 4대와 F-15J 전투기 201대를 운영하면서 자신들의 방공식별구역 내로 진입하는 항공기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한다.
‘평화 공역’ 등 새로운 대안 제시 고려를
반면 한국의 경우는 두 국가와 사뭇 다르다. 이어도는 말할 것도 없고, 마라도 남단과 홍도 남단 일부가 우리 영해임에도 일본 방공식별구역에 포함됐다는 사실이 이번 논란 과정에서 공론화된 바 있다. 이 구역에서 한국 공군이 임무를 수행하려면 일본 협조를 받아야 한다. 이 구역이 우리나라가 완전하고 배타적인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영해 상부 공간임에도 아이러니하게 일본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 이후 우리 정부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서 분할, 설정한 비행정보구역(FIR)까지 우리나라의 방공식별구역으로 확장하는 방안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될 경우 우리나라의 공역 관할권은 이어도 남단 235km까지 확장돼 중국과 일본의 항공력뿐 아니라 해군력의 적대적 행위에 대해서도 조기경보 기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이는 ‘빛 좋은 개살구’ 정책이 될 개연성이 충분하다. 공중급유기 1대도 확보하지 못하고 북한의 공중 위협에 대응하기에도 벅찬 노후화한 전투기 400여 대를 보유한 우리 항공력으로 기존 방공식별구역을 넘어 새롭게 설정된 구역에서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어놓은 선 안에서 중국과 일본 항공기가 자유로이 활동해도 제지할 물리적 수단이 없다는 뜻이다.
중국이 이미 존재하는 한국과 일본의 방공식별구역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이와 중첩되는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한 속내가 중·일 간 영토분쟁이나 해양경계획정 문제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은 너무 앞서나간 측면이 있다. 오히려 역내, 특히 자국 공중과 해양통제권을 확보하려고 1차 방어선으로 설정한 제1도련 내에서 미군 전력의 개입을 사전에 차단, 지연, 거부하려는 장기적 계획에 따라 수립한 반접근(A2) 및 지역 거부(AD) 전략의 일환으로 봐야 할 것이다. 중국은 이미 30년 전부터 해양 및 항공 전략을 수립하고 이에 맞춰 해군력과 공군력의 현대화에 매진했으며, 그 하나의 결과로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했다.
중국의 선포에 맞서 우리 정부가 단시일 만에 내놓은 방공식별구역 확장이라는 카드가 그리 현명해 보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킬 힘이 부재한 상태에서 내놓은 으름장은 구속력도, 규제력도 없을뿐더러, 득보다 손실을 키울 공산이 크다. 군사·외교적으로 단계적인 접근을 통해 중국 야심에 대응하는 한편, 이어도 남방까지 진출할 수 있는 해·공군 전력을 확보하는 것이 사실상 유일한 길이라는 뜻이다. 구체적으로는 한국과 중국이 중첩되는 방공식별구역에 대한 외교적 해결을 우선적으로 도모하고, 한중일 3국이 마찰을 빚는 구역에 대해선 등거리 원칙에 따라 공동으로 관리할 수 있는 ‘평화 공역’을 설정해 운영하는 등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고려해야 할 카드 가운데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