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랄프 라자르(상자 안)와 부인 리사 스월링은 딸들의 놀이에 주목에 사업 아이디어를 찾았다.
영국 런던에서 살던 부부는 2009년 겨울 시간을 내 아프리카 여행을 떠난다. 일반 사람이라면 사막여행에 어린아이를 데려가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여정이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자르와 스월링 부부는 어린 딸에게 지구의 다양한 곳을 경험하게 하려고 아프리카 남서부 칼라하리사막을 딸과 함께 가로질렀다.
“엄마, 먼지가 너무 많아. 영국은 2월이 겨울이라 한창 추운데 여긴 정말 덥다. 우리 쉬었다 가면 안 돼?”
여덟 살 큰딸은 엄마를 졸라 나무 그늘에서 휴식을 취했다. 그러고는 기이한 행동을 했다.
“동생한테 동화책 읽어줘야지. 자, 들어봐, 코끼리가 긴 코를 쭉 뻗어 우물에서 물을 빨아들이기 시작했어요….”
부부는 큰딸이 소리 내 동화책을 읽는 모습을 아이팟(iPod)으로 촬영한 뒤 영국 할머니 댁에 머물던 여섯 살 둘째 딸에게 보냈다. 그리고 30분이 지났을까. 부부의 아이팟으로 동영상이 들어왔다. 둘째 딸이 언니에게 책을 읽어주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4시간 동안 두 딸은 앞다퉈 책을 읽으며 즐겁게 놀았다. 이를 유심히 지켜보던 부부는 갑자기 기막힌 아이디어를 떠올리고는 무릎을 쳤다.
“그래, 바로 이거야!”
읽고 듣고…체험학습 저절로
부부는 딸들의 행동에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공부하는 법이 무엇인지 찾아낸 것이다. 틈만 나면 게임을 하거나 인터넷에 접속했던 아이들에게 서로 경쟁하며 동화를 읽게 하는 ‘동화 구연 동영상 놀이’를 가르치면 그것이 바로 공부가 되겠다 싶었다. 어린 시절 독서 습관이 평생 습관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안 라자르는 부인과 함께 생각을 실행에 옮기기로 한다.
“아이들의 글 읽는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 같아. 서로가 서로를 생각하며 책을 읽으니까 경청하는 습관도 생길 거야. 누군가를 가르치는 체험학습을 하는 셈이지.”
부부는 몇 달 동안 인터넷 사이트를 구축했다. ‘아이들을 위한, 아이들이 스스로 읽는 스토리를 이끌어내자’는 목표를 세우고 ‘스모리즈닷컴’(www.smories.com)을 만든 것이다. 부부는 많은 아이에게 무료로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며 기뻐했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난관이 찾아왔다. 책의 저작권 문제를 간과한 것이다. 책을 구매한 사람이 지인에게 그 책을 읽어주는 것은 저작권에 저촉되지 않지만, 인터넷에서 불특정 다수가 사지 않은 책을 읽고 공유할 경우에는 저작권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고민을 거듭한 끝에 라자르는 자신의 돈으로 저작권을 하나 둘 사들였다. 이후 ‘아이들이 다양한 책을 즐겁게 읽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회사를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하면서 동화작가들에게 저작권 기부를 요청하기 시작했다. 부부가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뜻을 알리자 몇몇 유명 작가들이 동참의사를 밝혀왔다. 그 결과 아이들이 공유할 수 있는 책의 가짓수뿐 아니라 책 읽는 아이들의 동영상도 급속도로 늘어났다.
‘스모리즈닷컴’ 동영상 1만 개로 늘어
스모리즈닷컴의 인터넷 사이트 메인 화면. 아이들은 저마다 책 읽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기록해 이곳 사이트에 올린다.
아이들의 동영상 화면에 마우스를 가져가면 책을 읽은 아이의 이름과 이야기 제목, 몇 살배기 아이를 위한 낭독인지에 대한 정보가 뜬다. 아이들은 이 사이트에 열렬한 반응을 보였고, 결과적으로 동영상은 1만여 개로 늘었다. 학부모들은 이 사이트가 아이의 독서 습관은 물론 사교성까지 신장한다며 극찬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사이트를 활용하는 아이 수가 급격히 늘면서 지금은 동화작가들이 앞다퉈 자신을 홍보하려고 연락해온다. 이곳이 일종의 테스트 장이 됐다.”
작가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며 저작권 기부를 요청했던 부부는 이제 전 세계 작가들과 교류하며 아이들에게 좋은 동화를 제공하고 있다. 때로는 마케팅을 하지 않아 사장될 뻔한 좋은 작품들이 스모리즈닷컴을 통해 알려지면서 히트작이 되기도 한다. 그래선지 신인 작가들은 스모리즈닷컴을 더욱 가치 있게 여긴다.
지금도 새로운 콘텐츠를 발굴하려고 노력하는 부부는 아이들의 작은 행동에 주목한다. 그들은 교육이란 새로운 것을 배우는 길이기도 하지만 잊고 살았던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일로도 여긴다.
“아이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자신이 누군가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잊지 않길 바란다.”